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국내 은행 뱅킹앱 보고서
서경대 MFS 연구팀 전수조사
시중은행 12사 인뱅 3사 앱 대상
네가지 관점에서 정량적 분석
4대 시중은행 전반적인 평가 우수
지방ㆍ특수은행 각박한 점수 받아
인터넷전문은행 기대치 밑돌아

서경대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팀이 국내 뱅킹앱을 분석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경대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팀이 국내 뱅킹앱을 분석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금융산업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너도나도 자사 뱅킹앱을 고도화하기 위해 큰돈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모바일로 금융거래를 하는 시대가 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 각 금융회사의 생활금융 플랫폼인 뱅킹앱 중 가장 우수한 앱은 어떤 걸까.

# 서경대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팀은 2023년 초부터 8월까지 국내 은행의 뱅킹앱을 두고 고객의 관점에서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12개 시중ㆍ지방은행과 3대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4대 시중은행(우리ㆍ국민ㆍ신한ㆍ하나)의 뱅킹앱의 역량이 나머지 은행을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사실 성적표가 중요한 건 아니다. 

# 이번 보고서는 그 자체로 함의가 크다. 무엇보다 각 뱅킹앱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건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 소비자에게도 좋은 정보나 교본이 될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을 기치로 출범했지만 성장세가 금세 꺾여버린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짜 숙제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더스쿠프가 추석 특집 기획으로 서경대 MFS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국내 뱅킹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한다. 내 손안의 뱅킹앱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은행 점포를 찾지 않는 국민이 부쩍 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 ‘뱅킹앱’ 시대가 활짝 열려서다. 이제 금융소비자 대부분은 앱으로 통장이용내역과 잔액을 확인하고, 지문 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하나로 송금한다. 간편결제로 쇼핑하는 이들도 흔해졌다. 

뱅킹앱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도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국민 5000명의 금융생활 전반을 분석한 ‘2023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91.9%가 핀테크, 이를테면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전적 거래를 하고 있었다. 

MZ세대(97.0%)의 이용률이 확실히 높긴 했지만, X세대(91.2%)와 베이비붐 세대(80.8%)의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세대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쯤은 능수능란하게 다루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 생태계의 중심을 오프라인 은행에서 앱으로 바꾼 건 인터넷전문은행이었다. 금융당국은 2017년 4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겠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했다. 그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았고, 2021년엔 토스뱅크가 합류하면서 3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체제를 구축했다.

당시만 해도 영업점 하나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 거래를 하는 게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전통의 시중은행들이 쌓아온 현장의 역량을 뛰어넘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돈거래를 어떻게 ‘스마트폰’만으로 하느냐는 비관론도 팽배했다.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민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문턱을 가볍게 넘어갔다. 처음엔 카카오뱅크의 활약이 돋보였다. 출범 한달 만에 신규 계좌 300만좌, 여ㆍ수신 금액 3조원을 돌파하는 등 유례없는 성공기를 썼다. 인터넷전문은행 출신의 한 개발자 임원은 금융산업이 격변하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샌 모든 금융회사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초창기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금융업계에 개발자 임원이 흔치 않았고, CTO 대신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많았다. 전산팀은 후방 지원조직에 가까웠다. 품이 많이 필요한 작업은 외주업체에 맡겼다. 지금은 다르다. 전통 은행들도 개발인력을 경쟁적으로 뽑고 있고, 투자 역시 많이 한다. 격세지감 수준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터넷전문은행 막내 격인 토스뱅크의 출범도 파급력이 셌다. 올 7월 말 기준 가입자 수가 700만명을 넘어선 토스뱅크는 올해 상반기 월간활성사용자수(MAU) 기준 은행ㆍ뱅킹 서비스 앱 가운데 1위(1587만명ㆍ모바일인덱스 조사)를 차지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은 편리하고 직관적인 앱을 앞세워 MZ세대를 중심으로 금융 고객들을 빠르게 빨아들였다. 그 과정에선 전통 은행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 2021년 8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금융 대장주 KB금융의 시총을 따돌린 건 대표적 사례다. 

위기감이 커지자 전통 은행들도 ‘생활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실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만이 아니었다. 지방은행도, 수협은행 같은 특수은행도 뱅킹앱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뱅킹앱 춘추전국시대는 이렇게 열렸다. 2023년 지금, 계좌등록부터 이체까지 척척 해내는 ‘앱’이 없는 은행은 사실상 없다. 요즘의 뱅킹앱은 한발 더 나아가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는 ‘슈퍼앱’을 표방하고 있다. 여러 앱에 역량을 분산하지 않고 한데 모아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슈퍼앱’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숱하다는 점이다. 일단 고객이 앱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만큼 금융상품이 많아야 한다(다양성). 이런 상품의 정보는 빠르게 검색할 수 있어야 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신속성).

일관성 있는 사용자경험(UX)을 통해 고객에게 매끄러운 앱 경험을 전달하는 것도 숙제다(편리성). 아울러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보안성ㆍ가독성). 

뱅킹앱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시대, 과연 어떤 은행의 앱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을까. 해답은 서기수 서경대 교수(금융정보공학)와 이 대학 MFS(Mobile Fin ancial Service) 연구팀이 8개월에 걸쳐 분석한 ‘국내 모바일 은행 앱 서비스 평가보고서’에 담겨 있다. 

MFS 연구팀은 각 은행이 운영하는 뱅킹앱을 여러 관점(▲다양성, ▲신속성, ▲편리성, ▲가독성ㆍ보안성)에서 정량분석했다. [※참고: 네가지 관점의 평가 결과는 파트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다. 평가는 해당 항목의 여러 연구원이 개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앱을 직접 다루면서 진행했다. 8월 21일 업데이트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고,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MFS 연구팀은 평가 그룹을 시중ㆍ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구분했다. 업력이 비교적 짧은 인터넷전문은행을 감안한 조사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뱅킹앱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12개 시중ㆍ지방은행의 평가부터 보자. 

■ 분석➊ 시중ㆍ지방은행 = 결론부터 말하면, ▲다양성, ▲신속성, ▲편리성, ▲가독성ㆍ보안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우수한 앱은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이었다. 종합 평가 점수 17.04점을 획득했다(각 평가항목 점수 5점, 총 20점 만점). 12개 시중ㆍ지방은행의 평균 점수는 15.56점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은행은 대부분의 평가에서 고득점을 얻었다. 다양성과 신속성 항목에선 12개 은행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고, 가독성ㆍ보안성에선 2위, 편리성에선 3위를 차지했다.

특히 1위를 차지한 다양성 평가에선 ‘코어뱅킹(은행의 핵심 업무)’으로 불리는 적금 상품과 자유예금 상품, 신용ㆍ담보 대출 상품에서 다양한 가짓수를 뽐냈다. 신속성을 따져 봐도 우수했다. 앱을 켜고 2회만 터치하면 환율 조회가 가능했다. 4회를 터치하면 신용조회도 가능했고, 8회만 손을 놀리면 마이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었다. 

2위는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차지했다. 종합 점수 16.82점으로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양성과 신속성 측면에선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편리성과 가독성ㆍ보안성 항목에선 가장 특출난 기능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MFS 연구팀이 분석한 세번째로 우수한 뱅킹앱은 신한은행 ‘쏠’이었다. 종합 평가 점수 16.59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4가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모든 평가에서 ‘톱3’ 안에 들면서 준수한 모바일 역량을 선보였다. 다양성 평가에선 공동 3위, 신속성 2위, 가독성ㆍ보안성 공동 2위, 편리성 2위 등이었다. 뱅킹앱 평가 4위는 종합 평가 점수 16.49점을 얻은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였다.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평가에서 빼어난 기능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상위권을 차지한 은행은 ‘4대 시중은행’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촉발한 뱅킹앱 경쟁에서도 시장을 리드하던 은행들이 뛰어난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모바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반면 지방은행은 대체로 각박한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광주은행(15.73점)이 그나마 평균 점수(15.56점)를 웃돌면서 7위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은행은 하위권으로 밀렸다. 8위 JB전북은행(15.54점), 9위 BNK부산은행(15.34점), 10위 DGB대구은행(15.25점), 11위 BNK경남은행(13.66점) 등으로 모두 평균치를 밑돌았다. 

다양성 평가에서 광주은행이 6위, 가독성ㆍ보안성 측면에서 DGB대구은행이 공동 3위를 차지하는 등 일부 항목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종합적으론 평가가 나빴다. 이들 지방은행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영업망을 확대하며 ‘전국구 은행’을 목표로 삼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7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허용을 발표한 이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토대는 마련됐다고 본다”면서도 “지역 거점 영업의 한계를 벗어나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분석➋ 인터넷전문은행 = 그렇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뱅킹앱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총점에선 막내 토스뱅크가 총합 16.79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가독성ㆍ보안성을 제외한 3개 항목(다양성ㆍ신속성ㆍ편리성)에서 3사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가장 늦게 출범했음에도 국내 금융플랫폼 부분 MAU 1위를 거머쥔 뱅킹앱다운 성적표였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16.15점으로 2위, 케이뱅크는 15.02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특히 케이뱅크는 4가지 평가 분야에서 모두 가장 나쁜 점수를 얻었다. 그렇다고 1위 토스뱅크와 2위 카카오뱅크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시중ㆍ지방은행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게 어려울 만큼 전반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았다. 보안성ㆍ가독성 항목에선 3사 모두 기존 은행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점수를 얻었지만, 나머지 항목에선 그렇지 않았다. 

특히 금융상품의 다양성과 서비스 신속성 측면에선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앱에 담긴 금융상품의 가짓수가 많지 않은 데다, 화상상담 솔루션이나 투자성향 분석 서비스 같은 디지털 문화에 발맞춘 서비스도 갖추지 않았다.

이는 영업 인력보다 개발자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초기 일으켰던 열풍이 최근 잦아든 이유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 경쟁의 메기 역할을 해냈지만, 갈수록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 경쟁의 메기 역할을 해냈지만, 갈수록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민 5000명 중 76.3%가 여전히 전통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국민은 15.9%에 그쳤다. 대부분의 국민이 특정 거래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은행을 친숙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평가를 총괄한 서기수 교수는 “뱅킹앱이 공기처럼 쓰이는 시대가 열렸지만, 이 정도만으로 혁신에 성공했다고 보긴 부족하다”면서 “고객의 특성 변화와 니즈를 이해하고,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아직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앱으로 옮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진짜 혁신은 상품과 서비스, 프로세스와 운영방식을 바꾸고 그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그 이상의 역량을 갖춰 고객의 선택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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