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K-팝 시상식 대부분 해외 개최
국내 팬덤 역차별 논란 일어
해외 개최 시 수익 창출 쉬워
해외 티켓가격 비싸기 때문
수익에 매몰되면 권위 해칠지도
내수 경제 활성화 기회도 놓쳐

국내 주요 K-팝 시상식이 해외에서 열리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상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내 팬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단면일 뿐이다. 그 밑단엔 과도한 수익 추구, 권위 상실 등 K-팝에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들이 깔려 있다.

이번에도 수많은 국내 가요 시상식이 해외에서 열었다.[사진=뉴시스]
이번에도 수많은 국내 가요 시상식이 해외에서 열었다.[사진=뉴시스]

마마어워즈(MAMA AWARDS),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 이들 시상식은 2023년 연말 바다 건너에서 열렸다. 마마어워즈는 일본 도쿄돔, 골든디스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서울가요대상은 방콕 라차망칼라 국립경기장을 선택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해외(마카오)에서 시상식을 개최한 마마어워즈는 그 이후에도 마카오·홍콩·일본 등 해외를 찾았다. 팬데믹이 다소 수그러든 2022년부터는 다른 시상식들도 해외에서 열렸다. K-팝 산업이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상식의 해외 개최’는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 불편한 현실 국내 팬덤 역차별 = 그런데 정작 국내 K-팝 팬들은 원성을 쏟아낸다.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시상식을 왜 한국에서 볼 수 없느냐”는 거다. 그만큼 연말연시에 열리는 시상식은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시상식의 상이 국내 팬의 열정적인 팬덤 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수상 기준의 지표가 국내 이용량이어서다.

일례로, 마마어워즈의 대상 격인 ‘올해의 노래’ 부문을 보자. 이 상은 음원 성적의 비중이 80%다. 그중 국내 이용량은 50%, 글로벌 이용량은 30%다. 여기서 글로벌마저 ‘한국을 포함한’ 세계다. 한국 음원 시장의 성적표가 ‘수상’의 절대적 척도인 셈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팬덤이 불만을 표하는 이유다. 아티스트가 수상하는 건 국내 팬덤이 활약한 덕분인데, 왜 상을 (국내 팬들은 가기도 힘든) 해외에서 주느냐는 거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손꼽히는 빌보드 뮤직어워즈나 그래미어워즈가 미국에서 열리는 것과 견줘도 국내 시상식의 해외 개최는 낯선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KBS가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개최할 예정’이란 기사가 나왔을 때 일본 현지 팬들은 “NHK 홍백가합전(일본의 연말 가요제)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 주요 시상식을 개최하는 전문업체들은 “K-팝 문화를 세계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가령, 마마어워즈를 주최하는 CJ ENM은 이미 ‘K-CON’이란 이름의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미국·일본·태국 등에서 해외 팬덤과의 접점을 늘려왔다. 각 엔터사도 매년 주요 아티스트의 글로벌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 불편한 현실 과도한 수익 추구 = 이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조차 전문업체들이 시상식을 해외에서 개최하는 덴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답은 간단하다. 수익 창출 때문이다.

국내 시상식은 그간 이벤트 형식으로 열려왔다. 입장권을 추첨으로 선물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서울가요대상의 주최측이 티켓 300장을 이벤트 경품으로 증정하고, 남은 좌석은 9900원에 판매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문화 때문에 국내에서 시상식을 열면 티켓을 비싼 값에 팔기 어렵다. 해외는 그렇지 않다. 티켓에 비싼 값을 매겨도 금세 동난다. 게다가 해외엔 대형 공연장이 많다.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이 KSPO돔, 고척스카이돔, 인스파이어 아레나(지난해 12월 개장) 세개뿐인 국내와 다르다. 시상식 전문업체로선 해외에서 시상식을 여는 게 ‘남는 장사’란 얘기다.

익명을 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2018년 열린 마마어워즈는 한국과 홍콩, 일본에서 순차적으로 열렸다. 당시 일본과 홍콩에선 시상식 티켓값이 20만원에 달했지만, 한국 시상식은 무료 초대권을 발부했다. 시상식 전문업체로선 해외에서 열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계산할 수밖에 없다.” 

■ 불편한 현실 권위 실종 = 문제는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시상식이 K-팝에 ‘나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눈앞의 수익에 매몰된 해외 시상식이 K-팝의 권위와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로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지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와 달리 국내 K-팝 시상식은 소속사 규모에 따른 공정성 시비에 자주 휘말리고 있다.

해외 시상식 개최는 K-팝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짚어볼 게 있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도 시상식 전문업체가 인바운드(국내 유입·Inbound)가 아닌 아웃바운드(해외 진출·Outbound)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K-팝 인기에 기반한 내수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스스로 날리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들은 K-팝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려면 글로벌 팬을 끌어당기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령, 시상식을 국내에서 열되 해외 팬덤이 참여할 기회를 주는 식이다.

김정섭 성신여대(문화산업예술학) 교수는 “국내 팬덤이 K-팝 시상식을 직접 볼 수 없으면 자칫 참여도와 관심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상식은 해당 분야 발전의 밑바탕이 되게 마련인데, 국내 시상식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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