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청소년 위한 학교 사회복지사업
세수감소로 지방교부금 줄면서
복지사업 폐지 위기에 내몰려
군포시 2024년 사업 폐지 결정
지역사회·학생들 ‘사업 존속’ 주장
예산 무관한 공백 없는 정책 필요

세수 59조원 감소의 영향은 경기도 군포시의 학교까지 영향을 미쳤다. 줄어든 예산 때문에 군포시는 시비市費로 추진하던 ‘학교 사회복지사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학생과 교사, 지역 시민은 군포시가 결정을 번복하길 바라고 있다. ‘학교 사회복지사’ 사업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낼 수 있는 ‘좋은 창구’이기 때문이다.

세입 감소 여파가 청소년 복지사업까지 영향을 미쳤다.[사진=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세입 감소 여파가 청소년 복지사업까지 영향을 미쳤다.[사진=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자신이 자랄 양육 환경도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자라느냐는 순전히 우연이다. 어떤 아이는 부모와 보호자로부터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청소년으로 성장하지만 어떤 아이는 그렇지 않다. 부모가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한부모 가정이라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위협을 느낀다.

아이들이 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교실에 앉아있어도 어떤 학생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어떤 학생은 하교 후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이들을 누가 도울 수 있을까.

누군가는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 “경찰이 할 일이다” “주민센터에서 담당해야 할 일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지켜봐야 할 학생이 30명에 이른다. 교과 수업과 학교 내 업무도 담당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담임교사는 가정 폭력을 당하는 학생의 등하굣길을 매일 챙겨줄 순 없다. 집을 대신할 수 있는 쉼터를 찾아주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지역주민센터의 문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주민센터에는 사회복지전문가가 있지만 청소년이 먼저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학교 안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관련 사업은 이미 있다. 2009년 교육부가 도입한 교육복지우선사업이다. 하지만 우선사업 대상 학교의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경기도 내 수원ㆍ안양ㆍ의왕ㆍ군포ㆍ용인ㆍ성남 6개 시는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별도로 만들어 직접 운영해 왔다. 학교에서 청소년의 생활을 살피겠다는 목적과 형태는 유사했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와 재원財源이 달랐던 셈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6개 시 중 군포시가 이 사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유는 예산이다. 2024년 정부 세입이 59조원까지 감소하면서 지방교부금도 줄었다. 수원ㆍ안양ㆍ의왕ㆍ용인ㆍ성남 등 5개 시는 ‘시비市費’를 계속 투입하고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이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군포시의 결정은 달랐다.

군포시는 올해 4억1400억원을 책정했던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2024년에 폐지하기로 했다. 군포시가 올해 편성한 교육지원금 220억원 중 ‘학교 사회복지사업’에 사용하는 예산(4억1400만원)은 1.8%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군포시민 중 상당수는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폐지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을 지속하길 원하는 군포 시민들은 “다른 지자체는 경기도청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지속한다”며 “군포시도 지원을 받으면 4억원 넘게 들던 사업 비용을 2억750만원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포시에서 방과 후 어린이와 청소년이 갈 수 있는 ‘밥놀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김보민 대표는 학교 사회복지사업이 사라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군포시에서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진행 중인 학교는 4곳이에요. 군포시에서도 저소득층이나 위기가정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죠. 한번은 경기도 교육연구원에서 찾아와 학교 사회복지사업이 잘됐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은 학교인데도 학업 분위기도 좋고 학교 폭력도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현재 군포시에서 ‘학교 사회복지사업’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8개 학교, 800여명이다. 담임교사 추천으로 특별히 지원받을 수 있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수혜 학생은 1000여명에 이른다. 이 학생들은 교내 복지실은 물론 주민센터 등 공공이 제공하는 사회복지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애쓰지 않았다면 학생들이 받을 수 없었던 지원이다.

이같은 사업의 높은 가치는 군포시민과 일부 학생들을 움직였다. 지난 10월 18일 사업 지속을 원하는 군포시민과 학생들은 하은호 군포시장(국민의힘)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학생(고3)은 “이제 학교를 떠나기 때문에 교내 복지실을 더 이상 갈 수 없겠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공무원들 앞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군포시 측은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군포시 관계자는 “우리도 사업의 중요성을 안다”면서 말을 이었다. “하 시장이 경기도교육청을 찾아가 지원 예산을 부탁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을 늘려 군포시를 넣어달라는 요청도 했다.”

[사진 |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사진 |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이 요청을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혹여 수용하더라도 당장은 어렵다.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복지우선사업 지원 대상 학교 기준을 낮추는 작업은 2~3년 후로 예정돼 있다. 

김보민 대표는 “2~3년만 지나면 군포시가 대상 사업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며 “그 기간만이라도 사업이 이어지려면 반드시 군포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3년. 성인에겐 짧은 기간일지 모르지만,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이 되고, 어떤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이 된다. 청소년이 느끼는 1년은 성인의 1년보다 훨씬 길다. 학교 사회복지사업의 폐지는 사업 하나만의 폐지일까, 아니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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