청년층 짓누르는 학자금대출
4년 새 체납자 2.6배 늘어나
취업과 동시에 빚의 늪에 빠져
20대 직장인 은경씨의 고민
빚 갚느라 미래 대비 못 해…

비좁은 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부쩍 치솟은 물가에 주거비‧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다, 매달 목돈을 학자금 대출 상환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현실이다. 학자금 대출의 덫에서 하루 빨리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빤한 월급을 받는 사회초년생에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빤한 월급을 받는 사회초년생에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에 성공해 홀로서기를 시작한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빚의 늪’에 빠져든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층의 현실이다. 취업 후 갚기 시작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 청년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빤한 월급을 받는 사회초년생에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 체납자는 4만42216명으로 2018년(1만7145명) 대비 2.6배가량 증가한 건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은경(가명‧27명)씨도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져있다. 취업에 성공한 후 김씨는 상여금이나 보너스가 들어올 때마다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 왔다. 1년에 450만원씩 갚았지만, 아직 900만원이 남아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는 데 2년가량이 더 걸릴 전망이다.

다행히 대출을 연체하고 있지는 않지만, 김씨에게도 고민이 있다. 빚을 갚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미래를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재무설계를 받아봐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대출을 해결하는 게 첫번째 목표다. 그런 다음엔 결혼자금으로 4000만원을 모으고 싶다. 당장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6년 안에는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공부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쉼 없이 달려온 탓에 꿈조차 못 꿨던 여행(500만원)도 가보고 싶다. 마음 편한 노후를 위해 65세부턴 월 200만원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네가지 목표가 실현 가능할지 김씨의 가계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Q1 지출구조

김씨는 월급으로 220만원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의 평균 월급(266만원‧2021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연차가 쌓이면 급여도 점차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년 동안 받는 상여금은 대략 450만원이다. 먼저 소비성비출부터 살펴보자. 김씨는 한달에 통신비 3만원, 식비 30만원, 교통·유류비 8만원, 건강·문화비 10만원을 썼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주거비가 따로 들지 않는데다 비교적 낭비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옷을 사고, 머리를 하고, 운동(PT)을 하고, 휴가를 다녀오는 데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데 큰돈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김씨가 1년 동안 비정기적으로 쓴 돈은 1095만원에 달했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91만원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이를 포함한 김씨의 한달 소비성지출이 총 142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비교적 단출했다. 보장성보험 7만원, 청약 2만원, 개인연금 20만원이 전부다. 한달에 220만원을 벌어 소비성지출(142만원)과 비소비성지출(29만원)로 171만원을 쓰고 49만원이 남았다. 김씨는 언제 급하게 돈이 필요할지 몰라 이 돈은 따로 관리하지 않고 통장에 남겨 두고 있었다.

Q2 문제점

김씨의 경우 고정지출(51만원)보다 비정기지출(91만원)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저축 여력도 적은 편이었다. 언급했듯 박씨는 1년에 450만원씩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었다. 매월 49만원씩 남는 돈도 학자금 상환에 보태볼까 하는 생각에 그냥 두고 있었던 거다.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앞서 김씨의 투자성향을 알아봤다. 그의 성향은 안전 보수형이었다. 이런 성향은 대출이 조금만 있어도 그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김씨가 대출금 상환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비소비성지출을 보장성보험, 청약, 개인연금으로만 구성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박씨에겐 이루고 싶은 네가지 목표가 있다. 다른 재무목표를 위해서라도 저축을 조금씩 분산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부터 고위험군에 베팅하란 얘기가 아니다. 고위험군을 선택한다면 운 좋게 초반에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실시간 변동하는 투자시장에선 경험과 안목이 필요하다. 안전형으로 시작하되 중위험군을 거쳐 고위험군으로 가면서 경제흐름을 읽어가는 게 좋다. 김씨의 재무목표를 단기와 장기로 나눈 후 각각의 상품을 기간, 저축방식, 유동성에 맞춰 나눠보기로 했다.  


Q3 해결점

비정기지출을 손보는 것으로 재무설계를 시작했다. 김씨의 경우 연간 비정기지출이 1095만원에 이르니, 어떻게든 소비품목을 줄여야 했다. 갑자기 무리하게 지출항목을 빼면 되레 탈이 날 수 있어 의류구입비·의료비(미용시술)·문화비·미용비 등에서 조금씩 줄였다.

그랬더니 비정기지출 규모가 945만원까지 줄었다. 이 돈은 비정기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관리하기로 했다. 945만원 중 대출상환금 450만원은 상여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95만원은 월 40만원씩 넣어 비정기지출을 대처하기로 했다.

이렇게만 해도 비정기지출에 들어가던 91만원에 잉여자금 49만원을 더해 140만원의 저축 여력이 만들어졌다. 비정기지출을 대처하기로 한 4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100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이것으로 목표에 맞게 적절히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을 늘려봤다. 

보장성보험과 청약은 그대로 유지하고, 개인연금은 20만원에서 10만원을 추가 납입하기로 했다. 적금과 CMA에는 각각 15만원과 30만원을 배치했다. 김씨의 성향을 고려해 손실이 적은 채권형 펀드상품(45만원)도 추가했다. 2년 만기 이후엔 김씨의 투자성향을 재분석해서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보기로 했다. 2년 후엔 학자금 대출도 다 갚게 되니 지금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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