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섣부름의 실패학➌ 정부편
논란만 일으킨 노동시간 개편
8개월 만에 애매한 결론 내놔
법인세, 종부세 낮춘 감세정책
정부, 낙수효과 기대했지만…
사내유보금만 쌓은 국내 기업
2.7% 쪼그라든 3분기 소비
각종 규제 완화한 부동산 정책
가계부채 증가세 부추겼을지도
3분기 최대치 기록한 가계부채

정부 정책이 가진 힘은 크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제는 물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서다. 그래서 정책을 추진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은 칭찬보단 비판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몇몇 정책을 섣불리 시행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사진=뉴시스] 

출범 2년째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그간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중엔 괜찮은 정책이란 평가를 받는 것도 있지만 섣부름이 화를 자초했다고 비판받는 정책도 적지 않다. 우려스러운 점은 섣부른 정책이 불러올 나쁜 영향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 섣부른 정책➊ 근로시간제도 개편 = 지난 3월 6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이랬다. “주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인 근로시간을 일주일에 최대 80.5시간(주7일 근무 기준)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노사에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거세게 비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연 1915시간을 기록했다. 36개국 중 4번째로 많은 것으로, OECD 평균 노동시간(연 1716시간)보단 199시간이나 길었다. 그러자 일주일 후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며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1월 13일 정부는 8개월의 논란 끝에 애매한 결론을 내놓았다. 지금의 주52시간 근무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은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전체 노동시간을 바꾸겠다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일부 업종만 유연화하는 것으로 축소한 셈이다. 정책 추진 전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섣부름이 사회적 논란만 일으킨 꼴이 됐다. 

■ 섣부른 정책➋ 감세정책 = 윤 정부 중요 정책 중 하나인 ‘감세’도 섣부른 정책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감세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7월 발표한 ‘2023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3%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야당의 반대로 전 구간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법인세를 낮추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부자감세 논란이 일자 정부는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세도 낮췄다. 60%를 적용하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45%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하향했다. 여기에 1가구 1주택자를 위한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을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감세정책을 통해 정부가 노린 것은 이른바 ‘낙수효과’다. 감세로 늘어난 소득만큼 투자와 소비에 사용할 것이란 기대를 정책에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이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흘러갔는지는 의문이다. 

불안한 글로벌 정세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다. 실제로 2012년 260조원이었던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21년 448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초엔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이 145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감세로 아낀 돈을 기업 곳간에 쟁여놨다는 거다.[※참고: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미처분 이익잉여금)은 올 3분기 134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51조633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2021년 사내유보금 122조원보다 12조원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 역시 다르지 않다. 감세정책으로 아낀 돈을 소비에 사용하지 않았다. 국내 소매판매는 올 3분기 –2.7%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99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길게 이어진 ‘마이너스’다. 

결국 정부의 감세정책은 세수 부족 현상만 부추겼다. 지난 10월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9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9월 거둬들인 국세수입은 26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조9000억원 감소했다. 9월 이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혀도 올해 세수는 344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세입 예산 400조5000억원 대비 55조6000억원 부족한 금액이다. 

■ 섣부른 정책➌ 부동산 정책 = 이뿐만이 아니다. 규제 완화 일변도였던 부동산 정책도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고, 최대 10년이었던 수도권의 전매제한을 3년으로 낮췄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기준(12억원)과 특별공급 배정 분양가 상한기준(투기과열지구 9억원)도 폐지했다. 고금리로 부진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가계부채 증가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올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올 1분기 2조1000억원의 감소세를 기록했던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분기 5조8000억원, 3분기 11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가계부채를 자극했다. 그 결과, 3분기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경제 정책”이라며 “감세정책을 펼치면서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산업구조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감세정책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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