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군비 경쟁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두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과 이란이 세번째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남아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군비 경쟁이 가능한 건 ‘군비’가 국내총생산(GDP)에 집계돼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 개념을 확립한 경제학자의 생각은 달랐다. 군비 폭증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22일(현지시간) ‘2024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은 전년보다 6.8%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 있다. 홍대입구역 맥도날드, 신촌역 잠망경처럼…. 2002년 전에는 종로서적이 그랬다. 가장 긴 출판 역사를 품었던 서점은 이제 명맥이 끊겼지만,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었던 사람들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같은 이름의 서점들이 줄줄이 생겼지만, 그 무엇도 종로서적을 대신할 수 없다. 공유할 추억이 없어서다. 홍대에서 약속을 잡으면 으레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맥도날드 앞을 ‘만남의 장소’로 삼곤 했습니다. 이동통신기술이 몰라보게 발전한 지금은 ‘만남의 장소’가 과거보다 덜 중요해졌지만 아직도 어
아이돌 콘서트는 더 이상 풍선만 흔들다 끝나는 무대가 아니다. 좁은 무대 그 이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국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더 시티 프로젝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 시티는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를 무대로 삼아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팝의 또다른 길을 제시한 하이브노믹스(HYBEnomics)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아티스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글로벌 팝스타인 그는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도 일컬어진다. 지난해 3~8월 그는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는 운명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준다. 테베의 왕이 오이디푸스를 낳자 신전은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놀란 왕은 양치기에게 아들을 죽이라 지시하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갓난아이인 오이디푸스는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왕이 키우게 된다.훗날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신전에서 앞선 예언을 듣는다. 코린토스 왕을 아버지로 생각한 그는 운명에 저항하고자 코린토스를 떠나고 그 와중에 시비가 붙어 친부인 테베 왕을 살해한다. 이후 스핑크스를 무찔러 친모인 테베 여왕을
도심 한복판에 매일매일을 새롭게 기록하는 역사책이 서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옛 백제병원에 만들어진 출판사 창비의 문화공간 ‘창비문화’입니다. 젊은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연한 방과 세월을 품은 ‘창작과비평’ 잡지들, 그리고 1920년대 옛 건물이 함께 있다는 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팀이 이곳에 가봤습니다.부산역 7번 출구로 나가 5분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이질적인 건축물을 나타납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옛 백제병원이라고 불립니다. 처음 세울 땐 5층 건물이었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더불어민주당) 정당이 과거 4차례(18~21대) 총선에서 내놓은 경제공약을 요약하면 이렇다. 중산층을 두껍게 하자는 거다. 그런데 방향성만 담고, 실천계획은 뚜렷하지 않다 보니 목표치를 달성하진 못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났고, 혁신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 역시 ‘약속 수준’에서 머물렀다. [※ 참고: 22대 4·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
일본이 2035년까지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수출한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전투기 시장은 1980년대 이후 다시 다국가 생산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전투기 시장은 앞으로 5년간 매년 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 무기 수출 경쟁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일본이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방위 장비·기술 이전 3원칙’ 규정을 완화하기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첨단 전투기 수출을 승인했다. 일본 헌법 9조에 담긴 평화주의 원칙에 어긋나지만, 예견된 결정이다. 일본은 2022년에 영국·이
17세기쯤 유럽에선 진기한 물품을 가득 채운 ‘분더카머(Wunderkammer)’란 공간이 유행을 탔다. 대항해시대를 거쳐가던 유럽은 전세계에서 진기한 물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뽐내려는 문화가 형성됐던 것 같다. 분더카머. 좀 낯선 용어인데 어디서 들은 듯하다면 그 느낌이 맞다. 분더카머는 ‘박물관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다만, 지금의 박물관보단 아카이브(저장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물관보단 아카이브, 아카이브보단 분더카머가 이전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이번에 ‘아트 키다리아저씨’가 소개하려는 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는 올해 초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상황은 냉전시대만큼이나 위태롭다.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흡수통일을 가정하며 우리가 전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이듬해 독일이 통일에 성공했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했다. 서독의 헬무트 콜(1930~2017년) 총리는 붕괴 직전인 소비에트연방의 혼란을 놓치지 않고 고
2024년 3월 31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문을 닫는다. 예산이 부족해서도, 방문자가 적어서도 아니다. 임대 계약 종료로 ‘갈 곳이 없어서’란 납득 못할 이유 때문이다. 2027년 다시 개관한다곤 하지만 3년간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센터에 있는 3만~4만권의 만화책을 보관할 장소를 찾지 못한 것도 문제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도 논쟁의 도마에 올려야 할 이슈다.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 1층에 있는 ‘만화의 집’은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으로 북적였다. ‘만화의 집’에는
도시 한복판을 걷다 보면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한번 들러달라고 발길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엔 이런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다. 원하는 주택을 골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만, 그 이면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미분양 주택’이란 거다. 문제는 이런 미분양 주택을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선착순 동호수 분양’ ‘회사 물량 공급’이란 문구를 적어놓은 모델하우스(견본주택)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라는 건 정규 청
SNS는 종종 질투를 유발한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의 사진 한장에 좌절하고, 아무것도 아닌 SNS 속 일상에 절망한다. 질투는 SNS를 또다른 질투로 엮는다.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SNS 속 일상을 과대 포장하는 식이다.송정섭(songsuv) 작가는 그런 질투의 본질에 주목한다. 질투란 부정적 감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또 질투를 건설적으로 전환할 방법은 없는지 탐구한다.송 작가는 되묻는다. “질투는 상실된 자존감의 단면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믿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 질투는 강해진다. 사회가 비교를 강요하고, 사회의
국내 엔터산업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앨범을 팔거나 콘서트 티켓값에 의존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행보다. 엔터사가 점찍은 새 수익원은 ‘2차 지식재산권(IP)’이다. 2차 IP는 앨범·공연 등의 1차 IP를 바탕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차적인 상품을 말한다. MD(굿즈상품), 플랫폼, 영상 콘텐츠가 여기에 속한다. 하이브가 최근에 진행한 ‘르세라핌 팝업스토어’ 행사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금호동. 2월 27일 이곳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알베르 금호’에선 특별한 이벤트
마음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경주 황리단길에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한 약국이 있습니다. 바로 어서어서 책방입니다. 책방주인이 직접 읽어본 책으로만 구성된 큐레이션 문학서점입니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시집 한권으로 치유해보면 어떨까요? ‘Lab. 리터러시가 간다’ 두번째 편 독립서점 '어서어서'입니다.경주대릉원의 천마총 구간 서쪽에 있는 황리단길은 경주시를 대표하는 관광지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께선 벌써 알아차리셨겠지만, 황리단길은 황남동이란 지역명에 경리단길을 합친 조어입니다. 그만큼 힙하고 세련됐다는 뜻이겠군요. 그렇다고
우보천리牛步千里. 우직한 소처럼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천천히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일 느리게 걷는 연습을 해봅니다.[알립니다]「정치호의 얼굴」은 독자와 함께 합니다. 촬영을 희망하시는 독자께선 간단한 사연과 함께 연락처를 chan4877@thescoop.co.kr(더스쿠프)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정치호 작가 사진보기 | portraits.kr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핵심은 클린스만의 계약 내용상 발생할 위약금이다. 경제학의 계약 이론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위임자와 대리인의 문제는 결국 기업 혹은 단체의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통보 없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진 후 경질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일 폐막한 아시안컵에서 직전 대회보다 한 단계 높은 4강에 진출했지만, 경기력
최근 건물과 거리의 벽면이 디스플레이로 채워지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자장비의 보급이 확산하면서다. 공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동적인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거다.이런 기술적 트렌드는 디지털 예술의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는데, 국내도 마찬가지다. 강남역 혹은 청담동의 거리를 걷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아이러니한 점은 급격한 디지털화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강해지고 있다는 거다. X2갤러리(엑스투갤러리)에서 2월 27일까지 개최하는
표절 논란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게임 ‘다크앤다커’가 최근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법원이 “우리 소스를 가져다 만들었다”면서 다크앤다커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넥슨코리아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넥슨 측은 “표절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업계 사람들은 ‘표절 논란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 법원의 태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 표절 논란의 결과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2023년 촉발한 게임사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저작권 소송전’이 뜻밖의 전환점을 맞았다. 수원지법 민사31
전쟁터에서 분투를 거듭하던 이순신을 괴롭히는 건 왜적만이 아니었다. 조선 조정에서 만들어낸 ‘유언비어’도 순신을 벼랑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였다. “이순신이 연해의 해왕海王 노릇을 한다.” 그 중심엔 순신에게 질투를 느낀 서인이란 일종의 카르텔과 귀가 얇은 왕이 있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금 정치판이나 그때나 다를 게 없었던 모양이다.한산도 진중에 전염병이 유행해 순신까지도 병으로 신음하고 있던 1594년 4월 9일. 진중에서 무과 별시를 시행하고 합격자를 알리는 방을 붙이고 있는데, 비가 엄청
# 요새 웹툰을 즐겨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수업 후 쉬는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 볼 수 있는 웹툰은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유용한 즐길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덕분에 국내 웹툰 산업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이제는 해외시장에서도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 도서정가제에서 웹툰이 제외된 것도 호재입니다. 이대로 법이 개정되면 ‘기다리면 무료’란 웹툰 산업의 독특한 마케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이쯤 되면 웹툰으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별칭을 이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웹툰 산업의 어두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