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경제학 Study Cafe
카페라떼 한잔 매일 마시면
1년간 200만7500원 지출
30년 쌓이면 6000만원 훌쩍
이를 투자하면 1억원 이상 수익
작지만 사소한 지출 줄이면
예상 못한 목돈 만들 수 있어

# 출근길에 습관처럼 사는 커피 한잔, 5분 잠과 맞바꾸는 택시비…. 큰 고민 없이 지갑을 여는 것들이 있다. 이런 지출은 금방 티는 나지 않지만 쌓이고 쌓이다 보면 큰돈이 된다.

# 문제는 워낙 사소한 지출이다 보니 그 실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체를 파악하고 그 돈을 아껴 저축하거나 투자하면 더 이상 사소한 돈이 아닌 게 된다. 이른바 ‘카페라떼 효과’다.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를 카페라떼 한잔을 아끼면 30년 후엔 큰 돈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를 카페라떼 한잔을 아끼면 30년 후엔 큰 돈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카페라떼 한잔 값을 아끼면 훗날 기대 이상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개인 자산 전문가 데이비드 바흐(David Bach)가 「자동으로 백만장자 되기(The Automatic Millionaire)」란 책에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카페라떼(Cafe Latte)’를 예로 들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카페라떼 효과(Latte factor)’의 기원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고작 커피 한잔인데, 그거 안 마신다고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바흐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한잔에 5달러인 카페라떼를 일주일 동안 마시지 않으면 35달러를 아낄 수 있고, 1년이면 1885달러, 10년이면 3만727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흐는 여기에 11.0%의 수익률을 적용했다. 그랬더니 30년 후엔 40만 달러가 넘는 은퇴자금을 저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참고: 11.0%라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론의 근거는 미국 주식시장을 대변하는 S&P500지수의 수익률은 연평균 10%대를 상회한다는 거다.]


그럼 이제 바흐의 ‘카페라떼 효과’를 우리 식으로 계산해보자. 기준은 스타벅스 카페라떼 그란데 사이즈(473mL)다. 이 커피 한잔 가격은 5500원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카페라떼 한잔씩을 사서 마신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16만5000원이 지갑에서 나간다. 1년이면 200만7500원이다.

1인 가구가 두달 저축하는 금액을 훌쩍 넘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저축액은 82만원이었다.[※참고: 커피 가격을 계산할 때 한달은 평균 30일, 1년은 365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엔 시간을 더 멀리 잡아보자. 첫 취업이 늦어지고 은퇴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점을 감안해 30세에 취업해 60세에 은퇴한다는 가정을 세웠다. 그 기간 매일 카페라떼를 사 마신다고 하면 내가 마신 커피값이 6022만5000원에 달한다. 

여기에 바흐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수익률을 적용해보자. 바흐가 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과 비슷한 11.0%를 적용했다면 우리는 지난 30년(1993~2022년) 코스피지수 연평균 수익률 4.1%를 연복리로 계산했다. 그러자 카페라떼를 포기하고 아꼈던 ‘한잔당 5500원’이 30년 후 1억2616만275원으로 불어났다.

물론 카페라떼 한잔을 경제적인 잣대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반론을 던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고된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정한 사람과 보내는 ‘커피 타임’을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커피 한잔을 끊으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도 가혹하다.

바흐가 얘기하려던 건 그저 카페라떼 한잔이 아니다. 카페라떼 한잔을 아껴 좋은 금융습관을 기르라는 게 ‘카페라테 효과’의 핵심이다. 사소하고 빈번한 소비를 최소화해 현명하게 재테크하라는 얘기다.


카페라떼를 예로 든 김에 다른 걸로 대체해보자.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믹스’로 바꿔보면 어떨까. 커피믹스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저가 커피믹스를 100원, 고가 커피믹스를 600원으로 나눠 계산해보자.

먼저 저가 커피믹스다. 1개당 100원짜리 커피믹스를 하루 한개씩 소비한다면 총 드는 돈은 한달에 3000원, 1년에 3만6500원이다. 30년으로 계산해도 109만5000만원밖에 되질 않는다. 고가의 커피믹스(600원)을 마실 땐 1년에 21만9000원, 30년에 657만원을 쓰게 된다.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마셨을 때와 비교하면 저가 커피믹스는 30년 동안 5913만원, 고가 커피믹스는 5347만5000원을 아낄 수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택시비가 라떼일 수도 있고, 온라인게임 유료아이템이 라떼일 수 있다. 언급했듯 라떼는 그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그럼 택시비로 계산해보자. “기본요금 거리인데 뭐”라면서 택시를 타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 역시 쌓이면 목돈이다. 교통비가 올라 현재 버스요금은 1500원, 택시요금은 4800원이다. 주말을 빼고 한달에 20일 출퇴근을 한다고 계산하면 버스요금은 한달에 6만원이 든다. 택시요금은 19만2000원. 1년으로 계산하면 버스요금은 72만원, 택시요금은 230만4000원이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기본요금 거리라 해도 1년 동안 택시를 탔을 때 158만4000원을 더 지출하는 셈이다. 2년이면 316만8000원, 3년이면 475만2000원, 10년이면 1584만원, 30년이면 4752만원이다. 달리 말하면, 택시 대신 버스를 타면 30년 동안 4752만원을 아낄 수 있단 의미가 된다.

계산이 복잡해졌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지출을 잠그면 예상치 못한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카페라떼 효과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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