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로터스블랑의 도전❶] 엄마 CEO, 음식물 쓰레기서 ‘혁신’을 찾다
[Start-up 로터스블랑의 도전❶] 엄마 CEO, 음식물 쓰레기서 ‘혁신’을 찾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15
  • 승인 2020.11.1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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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원료 제조기업 로터스블랑의 도전기

음식물 쓰레기는 한 가정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숙제다. 각종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줄이는 게 답이지만 그 양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렇다면 버려지기 전에 한번 더 사용하고, 그걸 활용해 원료로 재탄생시켜보는 건 어떨까. 천연원료를 개발하고 그것으로 제품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이 그 의미 있는 일에 나서고 있다.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4477t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는 데만 연간 8000억원이 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4477t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는 데만 연간 8000억원이 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부 선의정(36)씨는 날마다 버리는 음식물 때문에 고민이다. “저랑 남편, 아이까지 세식구인데 매일 2L 음식물 쓰레기 봉투 하나를 다 채우네요. 어떤 날은 더 나오기도 하고요. 냉장고 청소라도 하는 날이면 양손에 주렁주렁 매달고 버리러 가요.” 요즘같이 귤이 제철일 땐 더 그렇다. 세식구 모두 과일을 좋아해 과일껍질이 상당하다. “다른 집들도 이렇게 많이 나올까요?”

환경부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에만 1만4477톤(t) 발생한다(2018년 기준). 생활계 폐기물 5만6035t 중 25.8%가 음식물 쓰레기다. 1만4477t이라 함은 무게가 50g인 달걀이 2억9000여개 쌓여있는 정도이니, 양이 상상 이상이다. 어디서 이렇게 나오는 걸까.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 70%는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발생한다.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덴 연간 8000억원이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데 최근엔 사료나 퇴비 등으로 재활용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재활용을 위해선 수분과 염분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건조·가열 시설이 필요하다. 사료로 만들 때도 다른 부재료를 혼합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것들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반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20%만 줄이면 연간 1600억원의 처리 비용이 감소한다. 에너지 절약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5조원가량 생긴다. 이에 따라 절약되는 에너지는 연간 18억kwh로, 이는 39만 가구가 겨울을 날 수 있는 연탄 1억8600만장을 보급할 수 있는 에너지다. 

어렵게 얘기했지만 결국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거다. 음식물 쓰레기는 유통·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것(57.0%)이 먹다 남긴 음식물(30.0%)보다 훨씬 많다. 먹을 만큼만 사고, 상하기 전에만 먹어도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단 얘기다. 

‘엄마 CEO’ 진지영 로터스블랑 대표는 버려지는 음식물들을 볼 때마다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우리 세대는 많이 오염된 환경에서 살고 있잖아요. 이대로 가면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할 게 분명할 텐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사실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는 조금이라도 환경오염의 속도를 줄여보고 싶었다. 어차피 버려지는 음식물이라면 상하기 전에 한번 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실제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이런 팁을 공유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레몬껍질은 구연산 성분이 함유돼 있어 흰옷을 삶을 때 함께 넣으면 표백효과가 있다. 참외껍질은 탈취와 습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 잘 말려 신발장에 넣어두면 냄새는 물론 습기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진 대표는 “개인이 뭔가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창업을 꿈꿨다. “과일껍질 등을 활용해 천연원료를 만들어 개인에게 공급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수없이 반복되는 테스트

사실 여기엔 그의 딸이 오랫동안 아토피를 앓은 영향이 컸다. 그가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것도, 천연원료를 떠올린 것도 딸을 위한 마음에서였다. “기존 화학원료로 만든 제품들은 아무래도 아토피가 있는 아이한텐 자극적일 수밖에 없어요. 더 순한 제품, 더 순한 원료를 찾다가 화학원료를 대체할 천연원료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100% 통영 굴껍데기로 만든 에코파우더를 시작으로 그는 현재 살균제·방충제·탈취제·세정제·소독제 등 친환경 제품 300여종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용품 전용 살균제는 유산균 발효액, 구연산, 정제수, 프로폴리스 단 4가지 성분만으로 만들었다. 모기기피제는 후추 추출물로 만들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걸 보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목욕제품(버블바스)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잖아요. 코코넛오일, 먹는 계면활성제, 식향을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테스트만 3개월이나 한 것 같아요.”

그동안 ‘주부’ ‘엄마’의 마음으로 천연원료를 만들고,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온 진 대표는 최근엔 남성 제품군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성고객들은 제품을 꼼꼼하게 따지면서 구매합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남성 제품들은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할뿐더러 좋지 않은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었습니다.”

진 대표는 남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예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그 전담팀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것과 불편해하는 것들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했고, 수없이 많은 샘플을 만들어냈다. “남성들이 만드는 남성 제품이야말로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담팀을 만들었죠. 6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심리스 드로즈’를 만들었고, 앞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남성 제품은 진 대표가 마련한 일종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을 직접 대면하거나 해외 바이어를 만날 기회가 줄어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건 제한적이더라고요. 직접 대면하면서 제품을 만져보고 향도 맡아보고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잖아요. 해외 바이어들도 반응이 좋았는데, 현재 상황에선 수출이 쉽지 않으니까 계획에 차질이 좀 생겼습니다. 해외는 일단 소량으로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를 준비하고 나중에 다시 문을 두드려야죠. 그러다보면 다시 길이 열리지 않겠어요?” 엄마 CEO의 또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엄마가 다 그렇듯 ‘오로지 직진’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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