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의 치명적 리스크

오늘날 TV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기기가 아니다. 최신 영화를 실시간으로 내려받아 볼 수 있고, 고사양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각종 콘텐트를 누릴 수 있는 ‘스마트TV’ 덕분이다. 다만 보안 측면에서 스마트TV는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반도체 설계 기술기업 Arm이 스마트TV의 혁신과 리스크를 점검해봤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TV 10대 중 7대는 스마트TV일 정도로 스마트TV는 시장의 대세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TV 10대 중 7대는 스마트TV일 정도로 스마트TV는 시장의 대세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TV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엔 스마트TV가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트를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는 스마트TV는 모바일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모바일과 같은 편리함을 준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방송 관련 정보, 쇼핑, 게임, VOD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몇년간 미디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스마트TV 열풍에 한몫했다. 넷플릭스 등 OTT 기업이 초고화질 콘텐트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대형 TV를 활용해 이를 즐기려는 이용자가 부쩍 늘어났다. 

스마트TV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TV시장의 새로운 활력소이자 IT기업들이 첨단기술을 다투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부가가치가 워낙 큰 데다,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업체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경쟁 요소는 ‘화질’이다. 현재 TV시장에선 4K 스마트TV가 대세로 떠올랐다. 기존 풀HD 해상도(1920X1080)보다 4배 이상 높은 화질(3840X2160)을 자랑한다. 4K 스마트TV뿐만이 아니다. 몇몇 제조사는 8K 스마트TV도 출시했다. 8K는 4K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로, 기존 TV가 보여줄 수 없던 세밀한 부분까지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 때문인지 현재 전 세계에서 팔리는 TV 10대 중 7대는 스마트TV다. 

그렇다면 몇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스마트TV는 어떻게 구현됐을까. 그 이유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프로세서’의 발전이다. 과거 TV는 단순 출력장치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PC나 스마트폰처럼 앱을 구동하기 위해선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PC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맡는 셈이다. 어떤 프로세서가 탑재되느냐에 따라 스마트TV의 기능과 성능도 확연히 달라진다. 이와 같은 스마트TV 성능의 발전은 Arm이 설계한 코어텍스 프로세서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TV 95%의 제품이 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어서다. 

둘째는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4K 스마트TV 시대를 앞당겼다. 5G가 등장하면서 주파수의 대역폭이 넓어진 것도 스마트TV가 초고화질 영상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10대 중 7대는 스마트TV

세번째 비결은 인공지능(AI)이다. 현재 스마트TV의 핵심 기술은 ‘고화질 변환’이다. 밝기ㆍ블랙ㆍ번짐 등을 보정하는 최적의 필터를 찾아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변환해내는 놀라운 기술인데, 이때 AI가 동원된다. 사물을 인식하고, 사용자를 식별하는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TV도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역시 AI다.

AI의 역할은 또 있다. 그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트 큐레이션’ 작업이다. 스마트TV 시장에선 ‘누구나 좋아할 콘텐트’에서 ‘이 사람이 가장 좋아할 콘텐트’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개인의 취향을 알아내야 하는데, 사람이 하기엔 벅찬 일이다. 이럴 때 복잡한 알고리즘을 갖춘 AI가 고객의 취향저격 콘텐트를 스마트TV에 자동으로 띄워주는 역할을 해낸다. 

이런 세가지 배경에서 성장을 거듭한 스마트TV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확장성’이다. 스마트폰이 수많은 앱 개발자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넓혔듯이, 스마트TV 역시 수많은 앱을 통해 TV시장을 더 진화시킬 공산이 크다. 

시장이 주목하는 스마트TV의 킬러 콘텐트는 ‘클라우드 게임’이다. 이 플랫폼은 콘솔이나 PC 대신 서버가 게임을 실행하고, 인터넷을 통해 게임 플레이 비디오를 전송하는 형태다. TV와 인터넷만 있으면 넷플릭스를 볼 수 있듯, 게임도 같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비싼 고성능 PC나 게임 콘솔 없이도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 미래 시장 전망이 밝다. 

이런 확장성 때문에 스마트TV는 미래 가정인 스마트홈의 중심기기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예상대로라면 집에 있는 디지털 기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스마트TV가 하는 셈이다. 집 안에 있는 전자기기를 연결해 관리ㆍ제어하고 집 밖에서도 TV 센서를 통해 집 안과 상호작용하는 식이다. 외부에선 모바일로 집 안의 기기를 제어하고, 집 안에선 대형 화면을 통해 집 밖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스마트TV 생태계 구축 전략 

하지만 이런 확장성은 스마트TV의 잠재적 리스크를 부채질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 리스크는 바로 ‘보안’이다. 스마트TV의 기능이 확장되면서 해커가 침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빈틈’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악성코드나 랜섬웨어를 통해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거나 스마트TV의 화면을 정지시키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문을 내보낼 수도 있다. 

원격조종을 하듯 스마트TV에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내장된 AI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해커의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스마트TV가 해커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먹잇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스마트TV의 혁신적인 시도는 보안 측면에서 보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제 스마트TV 업계엔 혁신기술 개발과 함께 종합적이면서도 광범위한 보안정책을 고민해야 할 책무가 주어졌다. 스마트TV의 본격적 ‘진화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데리 머피 Arm 홈 디바이스 디렉터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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