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책 출사표

SSG닷컴이 서점 업계 1위 교보문고와 손잡았다. 지난 5월 교보문고의 인기도서 200종을 선정해 ‘쓱배송’을 시작하더니, 11월엔 교보문고 도서 50만종을 SSG닷컴에 입점한다고 밝혔다. SSG닷컴이 ‘책’을 품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라인이 도서 구입 주요 채널로 자리 잡은 데다, 소비자들이 책도 사고 장도 보는 ‘구매연계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약한 배송전략은 흠이다. 

SSG닷컴이 교보문고와 협력해 도서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사진=더스쿠프 포토]
SSG닷컴이 교보문고와 협력해 도서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식품부터 의류, 화장품, 가구까지…. ‘없는 게 없는’ SSG닷컴이 이번엔 ‘책’을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점 업계 1위 교보문고와 손잡은 SSG닷컴은 인기도서 200종을 선정해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김포 ‘네오002’ ‘네오003’에 도서를 입고해 고객(수도권 지역)이 원하는 시간에 쓱배송(새벽배송 포함한 당일배송)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11월엔 교보문고 도서 50만종을 SSG닷컴에서 판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해외 서적이나 패키지 상품을 제외한 교보문고 도서 대부분을 SSG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인기도서 200종처럼 ‘쓱배송’을 활용하진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교보문고와 업무제휴를 맺고 고객 구매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고객이 SSG닷컴에서 도서(50만종)를 주문하면 교보문고 자체 물류시스템을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이 책을 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이 도서를 구입하는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문고에선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매출액이 오프라인 매출액을 따라잡았다. 교보문고의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2017년 56.9%에서 올해 1~5월 기준 43.7%로 13.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은 43.1%에서 56.3%로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 중에서도 특히 모바일 매출 비중(19.7%→ 33.4%)이 큰폭으로 증가했다.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보다 ‘터치 한번’으로 주문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주부 고객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도 보고’ ‘아이 책도 구입하는’ 주부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전업주부 이지연(34)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씨는 “아이들과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게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늘었다”면서 “평소 장을 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도서도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는 SSG닷컴의 경쟁사인 쿠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찌감치 도서 카테고리를 확대해온 쿠팡은 코로나19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쿠팡을 통한 도서 판매량이 다른 채널 대비 증가했다. 쿠팡에서 장을 보는 30~40대 주부가 도서까지 구입하면서 아동도서나 학습도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주부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SSG닷컴이 책을 주요 아이템으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곽정우 SSG닷컴 운영본부장은 “한 사이트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는 ‘원스톱 쇼핑’ 장점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면서 “장보기부터 명품 쇼핑, 도서 구매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플랫폼으로서 SSG닷컴의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SSG닷컴은 쿠팡처럼 책을 품은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까. 현재로썬 효과가 미미할 거란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SSG닷컴은 도서의 다양성 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SSG닷컴에서 구매 가능한 교보문고 관련 도서는 50만종에 이르지만, 당일배송·새벽배송 등 쓱배송이 가능한 상품은 여전히 200여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도서들은 교보문고의 물류시스템을 거쳐 택배 배송하는 만큼 다른 도서 유통채널과 비교했을 때 ‘메리트’를 갖기 어렵다.

도서를 직매입해 ‘로켓배송(밤 12시 전 주문시 다음날 배송)’하는 쿠팡과는 대조적인 셈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가능한 도서 수가 카테고리별로 사회ㆍ정치 58만종, 과학ㆍ공학 41만종, 인문 34만종, 경제ㆍ경영 33만종, 자기계발 15만종(이상 12월 3일 기준)에 이른다. 

그렇다고 SSG닷컴에 책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뭔가’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책은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임의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참고: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도서정가제는 정가의 10% 할인+5% 포인트 적립(금전적 이익) 등만을 허용하고 있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현재로썬 SSG닷컴이 구색을 갖추는 효과 정도만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서를 통한 구매 연계 효과를 내기 위해선 SSG닷컴만의 차별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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