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법카: 부당한 사용과 구멍❹
반복되는 공공 법인카드 논란
오용 질타해도 결과 바뀌지 않아
산업부의 ‘법카 찬스’ 논란 대표적
피감기관 난방공사 카드 ‘펑펑’
난방공사 보고 받고도 조치 안해
징계 결과, 환수 여부도 ‘깜깜이’
일부의 일탈로만 보긴 어려워

2023년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네북’이 됐다. 산업부 직원들이 피감기관인 지역난방공사의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썼기 때문이다. 난방공사가 일찌감치 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하면서 이들의 ‘법카 찬스’는 3년이나 이어졌다. 결국 감사원이 뒤늦게 비위를 발견했고 징계 요청을 했지만, 후속조치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환수 여부도 ‘깜깜이’다. 더스쿠프 視리즈 법카: 부당한 사용과 구멍 네번째 편이다. 

지난해 국감에선 산업부 직원들이 난방공사 법카를 함부로 써서 문제가 됐다.[사진=뉴시스]
지난해 국감에선 산업부 직원들이 난방공사 법카를 함부로 써서 문제가 됐다.[사진=뉴시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유용은 대표적인 ‘혈세 빼먹기’다. 매년 국정감사에선 단골처럼 오르는 비위 이슈이기도 하다. 경영진이나 직원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걸리는 촌극이 끊이지 않는다는 거다. 

최근 3년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법카 오용 사건은 14건에 이른다.  2023년 국감에서도 그랬다. 이런저런 명분으로 과다 사용한 법인카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숱한 질타가 쏟아지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까닭은 뭘까.

더스쿠프가 최근 3년간의 국정감사와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그 이유를 되짚어봤다. 이번 視리즈에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갑질과 그 예하 기관의 ‘모른 척’을 살펴보자. 

2023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법인카드 오용 사건’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산업부 A직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난방공사)의 법인카드를 3년 동안 897회에 걸쳐 8584만원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당시 국감에선 A직원이 ‘난방공사 법카’를 어떻게 부당하게 사용했는지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된 사례를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A직원이 사적 식사를 마치면 난방공사 파견직원이 와서 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식이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일하던 난방공사 직원을 강원도 삼척시까지 불러서 식사비를 대신 내도록 한 적도 있었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A씨는 식당에서 식사 후 먼저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파견직원에게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맡기면서 결제를 취소하도록 했다. 취소하고 새로 긁은 카드는 당연히 난방공사 법인카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A직원은 가족과 먹기 위해 한우고기를 사고 그 값을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긁었다. 텀블러나 머그컵 같은 기념품을 살 때도 난방공사 ‘법카 찬스’를 활용했다. 난방공사 파견직원은 회사의 관리ㆍ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A직원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법인카드 결제 횟수와 금액, 부당 사용의 흔적을 고려하면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엔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같은 부서의 산업부 직원 B씨도 3년간 8차례에 걸쳐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회식비 1166만원을 결제했다. 산업부 직원과의 회식에 난방공사 직원들을 불러 참석시킨 뒤, 결제는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대신 하는 식이었다. 많은 직원이 참여한 ‘부서 회식’이다 보니 결제 금액이 그만큼 컸다. 

더 황당한 건 이런 비위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란 점이다. 난방공사 관리자급 직원은 산업부 AㆍB씨의 갑질 사례를 몇차례 보고받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난방공사 부서 법인카드를 회수하지도 않았다. 법인카드 갑질에 휘말린 난방공사 파견직원이 관리자에게 ‘휴직 의사’를 토로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지만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감사원은 2023년 9월 산업부에 직원 A씨의 파면을 요구한 뒤, 검찰에 뇌물수수와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산업부 B직원을 상대론 ‘정직 처분’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한 난방공사 관리자에겐 ‘문책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요구대로 중앙인사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드러난 지 3개월이 훌쩍 흘렀지만, 징계 결과는 ‘깜깜이’다. 산업부는 “처분 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땐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후속조치를 질질 끌고 있는 건 산업부만이 아니다. 난방공사가 산업부 직원 A씨와 B씨가 부당하게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을 환수했는지 역시 ‘깜깜이’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난방공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786억원이었다. 

산업부는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렴 교육을 강화하겠다”, 난방공사는 “법인카드 사용 모니터링을 잘하겠다”고 감사원에 소명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구태를 반복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관리ㆍ감독을 해야 할 기관의 주요 경영진이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윗물이 탁한데 어떻게 아랫물이 맑을 수 있느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법인카드: 부당한 사용과 구멍」 다음편에서 이어가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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