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비리 저질렀는데 … 모건스탠리는 어떻게 ‘양벌규정’ 피했나
직원이 비리 저질렀는데 … 모건스탠리는 어떻게 ‘양벌규정’ 피했나
  • 장대현 대표, 고준영 기자
  • 호수 413
  • 승인 2020.11.0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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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

부패방지법이 무서운 이유는 양벌규정에 있다. 임직원이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회사가 함께 처벌을 받아서다. 물론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끊임없이 교육하면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직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모건스탠리가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덕분이다.[사진=연합뉴스]
모건스탠리가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덕분이다.[사진=연합뉴스]

# 필자가 다니던 회사 대표에게 들었던 경험담이다. 파트너사社와의 미팅을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표는 파트너사의 중역을 만나기로 했고, 그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두 회사의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역은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다른 직원에게 중역이 불참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회사에서 진행한 교육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교육이기에 파트너사와의 중요한 미팅까지 포기했을까. 나중에 확인해보니 컴플라이언스 교육이었다. 그 회사에선 컴플라이언스 교육이 사업 미팅보다 중요했다는 건데, 이유가 뭘까.

2016년 9월 우리나라에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됐을 때 논란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청탁금지법 24조에 있는 ‘양벌兩罰규정’에 있었다. 양벌규정이란 범법행위를 한 행위자(개인)뿐만 아니라 사용자(법인)까지 함께 처벌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기업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라는 면책조항이 있긴 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참고할 만한 판례도 드물었다.

그 때문인지 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로펌 변호사를 급하게 섭외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여는 기업이 숱했다. 이렇게 기업들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청탁금지법에 대응했지만(특히 양벌규정 때문에) 우리나라엔 양벌규정이 있는 개별 법률이 400여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매번 변호사를 불러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는 건데, 이게 옳은 일일까. 

결국 청탁금지법에 대응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만 운영해선 어림도 없다. 효과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ㆍ운영해야 면책 요건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판례에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가운데 교육을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2004년 개정된 ‘미국 연방 기업 양형 가이드라인’에도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7가지 요건에 교육ㆍ훈련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사례는 컴플라이언스 교육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2012년 4월 미국 법무부(DOJ)는 모건스탠리의 중국 부동산사업 부문 이사였던 가스 피터슨에게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선언했다. 중국 상하이 빌딩 소유 지분을 중국 공무원에게 헐값으로 넘겼다는 이유에서였다. FCPA를 위반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직원과 기업이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피터슨은 최고 5년의 징역형과 최대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반면, 모건스탠리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건스탠리가 자사 직원을 상대로 부패방지방침ㆍ부패방지법 등의 교육을 수시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모건스탠리는 2002~2008년 아시아 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54차례나 부패방지방침을 교육했다. 피터슨도 같은 기간 교육을 7차례 받았고, FCPA 준수통지를 35차례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는 피터슨 사건 관련 내용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미 법무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했다. 모건스탠리가 미 법무부의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이는 임직원이 FCPA를 위반한 상황에서 회사가 면책을 받은 흔치 않은 사례로 통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선 이렇게까지 교육하고 있는 기업이 있을까. 최근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교육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성에 그치거나 연중행사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집합교육이 어려워졌다. 대안으로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비대면 교육이 부쩍 늘어난 탓에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 컴플라이언스 교육 예산부터 줄인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데다, 비용만 발생할 뿐 효과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는 경영자도 많다. 하지만 그 밑 빠진 독이 ‘콩나물시루’라면 어떨까.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계속 자란다. 교육은 콩나물시루와 같다. 꾸준한 교육은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교육은 다른 교육에 비해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효과도 즉각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과가 없다고 교육을 중단해선 안 된다. 회사가 아무런 사건ㆍ사고 없이 무탈하다면 교육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방역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전달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컴플라이언스는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정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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