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생각⓲
佛 소득세 과세제도의 함의
韓 소득세 부과 기준 개인 단위
프랑스 소득세 기준 가족 단위
셋째부터 사실상 세금 줄여줘
복잡하지만 실질 과세에 부합
저출생 문제 갈수록 심각해져
프랑스 과세기준 검토해 볼 만

저출생은 미래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다. 생산연령인구가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나라엔 벌써 경고등이 켜졌다.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명(2023년 2분기 기준)이라는 건 심각함을 넘어선다. 지금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세법이든 국적법이든 개정하는 게 마땅치 않을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옳다. [사진=뉴시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옳다. [사진=뉴시스]

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매기는데, 과세 기준은 소득을 얻는 자를 기준(개인 단위)으로 삼는 방법과 그렇게 번 소득을 소비하는 집단을 기준(가족 단위)으로 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 국가는 ‘행정 편의상’ 개인 단위를 소득세 부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와 달리 독일은 부부 단위로, 프랑스는 가족 단위(foyer fiscal)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개인 단위는 개인별로 납부세액을 산출해 부과한다. 반면 가족 단위는 먼저 가족 구성원의 소득을 모두 합친다(A). 그다음 각 구성원에게 주어진 비중(part)을 더해 단위 총계(B)를 구한다. 부부는 각각 1part, 미성년 자녀는 0.5part, 세번째 아이부터는 1part다.

가령, 가구가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뤄져 있다면 3part(1+1+0.5+0.5)다. 이어 가구 구성원의 총소득(A)을 단위 총계(B)로 나누고, 거기에 맞는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산출한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 전체 part를 곱하면 가족 전체가 부담할 소득세액이 나온다(프랑스 조세일반법 제6조 제1항 및 제194 등).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세액을 비교해보자. 부부 갑과 을은 슬하에 자녀 2명을 뒀고, 갑의 근로소득을 2억원이라고 가정하자. 현행 우리나라 소득세법에 따르면 2억원에서 근로소득 공제액(1675만원) 및 배우자 공제액과 부양가족 공제액을 빼고 여기에 해당되는 세율(38.0%)과 누진공제액을 적용하면 납부할 세액은 4800만원 상당이 된다.

갑의 가정에 프랑스의 가족 단위 과세제도를 적용하면 소득세는 얼마일까. 갑의 소득은 2억원, 가족 part 합계는 3(본인 1+배우자 1+자녀1(0.5×2명)이다. 1part당 평균소득은 6666만원(2억원÷3part)이다. 여기에 세율과 누진공제액을 적용하면 1part당 1000만여원이므로 가족 전체가 부담할 소득세액은 3000만원 남짓(1000만원×3pa rt)이다. 

종합하면 개인 단위보다 가족 단위로 과세단위를 변경하면 후자의 소득세액이 전자보다 36% 정도 적다. 물론 여러 사정을 살피면 우리나라 세법에 따라 산출한 금액보다 프랑스의 소득세액이 더 많을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책적 의미를 가미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세번째 아이에게 1part를 주는데 이를 적용하면 부담액은 더 줄어든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두번째 아이부터 부양가족 공제시 1명이 아니라 1.5명 그 이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 범위에도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는 경우를 제외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더스쿠프 통권 532호 ‘사실혼 앞 세법의 기막힌 이중 잣대’ 참조). 

이처럼 프랑스의 세법은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 경제적 실질(economic substance)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혼인을 하면 개인에서 가족공동체로 소비단위가 변하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생활양식에 부합한다.

다시 말해, 혼인한 부부의 삶을 꾸려나가는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고 사정이 이렇다면 가족 단위 과세방법이 개인 단위보다 실질과세나 공평과세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도 프랑스의 방식을 도입해볼 필요성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혼인과 자녀 출산을 꺼리는 현상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 빈부격차 심화, 정규직 취업의 어려움, 승자독식의 사회 풍조 등이 그 주된 원인이리라. ‘생육하고(자식을 낳고) 번성’해야 할 이 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세법개정을 통해 혼인을 장려하거나 자녀 출생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그리고 이것이 세법의 역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프랑스 통계청(INSEE)이 올해 초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합계출산율은 1.80명이고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1.59명(2020년 기준)을 상회한다. 부러운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과 사망률이 이어지면 우리나라는 갈수록 ‘늙은 사회’로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30년 3381만명으로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59%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한국경제연구원·2023). 

병역 자원이 줄어 전방 사단까지 줄이는 게 현실이다. 세법이든, 병역법이든, 국적법이든 할 수만 있다면 개정 보완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실제 혼인 건수 증가와 출생률 상승으로 나타날지는 불확실해도 말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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