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공포
1월 2600포인트 돌파를 넘보던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이 흔들렸다. 유독 국내 증시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2일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했다는 소식에 전 거래일 대비 3.5%나 급등했다. 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시장을 흔들 악재는 수두룩한데 3분기 기업들의 실적도 시원치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올 11월 증시를 예측해 봤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11월 코스피지수 밴드를 1900〜2150포인트 선으로 전망하면서 최악의 경우 1850포인트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고하던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선이 한때 무너졌다. 10월 29일 코스피지수는 1996.05포인트를 기록하며 2016년 12월 7일(1991.89포인트) 이후 2년2개월 만에 2000포인트선을 내줬다. 폭락장의 원인을 제공한 곳은 두번 모두 미국이었다. 2016년엔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공포가 시장을 얼렸던 거다.
이번 하락도 트럼프의 입에서 시작됐다. 12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흔들렸다.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약 28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얼마든지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의 취약성이다. 대외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유독 한국 증시만 요동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번 하락으로 10월 1일 2343.07포인트 대비 14.81%나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같은 기간 8.2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상하이지수(6.42%), 일본의 니케이225지수(12.76%)와 비교해도 하락폭이 컸다. 심지어 유로존의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한 10월 29일 3154.93포인트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3134.89) 대비 20.04포인트(0.65%)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다우존스지수는 10월 31일 2만5115.76포인트를 기록하며 29일 대비 2.75%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니케이지수와 상하이지수도 각각 3.64 %, 2.38% 반등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1996.05포인트에서 2020.69포인트로 1.68% 회복하는 데 그쳤다.
한편에선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11월 코스피지수 밴드를 1900〜2150포인트 선으로 전망하면서 최악의 경우 1850포인트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SK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저치를 1960포인트로,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이보다 낮은 1950포인트를 전망했다.
현대차·유한양행·아모레퍼시픽·SK텔레콤 등 주요 기업이 3분기 어닝쇼크에 빠졌다는 점도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을 떠받쳤던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래저래 주식시장의 반등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등 자산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이라며 “이런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140~1150원 수준을 넘어서면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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