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규제에도 치솟는 집값
시장 눈치 보는 곁가지 정책
집값 안정화 의지 정말 있나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가동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강력한 대책도 있다”면서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시장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런 으름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다. 부동산에 규제 정책을 세울 때마다 매번 그랬지만, 시장이 느끼는 규제의 강도가 미미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각종 규제책이 쏟아진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거듭된 엇박자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거듭된 엇박자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사진=뉴시스]

8월 27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24만2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공공택지 14곳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종로구ㆍ중구ㆍ동대문구ㆍ동작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새롭게 올렸다.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국회에서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를 갖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높일 것을 시사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투기수요를 규제하되, 필요하다면 더 강력한 대책을 검토하겠다”면서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강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도 ‘추가 대책’의 으름장까지 놓는 이유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4개월 사이(3~7월) 8.3%나 급등했다. 최근까지도 멈출 기미가 없다. 3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4주(8월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5% 올랐다. 감정원이 2012년 5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서울 집값의 역대 최고 오름폭이다.

집값 상승의 배경으론 ‘여의도 개발 프로젝트’가 꼽혔다.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싱가포르에서 ‘여의도 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 높이를 높이겠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은 잇단 규제로 움츠러든 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급격한 집값 상승세에 놀란 박 시장이 “계획을 보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가격 상승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토부는 ‘개발계획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대책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8ㆍ27 대책은 이를 진화하기 위한 응급처치였다는 거다.

하지만 대책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강도가 훨씬 낮다”면서 “되레 ‘수요 억제’ 정책에서 ‘공급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일침을 놓았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오롯이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으로 돌릴 게 아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수차례 헛물만 켠 대책을 돌이켜 볼 때다. 정부가 정말 집값을 안정화하고 싶은 의지가 있냐는 의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다. 박근혜 전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을 보내며 시장을 과열시킨 걸 되돌리는 게 목적이었다.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켜 실수요자들이 부담 없이 집을 사고팔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집권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출범 이후 처음 나온 첫 번째 카드는 서울 전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6ㆍ19 대책’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효과가 적었다. 청약ㆍ분양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그사이 정부는 아파트 분양권 불법 거래와 다운계약 등에 대한 특별 단속에도 나섰지만,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집단 휴업’에 들어가면서 웃음거리가 됐다.

‘똘똘한 한 채’ 유행시킨 대책

혹평 끝에 40여일만에 나온 방책은 ‘역대 최대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8ㆍ2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전역에 LTVㆍDTI 비율 축소,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가점제 100%,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이 대부분 들어갔다. 이 대책은 약발이 뚜렷했다. 8월 한 달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는 보합세(0.02%)를 보였고, 서울 집값은 하락세(-0.04%)로 전환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엔 거래 절벽이 닥쳤다. 강력한 대책을 쏟고도 고삐를 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8ㆍ2 대책이 듣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며 엄포를 놨다.

하지만 9월이 되자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드라이브를 탔다. 다주택자를 옥죄자,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이 ‘똘똘한 한채’라는 신新조어가 붙으면서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다주택자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나 증여 등을 통해 똘똘한 한 채만을 소유하자는 전략이었다.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문 대통령의 ‘주머니 속 카드’였다. 전문가들은 후보로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점쳤다. 올해 2월 조세 및 재정개혁 과제를 다룰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가 출범하면서 보유세 강화에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수차례 논의 끝에 6월 나온 재정특위의 종부세 개편안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참여정부 세율로도 돌아가지 못한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거다. 참여정부의 종부세 주택 최고세율은 3.0%였다. 이명박 정부 때 2.0%로 낮아졌고,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은 여기서 0.5%포인트 인상한 2.5%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개편안의 강도가 약하다”는 시장의 평가는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8ㆍ27 대책이 냉혹한 평가를 받는 이유도 같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으론 집값 안정화를 이뤄내기 어려워서다. 지난해 8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고도 집값이 오른 지역이 있는 데다, 비투기지역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문제다. 남기업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반응했다”면서 “이마저도 ‘수위 조절’을 한다며 곁가지 정책만 쏟아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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