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또 리콜 논란

지난해 3월 더스쿠프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만만디 리콜 논란(통권 329호)을 보도했다. 당시 리콜이 거듭 지연되자 폭스바겐코리아는 “차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1년 반, 폭스바겐코리아의 호언장담과 달리 문제가 터졌다.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폭스바겐 차량은 결국 먹통이 됐다. 문제는 아직도 리콜을 받지 못해 위험에 놓인 차량이 많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끊이지 않는 폭스바겐의 리콜 논란을 취재했다. 

폭스바겐 차주 이씨는 1차 리콜 때 점검을 받았는데도 2차 리콜 통지를 받았고, 결국 이상이 생겼다. 1차 리콜에 오류가 있었다는 방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폭스바겐 차주 이씨는 1차 리콜 때 점검을 받았는데도 2차 리콜 통지를 받았고, 결국 이상이 생겼다. 1차 리콜에 오류가 있었다는 방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6월 5일 출장길에 오른 이용훈(가명ㆍ33)씨는 난감한 일을 겪었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주차장에 세워놓은 폭스바겐 골프에 탑승한 직후였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변속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 기어를 전진으로도 놓고 후진으로도 바꿔봤지만 차량은 꿈쩍도 안 했다. 말썽을 부리는 변속기와 한참을 씨름했지만 이씨는 결국 견인차를 불러야 했다.

자동차를 먹통으로 만든 건 변속기 내 ‘메카트로닉스’였다. 메카트로닉스에 균열이 생겨 오일이 샜고, 유압이 떨어진 탓에 변속이 되지 않았다. 이미 다량의 누유 흔적이 있어 언제 변속기가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주행 중에 고장이 났더라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 이씨는 “차가 멈춰버리는 바람에 불편함을 감수하기는 했지만, 주차 중에 문제가 발생한 게 천만다행이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예견된 문제였다. 이씨는 메카트로닉스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5월 15일 이씨를 비롯한 폭스바겐 차주들에게 리콜 통지서를 보내 ‘메카트로닉스에 제작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렸기 때문이다.

“특정 기간에 생산된 골프 4종ㆍ제타 2종ㆍ폴로 2종에 탑재된 메카트로닉스의 내부 오일 압력 생성기(어큐뮬레이터)에 결함이 있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게 폭스바겐코리아의 설명이었다. “드문 경우지만 차량이 주행 불가 상태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점도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리콜 통지서에 명시했다. 

이씨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모를까, 알았는데도 고장이 날 때까지 방치한 이유는 뭘까. 첫째는 리콜을 제때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5월 15일부터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알렸지만 서비스센터의 상황은 달랐다. 리콜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일러야 7월 중순 이후였다. 리콜에 필요한 물품(오일)이 없어서였다. 

둘째 이유는 차가 실제로 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콜을 받지 않으면 차가 멈출 수 있다’는 리콜 통지서의 주의 문구에도 리콜이 거듭 지연되자, 서비스센터에선 “실제로 차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이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언급했듯 결과는 달랐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미흡한 조치와 안일한 대응이 일을 키웠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씨가 메카트로닉스 문제로 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 통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리콜은 2018년 리콜의 연장선이었다. 그해 12월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4종ㆍ제타 2종ㆍ폴로 2종에 탑재된 메카트로닉스에 제작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발견하고 리콜을 진행했다. 

대상 차량은 총 9295대에 달했다. 말하자면 2018년 12월이 1차 리콜, 올해 5월이 2차 리콜인 셈이다. 이씨는 2018년 1차 때는 점검을 받았다. 그럼에도 2차 때 다시 리콜 통지를 받은 이유는 뭘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리콜 대상 차량의 부품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구분해야 하는데, 그 감별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올해 5월 추가적으로 리콜을 진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경우 처음엔 정상으로 판정을 받아 부품을 교체하지 않았지만 결국 결함이 있어 고장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리콜 대상 차량은 모두 9295대다. 그중 고장 위험에서 벗어난 건 1차 리콜 때 비정상으로 판정을 받아 부품을 교체한 차량이다. 1차 때 점검을 받았지만 부품 교체를 하지 않았거나, 아직 리콜을 받지 않은 차량은 여전히 위험지대 안에 있다.

문제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폭스바겐 차주들이 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차 리콜 때도 오일 수급 이슈와 서비스센터 과부하 문제로 리콜이 재차 지연됐는데, 지금까지도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7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 리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차주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1차 리콜 당시 점검을 받았어도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차주까지 포함하면 위험지대 안에 있는 차주의 수가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리콜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검증ㆍ업데이트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리콜 대상이 추가되고, 지연되기도 하지만 정상ㆍ비정상을 판정하는 기준을 강화하는 게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됐던 오일 수급 문제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밝혔다.

[※참고 :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엔 강화된 유해물질관리법,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오일 수급이 어려웠다면서 이는 통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에선 기업의 행정적 준비가 미흡한 탓도 크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의 위험을 담보로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을 운운하는 건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후속 조치와 대응 방법은 분명 미흡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제 리콜을 지연하는 문제가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 과연 그동안의 과오를 씻어낼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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