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연속 100만명 넘어선 실업자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이 뛰어야 한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구호로만 외쳐선 안 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이 뛰어야 한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구호로만 외쳐선 안 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아슬아슬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다”고 언급할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2705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4만5000명 증가했다. 

 ‘마이너스’ 우려를 낳았던 취업자 증가폭이 일단 ‘플러스’로 나타났다. 그러나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오르내리는 고용쇼크가 8개월째 이어졌다. 7월 5000명, 8월 3000명으로 곤두박질한 것보다야 나아졌다지만, 정부가 당초 32만명으로 잡았다가 18만명으로 낮춘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갔다.

산업별로 들여다보면 3대 최저임금 민감 업종의 감소세가 확연하다. 음식ㆍ숙박업과 도소매 유통업, 사업시설관리(아파트 경비원 등)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30만명 넘게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강행하며 여러 보완책을 강구했지만 고용 악화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9월 취업자 증가폭을 플러스로 유지시킨 일등공신은 재정(국민 세금)을 풀어 만든 일자리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었다. 역시 세금이 투입된 공공행정 분야도 한몫 거들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민간 부문 일자리가 줄어들며 나타나는 일자리 고통을 ‘재정 진통제’로 연명하는 형국이다.

고용 악화의 구조적 요인이 바뀐 게 없는 실업대란은 계속됐다. 9월 실업자는 1년 전보다 9만2000명 증가한 102만4000명. 실업자는 올 1월부터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2000년 3월의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실업률(3.6%)도 9월 기준 13년래 기장 높다. 청년층 체감실업률(22.7%)은 9월 기준 사상 최고치다.

고용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기구와 경제연구기관들이 앞다퉈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환경도 악화일로다.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도 그간의 경기 낙관론을 접고 신중론으로 선회했지만, 사면초가 상황을 극복할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지작거리는 것이 고작 공공 부문 알바 일자리다.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팔을 비틀어 3만개 정도의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곧 내놓을 요량이다. 하지만 무리한 공무원 증원이나 세금으로 억지로 만드는 일자리, 몇달 뒤면 사라질 공공 알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짜 일자리’일 뿐이다.

무릇 경제정책의 성패는 일자리와 소득 증가 등 민생 문제에 달려 있다. 고용 사정 악화는 곧 경제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청년 네명 중 한명꼴로 실업 상태다. 

청년층을 포함한 전체 실업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었다는 외환위기 시대 실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쯤 되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골간을 재검토하고 수정 보완해야 마땅하다.

9월에만 30만명이 넘는 취업자 감소를 초래한 최저임금 정책의 수정 작업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만원’ 대선 공약에 연연하지 않고 인상 속도를 조절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제기한 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자. 업종별 차등 적용도 함께 고려하고.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민간이 뛰게 해야 한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구호로만 외쳐선 안 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및 국가 신성장동력 육성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규제혁파를 서둘러 기업들이 투자 및 연구개발에 나서게 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최근 기업현장을 방문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 후폭풍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소득주도 성장 방향을 놓고 정책 혼선과 불협화음을 빚은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적 쇄신이 요구된다. 정책성과가 미흡한 데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중 누가 실세냐를 빗댄 ‘김앤장’ 논란까지 빚은 마당에 경제라인 투톱을 유지해선 관료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적절한 시점에 책임을 묻고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세워 경제팀이 심기일전해 뛰도록 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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