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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
정책금융·부채 등 시장 왜곡 요인
부동산시장 왜곡 가능성 높아
美 금리인하 효과와 다른 점
韓 금리인하→주가상승 50% 미만
7월 돌아올 공매도 복병 될 듯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래서인지 증시와 부동산에 봄바람이 불어올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대통령이 나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언급하는 등 시장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니다. 올해 부동산과 증시의 제약 요건을 알아봤다. 

정책금융 자금은 2023년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시장에 나타날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정책금융 자금은 2023년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시장에 나타날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 부동산=경제매체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올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2022년 말 테마파크(레고랜드) 부채 문제로 위기를 겪었고, 정부가 2023년 말 건설사(태영건설) PF 관련 지원을 약속해 약점이 위기로 악화했다”며 “2023년 한국 부동산 시장은 25년 만에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이같은 부동산을 둘러싼 위기들 모두 해결되고 집값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시장 왜곡이 없는 상태라면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시장엔 언제나 왜곡이 존재한다. 신용평가회사 피치 레이팅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금리를 0.75%포인트 내리면, 미국 주택 가격은 올해 최대 3%, 내년에도 2~4%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정책금융, 전세제도, 부채비율 등의 문제로 즉각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낮은 이자율의 정책금융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40여조원이 풀리면서 서울 중심지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연착륙이 아닌 과열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올해 준비한 정책금융 50여조원도 일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는 세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정책금융의 성격이다. 올해 정책금융은 신생아 특례 대출, 청년주책드림대출이다. 수억원의 종잣돈을 보유한 청년과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DSR 제도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인데, 이런 차별적 대출 시장이 조성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우리 경제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은행이 2023년 12월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2024년 1월 첫 거래일 상승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 지수는 2024년 1월 첫 거래일 상승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자료 | FOMC 점도표]
[자료 | FOMC 점도표]

셋째, 인구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가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 공급 완화 정책을 예고했지만, 인구감소가 본격화한 우리와 맞지 않는 정책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감소는 산업 공동화와 도시의 축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학 교수는 2018년 발표한 ‘주택 가격 하락이 도시 축소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에서 “일본 인구감소로 도쿄 수도권의 주택 가격 하락 규모는 2045년까지 94조엔(약 920조원), 가구당 약 1000만엔(약 900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주가=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금리 인하의 효과는 항상 즉각적이었고, 예외도 없었다. 1985년 1월 이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것은 9차례였고, 그때마다 S&P500 지수는 첫 금리 인하 이후 3개월 동안 상승했다. 평균 3개월 상승률은 5.1%였는데, 이는 2.2~2.5%인 평균 상승률(1985년 1월~2023년 12월 7일)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준금리의 인하를 경기침체 방지 수단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물가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10월 중순 이후 미국 증시가 반등한 이유는 다가올 금리 인하를 경기침체 방지용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조정의 성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미국 증시에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공포지수는 최저 수준이고, 주가와 관련해 나쁜 뉴스도 사라졌는데도 그렇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자산관리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3년 12월 4일 ‘중요한 시점으로의 접근’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증시 약세 전망을 무시해서 큰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들이 올해에도 증시의 완벽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증가하고, 은행 대출이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서구권 투자은행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나친 장밋빛 전망의 위험성을 설명할 정도인 상황에서 한국 증시도 다가올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금리 조정 역사를 보면 주가가 오르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한국은행은 2000~2023년 기준금리를 총 26회 인하했다. 이 중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경우가 12회, 하락한 경우가 14회였다. 기준금리 인하폭이 0.75~1.0%포인트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지수가 상승했는데, 0.50%포인트 이하라면 평균적으로 지수는 소폭하락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부동산 시장의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부동산 시장의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4월 발표한 ‘통화정책의 긴축적 변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주가를 움직인다”며 “유동성은 기준금리가 동일한 수준이라도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지난해 증시 부양 효과가 있는 공매도 금지 정책을 끌어다 썼다는 점도 한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올해 7월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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