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트 클럽’은 척 팔라닉(Chuck Palahniuk)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소 난해한 이 ‘컬트 무비’는 원작자 폴라닉이 독일 철학자 니체에게 심취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한결 이해하기 편하다. 그는 니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장황한 설명 없이 잠언箴言(교훈이 되는 짧은 말)처럼 던진다. 주제 역시 니체가 상정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분위기를 풍긴다.영화 속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은 다중인격체인 주인공이 자신의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체이자 ‘선지자
# G마켓ㆍ위메프ㆍ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는 ‘가짜제품(가품假品) 보상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품 여부’를 신고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 보상해주는 게 보상제의 뼈대다. # 문제는 가품을 입증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높은 탓에 소비자가 적당한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視리즈 ‘가품 보상제의 민낯’ 두번째 편에선 G마켓ㆍ위메프ㆍ11번가 등의 가품 보상제를 진단했다.우리는 視리즈 가품보상제의 민낯 1편 ‘가품인지 아닌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이상한 제도(통권 593호)’에서 이커머스업체 티몬이 내세운
스마트폰을 의무적으로 반납해야 이용할 수 있는 카페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돈을 더 내더라도 관리자가 출석 여부를 체크하는 관리형 독서실도 성행한다. 하물며 불참 시 벌금을 내는 스터디 모임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제력을 구매하는 시대가 낳은 새로운 트렌드다.디지털 디톡스 카페.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애초에 일반 북카페로 문을 열었던 서울 역삼동의 ‘욕망의 북카페’는 디지털 디톡스 카페로 전환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카페 매니저 이인하(28)씨는 “책에
도심 한복판에 매일매일을 새롭게 기록하는 역사책이 서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옛 백제병원에 만들어진 출판사 창비의 문화공간 ‘창비문화’입니다. 젊은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연한 방과 세월을 품은 ‘창작과비평’ 잡지들, 그리고 1920년대 옛 건물이 함께 있다는 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팀이 이곳에 가봤습니다.부산역 7번 출구로 나가 5분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이질적인 건축물을 나타납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옛 백제병원이라고 불립니다. 처음 세울 땐 5층 건물이었
저출산은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1호 공약으로 꼽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국가의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의문도 있다. 저출산 문제가 떠오른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껏 뭘 해놓고 공약만 내걸고 있느냐는 거다. 18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저출산 공약은 어떻게 처리됐을까.[※참고: 22대 4·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블릿PC로 수업을 필기하는 것을 넘어 태블릿PC로 다이어리를 쓰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젠 다이어리 속지와 스티커도 디지털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문구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생겼습니다. 더스쿠프의 새 연재물 젠G의 세상 첫번째 편, ‘신통방통’한 신세대 다이어리 문화입니다.아이패드 다꾸. 혹시 들어보셨나요? ‘애플 태블릿PC 아이패드로 다이어리 꾸미기’란 말의 준말입니다. 태블릿PC에서 실행한 노트 필기앱을 예쁘게 꾸며 다이어리로 활용하는 걸 의미합니다. 수첩에 예쁜 스티커와 폴라로이드를 붙이던 걸 이제 태블릿PC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구독자를 한달이라도 더 붙잡아두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구독 해지 버튼을 살짝 감추거나 위약금을 부과하는 ‘거친 방법’이 있는가 하면,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문구를 활용해 은근슬쩍 값을 부풀리거나 결제를 연장하게 만드는 ‘다크 넛지(Dark nudge)’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런 기업의 꼼수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현대인은 좋든 싫든 한번쯤 ‘구독’이란 서비스를 마주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구독 이용률이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30대의 OTT 구독 이용률은 85.
안전을 지키는 방패일까 사생활 침해일까.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에게 ‘보안 및 사고 방지 용도로 실내ㆍ외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전체의 79.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19.6%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93.3%는 불법적으로 이용만 하지 않는다면 CCTV가 매우 유용한 장치라는 데 동의했다.‘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장소가 있는지’를 물었을 땐 어린이집ㆍ학교 등 교육시설(92.6%ㆍ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고, 진료실ㆍ수술실 등
인류세라는 것이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인류세의 지질은 인류의 흔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핵실험 이후의 방사능, 플라스틱, 닭뼈가 땅에 묻히면서 생겼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인류가 생겨난 이래의 흔적이 땅에 남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세다. 보통 인류세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상징한다. 하지만 나는 인류세를 생각할 때마다 거대하고 오래된 역사책의 측면을 떠올린다.누구에게나 지층이 있다. 그것은 경험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다. 레코드가 테이프가 되고 MP3 기기가 스마트폰이 됐듯
도시 한복판을 걷다 보면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한번 들러달라고 발길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엔 이런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다. 원하는 주택을 골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만, 그 이면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미분양 주택’이란 거다. 문제는 이런 미분양 주택을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선착순 동호수 분양’ ‘회사 물량 공급’이란 문구를 적어놓은 모델하우스(견본주택)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착순 동호수 분양’이라는 건 정규 청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정권에서 세금을 깎아준 것만큼 더 투자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에게 임금 형태로 돌아가는 ‘낙수’는 정부 예상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전미경제연구소가 지난 5일 게재한 낙수효과 검증 논문의 결과다. 윤석열 정부도 트럼프 정권처럼 출범 이후 낙수효과를 꾀하는 정책을 폈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면 트럼프 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을까. ■ 낙수효과에 올인=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낙수효과에 사실상 올인했지만, 영미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낙수효과는 특별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9월 1
1596년 병신년. 왜국은 조선을 재침하겠단 계획을 확정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에게 혼쭐이 났던 왜국은 철저한 대비책을 세웠다. 그때 조선 조정은 ‘이순신’과 ‘원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고, 그 배경엔 조선왕 선조의 우매함이 있었다. 나라든 조직이든 정당이든 지도자가 무능하면 배는 산으로 간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일까.1596년 9월 초 책봉식을 마친 풍신수길의 왜나라는 외교적으로 국호를 인정받았다. 명·왜 강화조약은 결렬됐지만, 명나라가 ‘왜국 왕 책봉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기록은 전해지
# 저작권은 보호받아 마땅한 권리다. 인터넷을 넘어 AI 시대가 활짝 열린 지금, ‘저작권 보호’는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하지만 저작권을 보호하는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그 수단이 저작권자의 탐욕을 채우는 데 쓰여선 안 된다. # 문제는 ‘저작권 보호 수단’을 돈 버는 도구로 활용하는 이들이 숱하단 점이다. 그런 저작권자와 손잡고 돈벌이를 하는 법무법인도 있으니, 말 다했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정당한 조치를 하고도 반감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는 얘기다. # 저작권 보호, 대체 어디까지 이해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의 한 연립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1987년 준공했다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다.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실과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건물들. 편의점이나 대기업 마켓 대신 금고를 열고 계산해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15개동의 건물에 338세대가 모여 산다는 이곳은 서울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와 시간을 비껴간 것 같았다.이곳에는 유난히 노인들과 초등학교를 아직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자 노인들은 밖에 나와 빛을 쐬고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없어 단지에는 언제나 볕이
# 직장인 김소망(가명ㆍ28)씨는 얼마 전 반려식물을 집 안에 들였다. 창가를 볼 때마다 외로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여인초와 금전수를 키운 소망씨는 외로움이 부쩍 줄어들었다. 화창한 날엔 반려식물과 함께 햇빛을 품으며 ‘조용한 행복’을 즐겼다.이는 소망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한 1400명 중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고 답했다(표➊).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다. 국내 1인 가구는 2017년 561만9000가구에서 2023년
“방금 지진 일어난 거 맞음?” 최근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엔 많은 글이 쏟아졌다. 동이 트기 전이었는데도 사람들은 수십개 글을 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누군가는 커뮤니티에 “재난 알람 탓에 잠에서 깼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재난 알람을 듣고 커뮤니티에 접속했을 것이다.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커뮤니티에 온갖 형태의 글을 올린다. 취미나 일상 같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사회·정치적 사건까지 종류에 제한은 없다. 그만큼 커뮤니티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개인의
대학생 시절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4인실을 처음 배정받았을 때, 들뜸과 두려움 등이 섞인 고양감에 룸메이트들과 서슴없이 친해졌다. 통성명을 하지 않아 서로의 학과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난 문예창작과 학생이었고 다른 친구는 경찰행정이었다. 두 친구의 학과는 몰랐다.기숙사 책상을 꾸미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빨리 운동장에 가봐야 한다”고 외쳤다. 구경거리가 생긴 것 같아 운동장으로 뛰어나가자 옷 대신 박스를 입은 채 기타를 들고 있는 이가 서 있었다. ‘대학교란 정말 자유의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그가 입은 박스의 뒤쪽
낮은 공장이 모여 있던 성수동 일대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곳이다. 다만, 지구단위계획이 바뀌면서 지식산업센터도 고층업무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성수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은 여전하고 성수동에 있던 회사가 새 사옥을 짓는 경우도 있지만 사라지는 것도 있다.우리는 1편에서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북쪽 뚝섬역까지 걸었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이곳의 함의를 빛내고 있었다. 이제 성수역으로 발걸음을 넓혀보자.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앞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자리 잡은 ‘누
월세 0원. 관리비와 보증금만 내도 입점할 수 있다. 그런데도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공실투성이다. 하루에 50만명이 오가는 신도림역을 배후로 두고도 상황이 이렇다. 팬데믹에서부터 이어져온 침체 때문인지 전략의 실패 탓인지도 알 수 없다. 활력이 사라진 자리에 ‘무력함’이 들어찬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추운 겨울로 들어가 봤다.‘안녕하세요. 13년 동안 제 삶의 터전이었던 곳, 오늘 그만둡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랑 넘치도록 주셔서 행복했습니다.’신도림 테크노마트 10층 식당가에 위치한 어느 ‘비빔밥 매장’엔 누군가 눈물을 꾹꾹 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