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존엄한 죽음… 고독사와 희망
가장 완벽하거나 가장 두려운 세계
노부부와 개, 종을 넘어서는 사랑
탈 스마트폰 위한 과속방지턱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 민음사 펴냄


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이 출간됐다. 「고독사 워크숍」의 인물들은 존엄한 죽음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시시하고 모순된 욕망이 담겨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고독사 워크숍의 참가자들이 털어놓는 내밀한 자기 이야기이기도 하고 고독했던 자신과 타인의 과거를 애도하며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현실을 껴안고 있는 인물들은 고독사를 말하면서도 희망을 찾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SF는 작가가 상상하는 가장 완벽하거나 가장 두려워할 만한 세계를 그려낸다. 우다영 작가는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에서 미래를 예지하거나 전생을 기억하는 인물 등을 내세워 다섯개의 세계를 보여준다.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은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이 다르고 또 어떻게 만나는가. 그리고 또 서로를 어떻게 구해내는가. 이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면 우다영 작가가 그리는 세계를 관찰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내 식탁 위의 개」
클로디 윈징게르 지음 | 민음사 펴냄


세상과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늙은 부부 앞에 어느 날 학대당한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두 사람의 일상과 마음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2022년 페미나상 수상작이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소설은 노부부와 개의 감동적인 우정을 통해 종의 경계 너머로 확장하는 사랑을 그린다. 노쇠한 80대 작가가 탐사하듯 살아가는 노년이라는 시간과 무너져 가는 기후 위기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시적인 언어로 사유한다.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갤리온 펴냄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2022년)꼴로 ‘스마트폰 중독’이다. 스마트폰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책은 스마트폰과 도저히 떨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30일간의 집중력 회복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한때 지독한 스마트폰 중독자였던 저자는 “하루 1시간 사용과 같은 터무니없는 목표는 이룰 수 없다”면서 ‘디지털 트래킹’ ‘수면을 이루는 공간 경계선’ ‘집중을 경험하는 시범분리’ 등 효과적인 ‘과속방지턱’을 제시한다. 

「조선사 쩐의 전쟁」
이한 지음|유노책주 펴냄


유교와 선비의 나라로 알려진 ‘조선’.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색다른 모습을 들춰낸다. 돈을 향한 조선인들의 고군분투기다. 온갖 사료에서 돈과 관련한 조선인들의 사연을 건져올렸다. 돈 앞에선 양반도 상놈도 없었고, 형제자매나 부모자식도 안중에 없었다. ‘양반과 노비의 재산싸움’부터 ‘고리대를 놓는 양반 마님’ ‘돈 때문에 척진 사람들의 소송 기술’까지. 조선시대 쩐의 전쟁을 읽다보면 세상과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된다.

「DK 미소생물 대백과사전」
DK 미소생물 편집 위원회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전자 현미경 같은 첨단 과학 기술 장비가 없다면 볼 수 없는, 그렇지만 우리의 삶과 자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소생물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작게는 1000배에서 크게는 100만 배까지 확대한 광학 및 전자 현미경 사진 700컷과 밀도 높은 과학적 사실은 인간의 허파꽈리에서 일어나는 산소 분자의 교환 과정에서부터 정상세포를 감염시키는 전염병의 현장까지 미소 생물 세계의 온갖 장면을 포착한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600 이전, 문명의 아침」
한스요아힘 게르케 책임편집 | 민음사 펴냄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와 독일의 출판 명가인 C.H.베크 출판사가 함께 펴낸 역사 시리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가와 중진 역사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했으며, 방대하고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최신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진정한 당대의 세계사란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주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으로 선사시대에서 기원후 600년 무렵까지를 다룬다. 연대순으로 따지면 첫번째 책이다.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
이병일 지음 | 문학수첩 펴냄


영원히 서정을 노래하는 녹명의 시인 이병일의 첫 산문집이다. 시인은 작고 시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존재를 기억하고 소중히 생각한다. 시인은 자신이 위로를 받은 대상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사랑해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가족, 일상, 자연에서 위로받은 기억들은 소소해 보이고 극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 존재를 통해 누구나 품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다.

「학산문학 2023 겨울」
학산문학사 편집부 | 학산문학사 펴냄


학산문학의 2023년 겨울호 특집은 김수영 시인이다. 혁명을 꿈꾸는 시인은 시에서 자주 ‘아내’를 적대시한다. ‘여편네’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날을 세우지만 시가 아닌 다른 글에서 김수영은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스스로의 행위에 졸렬한 감이 있다고 자평한다. 이번 호의 또다른 인물은 이청준 작가다. 50여년 전 발표된 「당신들의 천국」은 냉혹했던 그 시대뿐만  아니라  신뢰가 부족한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이지원·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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