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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순응
JP모건 회장 “기준금리 7% 가능”
한은 추가 금리인상 여력 있을까
불황형 흑자로 환율 개선 역부족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발 고금리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번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 이유를 세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4일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4일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미국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3일(현지시간) 4.8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4.2원 오른 달러당 1365.5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2일 1362.90원을 기록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5일 1342.00원에서 9월 27일 1361.00원을 기록했는데,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4일에도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4일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주식시장 개장 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 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이상으로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을 시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경제지표도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 결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AG에서 미국·유럽 신용 전략을 담당하는 스티브 카프리오는 "경제성장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게 아니라 금리가 오르는데도 경제가 성장한다면 질적인 성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고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지난 2일 뉴욕에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서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서 얼마나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이날 “연준의 경제전망 요약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적어도 2025년 말까지 평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수준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는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올해 금리를 한번 더 인상하고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2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재차 미국의 기준금리가 7%대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의 노동 지표는 여전히 강력했다.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69만 건(7.7%) 증가한 961만 건이었다. 시장 전망치는 880만 건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인 연 4.8%를 넘어선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또다른 이유는 외환시장 직접 개입 외에 특별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어서다. 

환율은 두 나라 통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여기에 맞춰 올려서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금리차는 올해 7월 사상 처음으로 2.0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한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우리 가계와 기업의 부채 때문이다. 고금리 상태가 지속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곳곳에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우리 기준금리는 지난 2월 3.50%에서 5차례 연속 동결 상태다.

셋째,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 수급과 직결된 무역수지는 지난 6월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 16개월 동안의 적자를 만회할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였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 반도체 생산이 13.4% 증가하며 우리 산업 생산지수는 112.1로 전월 대비 2.2% 올라갔다. 2020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빠른 월간 상승률이다. 그러나 반도체 출하가 3.5% 증가에 그치며 재고 수준은 더 늘어났고, 소비(소매판매액지수)는 0.3% 줄면서 두달 연속 감소했다. 

불황형 흑자는 외국인의 자금 유입 효과를 동반하기 힘들어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해 1~5월 코스피에서 순매수에 나섰지만, 6월 이후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지난 6월 1조465억원, 7월 1조9937억원, 8월 9378억원에 이어 9월에도 7337억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9%포인트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9%포인트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가 경제안보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면서 수출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도 장기적으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주도로 일본·대만과 함께 칩4 동맹을 결성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 이후에도 권력을 잡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의 지난 9월 24일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2.0%로 도널드 트럼프의 51.0%에 9%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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