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규제의 모순

친환경차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 탓에 내연 자동차를 향한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서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노후 디젤차다. 낡은 시스템 탓에 배기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공산이 커서다. ‘노후 디젤차가 뿜어내는 배출가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획일적이면서도 엉성하게 이를 관리하고 있다.

DPF 탑재만으로 디젤차를 관리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사진=연합뉴스]
DPF 탑재만으로 디젤차를 관리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올여름 우린 경험해보지 못했던 날씨와 마주했다. 국지성 폭우가 50여일이나 진행됐던 거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이렇게 강력한 경고를 보낸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국지성 폭우는 지루하게 계속됐다. 

이런 변화에 자동차 업계는 또 긴장했다. 배출가스를 연일 내뿜는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공적’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친환경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명분이 ‘변곡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필자의 생각도 같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무공해차가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내연 자동차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특히 디젤차를 향한 규제는 눈에 띌 정도로 강화됐다. 사실 디젤차는 출력이 좋고 연비도 좋아 소비자에겐 매력적인 차종이다. 완성차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좋다. 이미 개발해 놓은 디젤차종이 많아 ‘밀어내기’만 해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노후 디젤차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배기 후 처리장치의 한계가 뚜렷하다. 낡은 시스템 탓에 배출가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노후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과 매연은 유해가스나 다름없다. 정부가 노후 디젤차를 폐차하면 보조금을 주고, 매연저감장치인 디젤 미립자 필터(DPFㆍ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의무장착 정책을 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노후 디젤차의 규제 기준이 지나치게 엉성하다는 점이다. 오로지 ‘연식’으로만 디젤차를 규제하고 있어서다. 같은 차라도 관리 여부, 주행거리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다. 형평성과 보편타당성 측면에서도 옳은 기준이 아니다. 현재로썬 검사기준을 강화해 관리 상태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요구된다. 납득하기 힘든 점은 또 있다. 정부가 오로지 DPF를 탑재할 때에만 보조금을 주는 건 문제가 많다. DPF 외에도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장치가 많아서다. 

커먼레일 연료분사장치(Common Rail Direct Injection)를 어떻게 청소하고 관리하느냐도 배출가스에 큰 몫을 차지한다. 커먼레일 장치는 연료를 고압으로 분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디젤엔진의 연소 효율을 높여 출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인 1등 공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ㆍExhaust Gas Recirculation)도 배출가스 저감에 도움을 준다. EGR은 가솔린ㆍ디젤엔진에 사용되는 산화질소(질소산화물)를 방출해 감소시키는 기법이다. 엔진의 배기가스 일부를 엔진 실린더로 재순환시킴으로써 동작한다. DPF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일 장치가 이렇게 많아서다. 

디젤차의 규제를 강화하는 건 시대흐름이자 정부의 과제다. 특히 노후 디젤차 문제는 그중에서도 핵심 의무다. 그렇다고 디젤차가 세상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디젤엔진의 대체재가 없는 대형트럭이나 건설기계장비가 숱해서다. 

개인재산인 자동차를 억지로 친환경차로 바꾸게 만들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노후 디젤차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개선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다양한 개선방법을 모색함과 동시에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다린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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