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비고 10년의 기록, 안방은 장악했지만…
CJ 비비고 10년의 기록, 안방은 장악했지만…
  • 이지원 기자
  • 호수 372
  • 승인 2020.01.15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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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세계화 전략 성적표

“패스트푸드처럼 즐기는 한식 브랜드를 만들겠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선보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고 알려질 만큼, CJ그룹이 비비고에 거는 기대도 컸다. 전세계 곳곳에 한식 매장을 열어 맥도날드처럼 전세계인이 한식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그로부터 10년, 비비고의 전략은 달라졌다. 외식과 내식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전환됐다. 성과도 있었다. 비비고 만두는 올해 국내외 매출액 1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ㆍ중국 등 전세계 소비자가 비비고 만두에 손을 뻗친 결과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비비고의 10년을 기록해 봤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브랜드로 비비고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CJ제일제당은 2010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브랜드로 비비고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퇴근 후 장을 보러온 직장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이 가장 붐빈 곳은 HMR (Home Meal Replacementㆍ가정간편식) 매대였다. 마침 HMR 매대 주변에선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와 ‘비비고 죽’의 시식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만두를 집은 직장인 김나경(26)씨는 “평소 비비고 만두를 즐겨 먹는다”면서 “비비고 제품은 맛이 좋고, 할인행사도 자주해 주로 구입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다시 HMR 코너로 눈을 돌리니, 다양한 비비고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국ㆍ탕ㆍ찌개류 매대의 경우, 비비고, 종가집(대상), 오뚜기 등 제품이 경쟁하고 있었다. 모두 2900~4900원 가격대로, 국물요리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할인폭이 가장 큰 건 ‘비비고 사골곰탕(500g)’이었다. 단돈 1250원이면 곰탕 한그릇이 거뜬한 셈이었다.  


비빔+to go

올해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bibigo)’가 HMR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10년 비빔밥 전문 한식 브랜드에서 시작한 비비고가 가공식품까지 아우르는 통합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비비고는 2019년 국내외에서 1조5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가공식품 전체 매출액이 약 6조원(하나금융투자 추정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비고가 CJ제일제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김태희 경희대(외식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식품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는 ‘네이밍’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비비고’는 네이밍이 잘된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한식의 ‘비빔’이라는 의미와 영어의 ‘to go(테이크아웃)’의 의미가 결합돼 ‘가볍게 즐기는 한식’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는 비비고가 주력하는 HMR 제품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 만두 | 세대교체 성공= 브랜딩의 효과일까. 비비고의 성장세는 여러 제품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등공신은 ‘만두’다. 2010년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인 비비고 만두는 2013년 국내 시장에도 출시됐다. 앞서 백설 · 프레시안 등 만두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해태고향만두(해태제과)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출시 1년 만에 냉동만두 시장 1위(2014년)로 올라섰다. 

1987년 출시 이후 20여 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해태고향만두의 왕좌를 단숨에 빼앗은 셈이다. 일회성 실적도 아니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3분기(이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POS데이터 기준) 4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위 풀무원(206억원), 3위 해태제과(153억원)를 크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비비고 만두는 효자상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ㆍ중국ㆍ베트남ㆍ유럽 등지에 대륙별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면서 “2019년 비비고 만두 매출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조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면 글로벌 냉동만두 시장 1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18년 CJ제일제당이 2조원대 자금을 들여 인수한 쉬완스컴퍼니(미국 냉동식품업체)를 통해 북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 | 종가집 턱밑까지 추격= 만두뿐만이 아니다. 비비고의 성장세는 국내 식품업계 1위 브랜드에도 위협적이다. 대표적인 게 김치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비비고 김치’를 출시하면서 1위 브랜드 대상 ‘종가집’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출시 초기 20%를 밑돌던 CJ제일제당(하선정 · 비비고)의 김치 소매시장점유율은 2019년 2분기 41.2%로 껑충 뛰어올랐다. 

비비고 메기효과 있었나  

같은 기간 대상의 점유율은 55.8%에서 42.7%로 하락, 두 업체의 점유율 차이가 1.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06년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해 김치사업을 본격화한 CJ제일제당이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비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시기적으로 포장김치 시장이 성장세라는 점도 비비고 김치에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 포장김치 소매시장(배추김치 기준 · 온라인 판매 제외) 규모는 2014년 1128억원에서 2018년 2036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김치 시장의 경우 최근 수년 새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인구)’이 늘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면서 “이를 발판으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았던 비비고 김치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본다”고 말했다.  

■죽 | 지각변동의 변수= CJ제일제당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상품죽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상품죽 시장은 동원F&B의 양반죽(1992년 출시)이 꽉 쥐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11월 ‘비비고 죽’이 출시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비비고 죽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개, 누적 매출액 650억원을 달성했다. 출시 초기 10%대를 맴돌던 비비고 죽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1년 만(2019년 10월)에 35.9%로 치솟았다. 

양반죽(43.2%)과의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좁혀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20년 비비고 죽 매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키울 계획이다”면서 “상품죽과 외식죽 시장을 포함한 5000억원대 시장을 꾸준히 공략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상품죽 시장을 과점해온 동원F&B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동원F&B]
상품죽 시장을 과점해온 동원F&B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동원F&B]

■메기효과 | 낡은 판 흔들= 비비고를 전면에 내세운 CJ제일제당의 시장 공략은 정체 중이던 국내 식품시장에 ‘메기효과(강력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켰다는 긍정적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을 과점한 1위 브랜드가 ‘장기집권’하면서 제품 개발이나 신제품 출시가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정체 중이던 시장의 경쟁이 활발해진 건 소비자에겐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본다.”  

실제로 비비고 만두 출시 이후 만두 ‘소’ 차별화 열풍이 불었던 만두업계는 지난해부터 ‘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전체 냉동만두 시장도 커졌다. 3000억원대(2014년)에서 정체 중이던 냉동만두 시장은 2018년 4615억원대로 증가했다.  

상품죽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관련 시장을 독주해온 동원F&B는 2018년 아이돌 모델을 발탁하고 TV광고를 시작했다.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9년엔 기존 용기 형태에서 벗어나 비비고 죽과 같은 파우치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한식의 세계화 | 무르익는 꿈=비비고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겠다는 꿈도 익어가고 있다. 비빔밥을 앞세운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의 글로벌 매장은 대부분 철수했지만, 비비고 만두ㆍ비비콘 등 간편 한식을 알리는 팝업스토어는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 개장한 팝업스토어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는 뉴요커들의 정확한 입맛을 테스트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예상 밖 호응을 얻으면서 상설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국내 브랜드 비비고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 “하지만 업계 리더 기업은 1위를 하는 것만큼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고 활성화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10살 생일을 맞는 비비고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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