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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NFT 자화상➊
디지털 혁신으로 불린 NFT
최근 들어 NFT 인기 ‘싸늘’
디지털 소유권 이외 의미 없어
소비자의 판단 냉정해졌단 얘기
NFT 시장 어떤 결말 맞을까

NFT는 한때 디지털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습니다. 어떤 디지털 콘텐츠든 ‘NFT 기술을 썼다’는 소문만 돌면 시장에서 하나같이 높은 몸값을 받았습니다. 고릴라 그림 ‘메타콩즈’가 수천만원에 팔린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NFT의 위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을까요. 視리즈 ‘2023년 NFT 자화상 준비’ 첫번째 편입니다.

NFT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작아졌다.[일러스트=메타콩즈 제공]
NFT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작아졌다.[일러스트=메타콩즈 제공]

2021년 3월 11일, 미술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계적인 경매소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디지털 파일’이 수백억원에 팔린 겁니다. ‘매일: 첫 5000일’이란 이름의 이 작품은 작가 마이크 윈켈만이 2007년부터 13년간 만들어낸 5000여개의 이미지를 모자이크 형식으로 붙인 파일입니다. 실물이 없는 ‘그림 파일’인데도 이 작품은 그날 경매에서 6934만6250달러(약 915억3309만원)에 판매됐습니다.

물론 누군가 파일을 복제해 악용할 염려는 없습니다. 이 작품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기술을 적용해 원본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NFT 덕분에 디지털 그림이 실물 작품과 동등한 취급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인데, 이 소식을 접한 작가 윈켈만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NFT로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우리가 미술사의 다음 장인 디지털 예술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는다.”

윈켈만의 말이 보여주듯 예술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등에 업은 NFT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습니다. NFT가 붙었다 하면 그게 원숭이 사진(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이든 돌멩이를 그린 그림(이더락)이든 상관없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죠. 이들 NFT의 몸값은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7월엔 BAYC가 그려진 와인 한병이 250만 달러(약 32억7000만원)에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관련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커졌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댑레이더에 따르면, 세계 NFT 거래대금 규모는 12억 달러(2021년 1분기)에서 120억 달러(2022년 1분기)로 1년 만에 10배나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마케츠는 2022년 5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NFT 시장이 연평균 35.0%씩 성장해 2027년 136억 달러(약 17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NFT는 디지털 자산시장을 대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손꼽혔죠.

이렇듯 매일이 축제 같았던 NFT 산업이 지금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거래량이 대폭 줄었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NFT 거래 규모가 지난해 1월 170억 달러(약 24조4100억원)에서 그해 9월 4억6600만 달러(약 6692억원)로 97.2%나 줄었습니다. 8개월 만에 거래량이 10분의 1가량 쪼그라든 셈입니다.

NFT 거래소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듄 애널리틱스는 보도자료에서 “NFT 시장점유율의 90%를 차지하는 거래소 오픈씨(OpenSea)의 7월 거래량도 5월 대비 75.0%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NFT 시장에 불어닥친 혹한기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9억8000만 달러(댑레이더)로 반등하나 싶었던 NFT 거래량은 10월 4억 달러로 또다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한편에선 “NFT 구매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결과”라고 여전히 긍정론을 펼치지만,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BAYC, 크립토펑크 등 잘나가는 인기 NFT의 가격도 급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올해 4월까지만 해도 40만 달러를 유지하던 BAYC 최저가는 현재 6만3394달러(11월 26일 기준)로 84.2% 떨어졌습니다.

NFT가 빠른 속도로 침체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급속도로 쪼그라드는 건 예고된 결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NFT가 처음 세상에 나올 당시 사람들이 NFT를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다. 유명 화가나 작고한 연예인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면 값이 뛰듯 NFT가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을 부풀리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NFT의 본질은 디지털 자산의 고윳값을 인증해주는 ‘디지털 등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사실이 점점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NFT 시장의 거품이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9월 암호화폐 분석기업 댑갬블(dappGamble)이 시중에 거래되는 7만3257개의 NFT 컬렉션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5.2%인 6만9795개의 시가총액이 ‘0이더리움(가상화폐의 종류)’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NFT 10개 중 9개는 가격이 ‘0원’이란 얘기입니다. 그만큼 NFT의 거품이 빠르게 빠졌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NFT를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거래 규모가 급감하긴 했지만, 오픈씨의 경우 하루 NFT 거래건수가 1만건이 넘습니다. 계속 위축되던 거래량이 10월 들어 약간 반등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댑레이더는 11월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10월 NFT 거래량이 전월 대비 10.0% 증가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였다”면서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16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해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가상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쓰는 NFT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NFT에 투자하는 게 ‘섣부른 베팅’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체 NFT 중 95.2%의 가치가 ‘0원’이란 연구 결과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NFT가 가진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박상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NFT에 관심이 있다면 최소한 ‘좋은 NFT’와 ‘나쁜 NFT’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효용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 지속적인 수요가 생기면 구매하거나 투자할 만한 NFT다.”

박 위원장이 말하는 ‘좋은 NFT’와 ‘나쁜 NFT’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NFT는 정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인 걸까요. 視리즈 ‘2023년 NFT 자화상’ 2편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찾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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