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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상속세·중과세 등 부자 옹호 발언
옥스팜 “5대 부자 재산 3년 간 두배 ↑”
부자 연구하는 세계의 경제학자들
연구 대상 이젠 소득 0.001% 부자

4‧10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 부자 감세, 대기업 세액공제, 상속세 등 ‘부자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쟁에 불씨를 붙인 이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럼 세계 경제학자들의 ‘부자 연구’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더스쿠프가 최근 논문을 위주로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민생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민생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부자 논쟁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금융 분야 ‘민생 토론회’에서 “소액주주는 회사의 주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주가가 올라가야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데,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대주주는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한다. 할증세까지 있어서 재벌기업,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상장한 어지간한 기업들도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윤 대통령은 10일 민생 토론회에서도 “우리는 ‘고가 차량 중과세해야지’ ‘있는 사람들한테 더 세금을 뜯어내야지’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사실은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먼저 매년 불평등 보고서를 내는 영국 시민단체 옥스팜의 불평등 보고서를 보자. 올해 보고서 제목은 ‘불평등 주식회사’다. 옥스팜은 “상위 1% 초부자(슈퍼리치)가 전 세계 금융 자산의 43.0%를 소유하고 있었다”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 세계 상위 5대 부자의 자산이 2020년 이후 3년 동안 2배(114%)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상위 1%는 전체 금융 자산의 50%를 보유해 경제 집중도가 좀 더 높았다. 

■ 불평등은 상수=경제학자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부자들에게 소득과 자산이 쏠리면서 불평등이 커졌고, 이것이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는 데 동의한다. 경제학계에서 논쟁의 초점은 이제 불평등의 존재가 아니라 불평등이 과연 얼마나 커졌는가다. 

「21세기 자본」을 저술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 교수) 이후 경제학계에서 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상위 10% 부자들의 소득 증가에는 이견이 없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피케티의 ‘자본수익률(금리)>경제성장률’ 공식은 유효하다.  

2010년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자 연구의 기준은 상위 1%로 옮겨갔다. 2011년 9월 월스트리트에서 불평등, 기업의 탐욕 등에 반대하는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OWS)’ 운동이 시작됐다.

“우리는 99%다(We are the 99%)”란 유명한 문구는 OWS의 구호다. OWS는 주도하는 세력 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모인 단체다. 2011년 10월에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상위 1% 부자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자본의 수익률이 국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자본의 수익률이 국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우리는 99%다’의 이론적 배경은 토마 피케티, UC버클리의 이매뉴얼 사에즈, 가브리엘 저크먼 교수의 연구 결과로 볼 수 있다. 피케티와 사에즈, 저크먼은 “미국의 소득 상위 1%가 1960년에는 전체 소득의 9.1%를 차지했는데, 2019년에는 그 비중이 15.1%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피케티는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활용했다.

부자와 불평등을 다룬 가장 최신 논문은 지난해 11월 시카고대학의 정치경제학저널(JPE)에 게재된 제럴드 아우텐, 데이비드 스플린터의 연구다. 이 논문도 IRS의 자료를 사용했지만, 여기에 IRS 감사 보고서 내용을 적용했다. 아우텐은 미시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후 재무부 조세분석실에서 일하고 있다. 공동 저자인 스플린터는 미 의회 입법조사처에서 조세 연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불평등이 증가하고,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정부의 이전 소득과 세금의 누진성이 증가하면서 IRS에 신고되지 않은 유형의 소득까지 합치면,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1960년 8.1%에서 2019년 8.8%로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고소득층의 부가 ‘불어나지 않았다’고 해석한 건 아니다. 쉽게 말해 부자일수록 소득 신고를 축소하고, 조세 회피 등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소득 자체는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는 거다. 초부자들에게 그리 명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일례로 피케티와 사에즈가 누락된 소득을 전체 소득 구간별로 동일하게 적용했다면, 아우텐과 스플린터는 IRS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위 1%, 0.1%, 0.01% 소득을 올린 이들이 사업 소득을 더 많이 과소 신고했을 것이라며 가중치를 차별화해서 독특한 결론을 냈다. 

■ 부자들의 자산이 진짜 문제=이제 부자와 불평등 연구의 초점은 초초부자(울트라리치)라고 할 수 있는 상위 0.01%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오언 지다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매슈 스미스 재무부 애널리스트, 시카고대학의 에릭 즈윅 교수와 함께 지난해 발표한 ‘미국 최고의 부: 이질적 수익률에 따른 새로운 추정(Top Wealth in America: New Estimates under Heterogeneous Returns)’이라는 논문에서 “1989~2016년 미국 상위 1%, 0.1%, 0.01% 부자들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포인트, 4.6%포인트, 2.9%포인트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 상위 1%는 2016년 1월 현재 전체 자산의 33.7%를 차지하고 있고, 상위 0.1%와 0.01%는 각각 미국 전체 자산의 15.7%, 7.1%를 보유했다. 상위 0.001%는 전체 자산의 3.19%를 소유했다. 

오큐파이 시민운동은 월가와 부자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불붙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큐파이 시민운동은 월가와 부자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불붙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은 어떻게 초초부자가 됐을까. 부자와 그 외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주식과 부동산이다. 일반 사람들이 자산을 주택‧연금 형태로 보유했다면, 초초부자들은 주식회사 법인을 소유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주식회사 지분, 절세 목적의 도관회사(pass-through corporate) 지분을 소유해 수익률을 높였다. 도관회사는 조세 회피를 위해 만든다는 점에서 페이퍼컴퍼니와 같지만, 1~2명의 직원이 서류 전달과 같은 간단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 최상위 부자들인 상위 1%의 자산 수익률은 일반인의 수익률보다 3.5배 높았다. 논문은 그 비결 중 하나가 법인을 통한 절세, 페이퍼컴퍼니와 유사한 도관회사라고 분석했다. 

에릭 즈윅 교수는 2022년 9월 시카고부스리뷰의 ‘슈퍼리치는 정확히 얼마나 부자일까’라는 기사에서 “부자들에게 도관회사와 같은 사업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며 “이들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다고 보여주지만, 이 회사의 실제 가치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산 상위 1%는 순자산이 32억79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1년 전보다 3억720만원 늘어난 커트라인이다. 빚을 포함한 국내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53억6882만원이며 부동산이 전체의 81.4%를 차지했다. 한화생명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순자산 상위 0.1%인 슈퍼리치의 커트라인은 순자산 76억8000만원이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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