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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 생기면 아이 낳을까
신혼희망타운이 갖췄던 것
양육자가 가장 원하는 지원
집에 보육시설 있어야 하는데
뉴홈은 그 빈틈 채울 수 있을까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신혼희망타운’을 제시했다. 보육과 주거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책으로 종합보육센터를 짓는 게 뼈대였다. 신혼부부만 챙겨준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신혼희망타운’ 주택이 가지는 함의는 분명했다. ‘사는 곳’ 근처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준다는 거였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을 폐지하고 ‘뉴홈’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선 그런 함의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행할 지는 알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행할 지는 알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낳고 싶어도 자신이 없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했다. 그러자 정치인들의 이목도 아이 키우기에 꽂혔다. 지난 18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저출산 공약을 발표한 이유다.

양당의 정책은 세부 방안에선 차이가 있었지만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는 큰 목표는 같았고 비슷한 줄기의 대책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는 노동자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육아휴직 대체자를 고용할 수 있는 고용지원금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그 일수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금성 대책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노동자의 동료를 위한 수당 지급을 새로운 카드로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이를 낳을 경우 1억원의 저리 대출과 함께 자녀 수에 따라 완전 탕감을 해주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저출산 대책이 처음 나온 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저출산은 화두였다. 그 대책 중 하나가 신혼희망타운이다. 신혼부부와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이뤄진 입주자들이 ‘공공임대ㆍ공공분양 주택’에 모여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였다. 2024년 발표된 양당의 저출산 대책보다 더 주거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던 신혼희망타운은 사라졌다. 대신 윤석열 정부는 ‘뉴홈’이란 이름으로 신혼부부뿐만이 아니라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 청년층을 아우르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저출산 대책을 주거대책으로 치환한 셈이었다.

문제는 신혼희망타운이 단순히 신혼부부와 아이가 있는 가정에 주택만을 제공하는 정책은 아니었다는 데 있다. 단순 주거 지원 사업이라면 2024년 발표한 양당의 저출산 대책에도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신생아특례대출로 출생과 주거를 연결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신혼희망타운을 정식 명칭으로 삼으면서 ‘종합보육센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론 주택공급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300호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반드시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500호 이상의 공동주택엔 어린이집과 더불어 방과 후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갔다. ‘보육 특화’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정 의무 면적 2배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 ▲입주민들이 서로 돌아가며 아이를 볼 수 있는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양한 보육 서비스를 신혼희망타운에 모두 적용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이 사라지고 뉴홈이 등장하면서 종합보육센터의 청사진은 흐릿해졌다. 애초 신혼희망타운으로 기획됐던 고덕강일 3단지의 상황을 살펴보자. 2023년 6월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사전 청약을 받은 고덕강일 3단지에는 청년,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가 모두 입주한다.

신혼희망타운이 존속했다면 당연히 보육시설이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장담하기 어렵다. SH 관계자는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해당 지자체의 허가가 있어야 설치가 가능하다”며 “본청약이 이뤄질 때쯤이 돼야 보육시설의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동작구 수방사 부지를 보자. 이곳은 대략 200호 규모의 작은 단지다. 그중 30%가량이 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이다. 동작구 수방사 사업지를 담당하는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LH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으로 계획했다가 뉴홈으로 전환한 단지에는 실내 놀이터, 공동육아방, 방과 후 돌봄센터나 어린이집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사전청약지구 설계를 진행하고 있어서 계획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해당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보육시설 설치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거다. 

누군가는 ‘종합보육센터가 굳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LH는 2023년 공공주택지구 거주자 1000명에게 ‘0~12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를 물어봤는데, 전체의 41.7%가 “급할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양육비 부담은 그다음이었다. 

야근이나 출장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정기적으로 발생한다고 답한 사람도 62.1%에 달했다. 공공주택지구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 10명 중 6명이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거다.

이렇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은 많지 않았다. 보호자들은 아이의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민간 사교육 시장에 기대고 있었다. 이는 신혼희망타운에서 목표로 삼았던 ‘종합보육센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권혜진 키아이종합건설 대표는 한국주거학회지를 통해 “민간 아파트에도 보육특화단지가 일부 있었지만 수영장, 키즈카페, 도서관, 영어 학교 정도의 구성이었다”며 “어린이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린이 식당부터 긴급시 보육문제를 해결하는 온종일ㆍ시간제 보육실 등을 갖춘 건 신혼희망타운이 유일했다”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여당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아이돌봄’을 위한 휴가를 연 5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5일이라는 숫자는 턱없이 부족할 게 분명하다. 거대 야당은 부모들에게 육아 휴직 기간을 늘려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건 태어났을 때뿐만은 아니다.

언급했듯 우리나라 공동주택건축 기준에는 주택 규모별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시설들이 있다. 어린이집이나 다함께 보육센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에서 뉴홈으로 전환한 주택 중 일부는 300호나 500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라진 신혼희망타운의 ‘종합보육’을 대신할 수 있는 대책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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