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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 “부동산 부양해 인구감소 대응”
고령화와 인구감소 대처법 달라
인구-GDP 연관성 입증 안 돼
인구 줄면 실업률 감소 효과도
인구감소 진짜 문제 찾아내야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과 인구감소 대응책을 같은 선상에 놓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가 꼭 경제에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인구감소는 경제에 나쁜 것일지 아니면 좋은 것일지 두 진영의 논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부산시청에서 열린 해외취업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해외기업의 구인공고게시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시청에서 열린 해외취업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해외기업의 구인공고게시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집값, 사교육비 증가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 부동산과 교육 정책을 조정해 대응할 계획이다. 국토연구원이 3일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의 골자는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주택 관련 세금을 인하하고, 교육비 부담을 줄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0명(1단계 목표), 2.1명(최종 목표)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국토연구소의 이 보고서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4년 1.74명을 기록한 후 단 한번도 이를 넘어선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매매가와 전세가를 합친 주택가격이 첫째 아이 출산율에 30.4%, 둘째 자녀 출산율에 28.7%를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앞뒤가 바뀐 얘기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출산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2010~2012년 3년 동안 집값은 가장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기준으로 집값은 2010년 -2.06%, 2011년 -0.38%, 2012년 -6.65%나 빠졌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란 거다. 

인구감소가 경제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인구가 줄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피부양인구가 늘면서 사회적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6월 ‘인구절벽 대응책 마련해야’라는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GDP는 0.59% 줄고, 피부양인구가 1%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17% 감소한다”며 “2050년에는 2022년 현재보다 GDP가 28.38%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고령층 피부양인구의 증가는 엄밀히 따지자면 인구감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고령화의 문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해결책으로 부동산 공급 증가 정책이라는 선택을 했다면, 두가지를 반드시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인구감소로 인한 1인당 GDP의 의미 있는 변화를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인구감소는 최근 들어 소수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학자들은 오랜 기간 인구증가로 인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가 1798년 발표한 「인구 원리에 관한 에세이(인구론)」는 인구의 자연적 증가를 식량의 증가분이 따라갈 수 없으므로 불평등으로 인한 기아, 전쟁,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 정책’을 제안했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처음 발표할 때 익명을 사용한 이유는 그의 정책 제안이 당시 기준으로도 지나치게 파괴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하고 보편적인 인구 관련 이론은 ‘P의 악마, U의 악마론’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7년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란 저서에서 “기업들이 인구 감소를 감안해 경제전망을 하면, 수요 부족 우려로 투자가 쪼그라든다”고 분석했다.

케인스는 기업의 투자 위축이 실업자를 늘려 장기침체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케인스는 “P(population·인구증가)의 악마를 풀어주면(통제하면), U(unemployment·노동력 부족)의 악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맬서스와는 달리 평등한 소득 분배와 소비 진작 정책을 제안했다. 

그래서 인구감소가 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인구가 줄면 환경 파괴가 줄고, 실업이 감소하며, 노동의 가치가 높아져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노동의 가치란 토지, 자본, 노동에서의 가치인 임금 상승을 말한다. 케인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리스 아테네 경제경영대학의 테오도르 리아노스는 2023년 10월 ‘인구 감소와 GDP 성장’이라는 논문에서 “인구가 감소한 나라 중에서 19개국은 1인당 GDP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결론내렸다. 대신 논문은 “인구의 감소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경로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주택과 소비재 등의 수요가 줄어들어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와는 다른 인구감소의 문제는 따로 있다. 첫째, 인구감소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유발해 도시를 차례로 소멸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학 교수가 2018년 발표한 ‘주택가격 하락이 도시 축소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에서 “인구감소로 도쿄 수도권 집값은 2018년 이후 연평균 1.3%씩 하락하지만, 도심에서의 거리에 따라 차등적으로 내려간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도쿄 중심부까지 통근 시간이 30분 이내인 주택의 가격은 2018년 기준으로 27년 후 9.98% 하락하지만, 통근시간 60분은 29.8%, 150분은 61.2%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여러 도시가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둘째, 인구감소는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준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노동력이 귀해지면, 임금이 오르고, 이에 따라 해외로 이주하거나, 해외에서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3일 주택가격과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국토연구원은 3일 주택가격과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2015년 포브스에 게재한 ‘인구감소와 경제의 반전’이라는 기고문에서 “인구감소는 지난 500년 동안 자본이 우위를 점했던 나라에서 노동력을 확보한 이들이 우위를 차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은 “인구감소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미국식 해결책인 이민이지만, 유럽 대부분 국가와 일본은 이민자들의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범정부 외국인 정책에 사회통합 방안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인구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제 혁신의 감소로 이어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는 「인적자본」이란 저서에서 “사회 전체의 혁신 의지와 역동성은 젊은 근로자와 기업가로부터 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인구 감소는 사회의 혁신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도시 지리학자 조엘 코트킨 채프먼대학 교수도 “일본의 노동력이 1990년대 이후 감소한 게 결과적으로 일본을 장기침체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인구감소와 사회 혁신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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