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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두가지 새로운 전략
넷플처럼 광고형 요금제 선보여
쿠팡처럼 스포츠 독점 중계 체결
두가지 전략의 시너지 효과 노려
소비자 티빙 기대대로 움직일까
야구 유료 중계 반발 낮출 수 있나

티빙이 시범경기를 기점으로 프로야구 독점 중계를 시작한다.[사진=뉴시스]
티빙이 시범경기를 기점으로 프로야구 독점 중계를 시작한다.[사진=뉴시스]

티빙이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었다. 하나는 광고 요금제, 다른 하나는 스포츠 중계다. 흥미로운 건 광고 요금제를 최초로 도입한 건 넷플릭스이고, 스포츠 중계는 쿠팡플레이의 성공 사례란 점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두 OTT의 발자취를 티빙이 따라가는 셈인데, 둘이 걸어간 길은 과연 티빙에도 ‘꽃길’이 될까.

티빙이 본격적인 ‘고객몰이’에 나섰다. 첫번째 행보는 새 요금제다. 지난 4일 출시한 ‘광고형 스탠다드’는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티빙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요금제다. 대신, 기존 최저가 요금제인 ‘베이직(9500원)’과 동일한 화질(1080p)을 갖추면서도 4000원 더 저렴하다. 이같은 ‘광고형 요금제’는 2022년 11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국내 OTT 업체 중에선 티빙이 최초로 도입했다.

두번째 행보는 프로야구 중계다. 최근 티빙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유무선 중계권에 관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근거로 티빙은 ▲KBO 리그 전 경기‧주요 행사의 유무선 생중계, ▲경기 하이라이트 방영, ▲VOD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사업권을 2026년까지 보유했다. 이제 온라인 시청자들은 티빙을 통해서만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다.

티빙이 공격적 행보를 걷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재 티빙은 경쟁 OTT 쿠팡플레이에 밀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월 티빙의 월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656만명으로, 업계 1위인 넷플릭스(1282만명), 2위 쿠팡플레이(778만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티빙이 쿠팡플레이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2위를 달렸지만, 1년 만에 따라잡혔다. 티빙이 5500원 요금제 출시와 프로야구 중계란 카드를 꺼내든 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럼 티빙의 노림수는 통할까.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해 진입 문턱을 낮춘 건 효과를 낼 수 있다. 프로야구 독점 중계 역시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소비자가 두 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광고형 요금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평은 꽤 괜찮다. 성인남녀 1013명의 60.7%가 ‘광고형 요금제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선행 조사도 있다(김상연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2월 29일 기준).

문제는 KBO 독점 중계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경기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제 월 55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소문으로 떠돌던 ‘유료화 정책’을 티빙이 현실화한 셈이니, 야구팬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벌써 ‘돈 내고 볼 거면 안 보겠다’ ‘그럴 거면 차라리 직관하러 가겠다’는 성토성 게시글들로 뜨겁다.

물론 티빙도 이런 반응을 예상한 듯 적극적으로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티빙은 2024 KBO리그 경기의 시작을 기념해 4월 30일까지 무료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티빙에 가입만 하면 이 기간에 열리는 시범경기와 본경기 중 일부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통신사와의 연계책도 펼친다. KT의 IPTV 서비스 ‘지니TV’를 구독하면 누구나 2개월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발성 이벤트로, 종료 후 소비자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쿠팡플레이가 지난해 K리그 중계권을 따내 구독자를 크게 늘린 사례를 들며 “쿠팡플레이도 처음엔 소비자 반발이 심했지만, 독보적인 중계와 투자로 불만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축구와 야구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한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는 33경기를 치르는 K리그보다 경기 수가 월등히 많고, 경기 시간도 길다. 그만큼 티빙이 쿠팡플레이만큼 ‘높은 중계의 질’을 담보하는 건 쉽지 않다.

광고와 스포츠 중계를 앞세운 티빙의 전략은 성공할까. [사진=뉴시스]
광고와 스포츠 중계를 앞세운 티빙의 전략은 성공할까. [사진=뉴시스]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티빙의 누적 적자는 2020년 61억원에서 2023년 3분기 1177억원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운영사인 CJ ENM의 재정 상황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매분기 적자를 내던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해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OTT 업체의 한 관계자는 “티빙이 야구팬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어떻게든 과거 무료중계보다 나은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나 화질, 끊김 현상 개선 등을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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