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亞게임 e스포츠팀 눈부신 활약
“게임도 스포츠냐” 곱지않은 시선도
세계 4대 게임 강국으로 올라서고
디지털치료 분야서 게임 역할 톡톡
그럼에도 편견과 오해 갈수록 쌓여
이런 시선 억울하단 한국 게임 업계
하지만 게임사 여론 자초한 면 있어
수출 첨병 K-게임의 두 얼굴 분석

한국의 게임 산업은 수출 효자 업종이란 평가와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한국의 게임 산업은 수출 효자 업종이란 평가와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게임처럼 갑론을박이 심한 업종은 드물다. 한편에선 폭력 사건의 주범으로 꼽지만, 다른 한편에선 건전한 여가문화인데 무슨 말이냐고 맞받아친다. 게임을 마약 같은 중독 물질로 몰아세우는 전문가가 있는 반면, 질병의 치료제라고 설파하는 전문가도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e스포츠팀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도 ‘규제냐 진흥이냐’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 게임업계는 ‘억울함’을 내비친다. 게임 산업의 수출액이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과반에 달할 만큼 긍정적인 면이 많은데 이렇게 홀대받는 게 합당하느냐는 거다. 

#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기엔 한국 게임사가 저지른 폐단도 적지 않다. ‘과도한 과금 시스템 유지’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 ‘위믹스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과연 한국 게임사는 억울한 게 맞는 걸까. 더스쿠프가 ‘두 얼굴의 게임’을 취재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게임을 잘하면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할 수 있습니다. 엄연한 스포츠의 영역으로 발돋움한 거죠.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면 게임은 이미 수출 효자 종목입니다. 한국 게임을 즐기면서 한국을 알게 되는 외국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게임을 스포츠로, 산업과 문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선이 너무 많습니다. 게임에 중독성이 있다거나, 게임을 하면서 돈을 쓰는 게 철없는 낭비라는 식의 이미지 말입니다. 이런 시선은 산업에 규제를 가하고, 규제는 다시 게임 이미지를 나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한 게임업체 관계자가 아시안게임 e스포츠팀의 활약을 보면서 내뱉은 한탄이다. 게임산업의 위상은 이만치 올라갔는데, 곱지 않은 시선이 여전하다는 거였다. 실제로 우리나라 e스포츠 팀은 지난 9월 폐막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괄목할 성적을 냈다.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땄으니(금메달 2개ㆍ은메달 1개ㆍ동메달 1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한국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리그오브레전드’뿐만 아니라 ‘스트리트파이터V’ 종목에서도 우승하며 e스포츠 강국다운 모습을 보였다. 

게임이 국위 선양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셈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게임은 스포츠로 볼 수 없고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선 긍정하고, 다른 쪽에선 부정하는 일종의 ‘전선戰線’이 형성됐다는 거다. 이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일단 게임 효과의 밝은 면부터 따져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e스포츠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총 4개의 메달을 따냈다.[사진=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e스포츠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총 4개의 메달을 따냈다.[사진=연합뉴스]

■ 두 얼굴❶ 게임은 선하다 = 게임은 한국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대중적인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민 74.4%가 게임을 즐긴다. 전년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수치인데, 역대 최고치다. 국민 여가 문화생활 중에선 게임이 3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가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다. 게임을 만드는 실력도 상당하다. 2022년 국내 게임 산업의 매출 규모는 21조1847억원이었다. 2021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더 성장했다. 국내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였다. 

수출 측면에서 보면 기여도가 훨씬 더 높다. 2022년 콘텐츠 수출액은 133억798만 달러(약 17조196억원)였는데, 이중 게임 산업 수출액은 89억7337만 달러(약 11조4761억원)였다. 지난해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67.4%를 게임이 차지한 셈이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만 해도 8만명이 넘는다. 

게임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IT업계 사상 최대 빅딜로 꼽히는 인수ㆍ합병(M&A)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사들인 거였다. MS가 밝힌 인수 금액은 687억 달러(약 93조원)로, 이는 업계 사상 최대 인수 금액이었다. 기업가치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MS가 확장에 열을 올릴 만큼 게임사업은 미래 전망이 밝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은 최근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1세대 치료제인 합성 신약, 2세대 바이오 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디지털치료제’가 그 예다. 디지털치료제는 스마트폰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치료 프로그램이다.

게임이 사람의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활용한 건데, 효과는 입증됐다. 가령, 미국의 아킬리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인데버Rx’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를 받았다. 아동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사진=연합뉴스]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겉보기엔 일반적인 자동차경주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장애물을 피해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환자들의 흥미를 유발해 ADHD를 억제한다. 국내에선 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게임형 디지털치료제 ‘가디언즈DTx’의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다.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에서도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디지털치료제가 등장했다”면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과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두 얼굴❷ 게임은 악하다 = 이렇듯 게임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매력적인 놀이이자 산업 파급력이 큰 분야다. 그런데도 게임을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특히 한국에선 사회적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얼마 전 국위 선양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아시안게임 e스포츠팀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금메달을 따낸 e스포츠팀은 병역특례 대상에 올랐는데, 이를 두고 “스포츠인지도 헷갈리는 게임을 잘했다는 이유로 병역 혜택을 주는 게 옳은 일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위 선양으로 따지면 K-팝 스타 BTS만 한 공로자가 없을 텐데, BTS 멤버들은 왜 차례로 입대를 하고 있느냐는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게임 하면 중독부터 떠올리는 고정관념도 여전하다. 특히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번진 “게임은 질병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WHO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질병(Gaming disorderㆍ게임이용장애)으로 분류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규제로 이어지는 걸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심야에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은 악’이란 입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규제다. 10년간 운영되던 이 제도는 실효성 부족, 청소년 권리 침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2년 전에 폐지됐다.

게임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이뿐만이 아니다. 강력 범죄의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경우도 숱하다. 2018년 말 우리 사회를 분노의 도가니로 만든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그랬다. 가해자 김성수는 말다툼을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80여차례나 잔인하게 찔러 살해했다. 가해자가 게임 직후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들어 ‘게임 중독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올여름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을 공포로 내몰았던 ‘묻지마 흉기 난동’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일부 피의자를 두고 직접 “실직 이후 8개월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하는 등 게임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럴 때마다 “게임을 하면 폭력성이 강화된다”는 식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같은 규제가 새롭게 도입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중엔 “게임의 가치를 너무 몰라준다”며 억울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호소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순 없 않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이 생긴 덴 게임사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최근 한국 게임을 외면하면서 게임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우하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일이다. 한국 게임사의 패착은 ‘視리즈 게임 갑론을박’ 두번째 편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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