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참 이상한 투자: 일 2% 수익률 2편
사기 당하는 이유는 결국 탐욕
미래 암담할수록 유혹 더 심해
주변 동참시키면 가해자로 전락
희망고문에 피해 신고도 적어
황당한 투자 사기 근절 어려워

다단계 투자 사기는 서민의 미래와 희망을 빼앗는 범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다단계 투자 사기는 서민의 미래와 희망을 빼앗는 범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비현실적인 수익률을 제시하는 사기꾼의 말에 넘어가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꺼내놓으면 많은 사람이 이런 의견을 내놓습니다.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면 그런 뻔한 사기에 넘어가느냐.” 

# 하지만 삶이 절박하거나 벼랑에 몰린 사람은 뻔한 술수에도 속아 넘어갑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죠. 더스쿠프가 ‘참 이상한 투자: 일 2% 수익률’ 첫번째 편에서 기사화한 투자설명회에 발을 잘못 들여놨다가 피해자로 전락한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 문제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 상당수가 경찰에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참 이상한 투자: 일 2% 수익률’ 두번째 편입니다. 

우리는 ‘참 이상한 투자: 일 2% 수익률’ 첫번째 편에서 ‘원탑○○○’라는 기업의 이상한 투자설명회를 고발했습니다. 투자원금의 2%를 매일 지급한다는 비현실적인 수익률로 사람들을 꼬드기고, 투자자들에게 영업을 강요하며, 약속한 수익을 못 받더라도 불만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하는 투자설명회였죠.

이를 두고 누군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기 피해자들이 그렇듯 삶이 절박하면 ‘눈에 보이는 뻔한’ 사기도 구분해내지 못하니까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말도 안 되는 일에 말려드는 겁니다. 그 사례를 보실까요?  

사기꾼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기꾼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피해 사례➊ = 탈북민 김선화(가명)씨. 2003년 탈북한 김씨는 남한에 정착한 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새 삶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김씨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김씨에겐 뇌종양을 앓는 10대 딸이 있었습니다. 딸의 항암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들이 많아 돈을 벌어도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딸의 건강은 더 나빠졌고, 김씨는 일도 그만둔 채 간병을 해야 했습니다.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씨는 같은 탈북민으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듣습니다. “빅히트○○○○(원탑○○○의 전신)이라는 곳에 목돈을 투자하면 매일 투자원금의 1%를 준다(원탑○○○에선 2%로 상향)”는 거였죠. 빅히트○○○○의 대표가 탈북자 출신이라는 점도 김씨의 결정에 꽤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같은 탈북자니까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테고, 같은 탈북자끼리 사기를 치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결국 열심히 일해서 모아 둔 7000만원을 전부 빅히트○○○○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자 실제로 매일 70만원이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김씨에겐 ‘이 정도면 아이 병원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결국 김씨는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빼고, 대출까지 받아 6000만원을 추가로 더 넣었습니다. 이후 한달 동안 130만원이 통장으로 입금됐습니다. 김씨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달이 조금 흐른 시점부터 입금이 끊겼습니다. 그제야 김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처음엔 전산상의 오류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금만 돌려달라고 하니까 안 된다더군요.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으니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딸의 약값도 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임대아파트에서도 쫓겨날 상황이니까요. 너무 후회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상당한데도 정작 경찰에 신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최근 빅히트○○○○의 대표를 구속하면서 이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이들이 100여명, 그들의 피해액은 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전체 피해자 수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0명 중 1명만 신고를 했다는 건데요.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피해 사례➋ = 박수진(가명)씨의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빅히트○○○○을 소개받은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실제로 매일 1만원씩 통장으로 입금되는 걸 확인한 박씨는 교회의 다른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습니다. 그 사람들만 50명에 이릅니다. 투자금도 더 넣었습니다. 

박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금액을 늘리거나 다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도록 만들기 위해 빅히트○○○○이 프로모션을 진행했어요. 1000만원 이상 투자하면 수익률을 2%로 올려주는 거였는데, 기회라고 생각했죠. 총 6000만원을 넣었어요.”

당연히 그건 기회가 아니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쯤 흐르자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았고, 빅히트○○○○ 측은 ‘전산마비 때문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 말을 믿은 박씨는 자신이 끌어들인 피해자들에게 사비를 털어 수익금을 나눠줬습니다. 그래도 자신을 믿고 돈을 맡긴 사람들인데, 외면하기 힘들었다는 게 박씨의 설명입니다. 

이후 박씨는 미련을 버렸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박씨는 ‘곧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빅히트○○○○이 없어진 후 원탑○○○가 생기자 원탑○○○로 옮겨왔습니다.

“이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을 믿고 또 2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수익금은 한번도 들어오지 않았죠. 박씨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결국 사기라는 걸 깨달았지만, 저도 가해자가 된 상황이어서 어디다 하소연도 할 수 없더라고요. 제가 끌어들인 사람들의 원금만 어떻게든 갚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박씨가 자신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도 죄책감을 짊어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사건의 경우 피해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피해자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투자했던 회사가 없어지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아예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수사를 방해하는 투자자들도 종종 있습니다.”

사기꾼들도 피해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빅히트○○○○ 대표는 구속 전에 개최한 투자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날 신고해서 내가 잡혀가면 회사가 망해요. 그럼 여러분도 돈 못 받아요. 그러니 수익금이 안 들어오면 ‘스스로 일(투자자를 끌어오는 것)을 못했구나’ 생각하고 가만히 있으세요. 더구나 애초에 안 될 것 같은 기업이면 투자를 하지 말았어야죠.” 대놓고 투자자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겁니다. 답답할 노릇이죠. 

더 갑갑한 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범법자들에게 제대로 죄를 묻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원탑○○○와 빅히트○○○○에서 일어난 일은 어떤 범죄에 속할까요? 

관련 사건의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건의 관계자는 “실제 이윤 창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의 돈을 이용해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불려가는 것으로 볼 때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단계 투자 사기)’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폰지 사기를 입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찰에 고발을 하든 재판을 통하든 사기 혐의를 물으려면 투자를 유도한 기업에 실질적인 사업이 정말 없었는지, 사기꾼들이 어떤 이득을 얼마나 봤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최근 빅히트○○○○ 대표를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구속했다.[사진=뉴시스]
경찰은 최근 빅히트○○○○ 대표를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구속했다.[사진=뉴시스]

그래서 사기꾼들은 늘 자신들이 수익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예컨대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다단계 판매를 통해 그 사업자들의 매출에 도움을 주고 수수료를 받는 등 실질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속입니다. 카드 가맹사업, 쇼핑몰 사업 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원탑○○○의 투자설명회 역시 그랬습니다. 사기꾼들이 깔아놓은 밑밥들 때문에 사기를 입증하기 어려운 거죠.

구속된 빅히트○○○○ 대표 역시 혐의는 폰지 사기가 아닌 유사수신(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투자금을 모금하는 것)입니다. 폰지 사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유사수신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받습니다. 형량은 사실상 특가법이 더 높습니다. 5억원 이상의 이득만 챙겨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찰 관계자는 “사기 사건에 휘말릴 경우 다양한 이유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내 돈의 회수’가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려면 피해자들이 빨리 경찰에 피해를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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