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게임 갑론을박➌
실적 저조한 게임사들
韓 게임 멍들인 고질병 탓
리니지라이크 인기 시들
확률형 아이템 논란 여전
韓 게임 슬럼프 극복할까

국내 게임산업이 심상치 않다.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저조한 실적에 휘청이고,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 게임은 소비자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과도한 결제 시스템, 확률형 아이템 등 국내 게임산업을 지배한 탐욕이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산업은 과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한국 게임사들의 실적이 정체기에 들어섰다.[사진=뉴시스]
한국 게임사들의 실적이 정체기에 들어섰다.[사진=뉴시스]

국내 게임 산업이 침체의 터널에서 허덕이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실적이 좋지 않다. 국내 게임업계의 선두주자 ‘3N’이라 불리는 엔씨소프트·넷마블의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90억·11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2%·6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넷마블의 매출은 1조2920억원에서 1조2059억원으로 비슷했지만 영업적자가 465억원에서 654억원으로 되레 불어났다.

또다른 3N인 넥슨이 홀로 성장세를 일궈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넥슨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2조891억원, 영업이익은 27.2% 늘어난 8542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게임사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현재 23만2000원(10월 17일)으로 연초(1월 2일) 대비 46.2% 빠졌다. 같은 기간 넷마블(-25.4%)·카카오게임즈(-43.2%)·컴투스(-23.%) 등 굵직한 기업들의 주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주가가 이렇게 맥없이 추락하는 건 국내 게임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방증이다. 국내 소비자가 ‘한국 게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안한 시그널의 중심엔 ‘리니지라이크(lineage-like)’가 있다. 이는 인기 게임이자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의 특징과 시스템을 모방한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리니지라이크의 대부분은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과금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적게는 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리니지라이크가 소비자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리니지2·리니지M·리니지W 등 리니지라이크를 다수 운영 중인 엔씨소프트의 매출이 올해 급감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결제를 대놓고 종용하는 국내 게임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확률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국내 게임 산업을 멍들이는 고질병 중 하나다. 현행법상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고지할 법적 의무는 없다.

확률을 알 수 없는 소비자는 좋은 아이템이 나오길 기대하며 적지 않은 돈을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쓴다. 전체 유료 소비자의 37.4%가 ‘확률형 아이템 결제에 10만원 이상을 썼다’는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다(한국콘텐츠진흥원·2019년 기준). ‘확률형 아이템에 사행성 요소가 다분하다’는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뉴시스]

물론 국내 게임 산업에서도 나름 개선된 부분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이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24년에 본격 시행된다. 게임사는 앞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게임뿐만 아니라 홈페이지·광고물에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게임사들도 자사 게임의 과금 비중을 낮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테스트 중인 차기작 ‘쓰론앤리버티(TL)’의 과금 요소를 덜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번 게임을 사면 추가 과금할 필요가 없는 ‘패키지 게임’에 눈을 돌리는 게임사도 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론칭한 넥슨이 대표 사례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글로벌 매출 1위(게임 플랫폼 스팀)를 기록하고 한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받았다. 이를 발판 삼아 한국 게임 산업은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전성민 가천대(경영학) 교수는 “게임사가 한 소비자에게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뽑아내도록 게임을 설계하는 게 문제”라면서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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