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세기의 명작 뒤 가려진 ‘여자들’
[Weekly BOOK Review] 세기의 명작 뒤 가려진 ‘여자들’
  • 이지은 기자
  • 호수 423
  • 승인 2021.01.13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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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삐딱하게 다시 봐야 할 그림 속 진실
지난 세기 여성들은 아내, 뮤즈, 예술가이기 전에 가부장 사회를 받치는 밑돌로 고통받아 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세기 여성들은 아내, 뮤즈, 예술가이기 전에 가부장 사회를 받치는 밑돌로 고통받아 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세기의 여성들은 ‘착한 딸, 어진 아내, 현명한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사회의 목소리에 맞춰 살았다. 스스로를 돌보거나 자아를 탐색하거나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할 때면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돌보라’며 그것이 ‘여성스러운 삶’인 양 요구받았다. 가부장제 아래에서 오랜 기간 이런 목소리에 길든 여성들은 자신을 낮추고 부정하며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의 목소리가 그들을 끊임없이 가두려 했다. 하지만 마냥 가만있지만은 않았던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기 앞의 길에 나타나 사사건건 참견하는 가부장적 시선을 거부하고, 사회가 원하는 ‘천사표 여성’의 경계 밖으로 과감히 뛰쳐나왔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명작 뒤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가와 그림에 관한 ‘숨은’ 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리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여성 예술가들이 가부장적 억압과 치열하게 싸우고 끝내 당당한 자신으로 오롯이 서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명작을 내놓기까지 그 뒤에서 큰 역할을 한 여성들을 비롯해 판위량, 베르트 모리조 등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제대로 발휘하거나 평가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세기 여성들은 아내, 뮤즈, 예술가이기 전에 가부장 사회를 받치는 ‘밑돌’로 늘 고통받아왔다. 이 책은 남성 중심 사회가 모른 척 외면했던 여성을 향한 폭력과 여성의 고통을 예술로 포장했던 시대를 강한 어조로 지적한다. 아울러 그림 속 여성에 관한 작가의 해석이 ‘낯섦’과 ‘신선함’이 아닌 ‘옳음’이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지난 세기의 그림에서 발견된 여성들을 ‘삐뚤어진 감각’으로 바라볼 것을 제시한다. 삐딱하게 볼 수 있어야 그림 속 진실한 감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삐딱하게 다시 봐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여성의 순교가 아닌 여성의 고통이며, 여성의 헌신이 아닌 여성의 절망과 슬픔이라는 진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림 속에서 여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돼 왔는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해온 폭력의 양상은 어떠했는지, 가부장제의 밑돌로서 어떻게 억눌려 왔는지 반추한다. 아울러 이 문제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여성, 만들어지다’에서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게 아닌, 여성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에서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대상화하던 가부장 사회를 다룬다.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에서는 16~18세기 그림 속 여성들이 겪었던 성적 억압과 폭력을 살펴보고 지금 이 시대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아본다.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에서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재능을 뽐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소개한다. 

 

세 가지 스토리 

「외로운 도시」
올리비아 랭 지음|어크로스 펴냄


영국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올리비아 랭의 대표작이다. 연인을 따라 뉴욕에 정착했다가 실연한 그는 ‘외로움이란 무엇인가’에 천착한다. 고립감과 우울, 피해망상 등으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단서를 발견한다. 이후 앤디 워홀 등 뉴욕의 예술가들이 남긴 외로움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고독의 맨얼굴을 마주한다. 

「사운드 파워」
미테일러 치호 지음|더숲 펴냄


‘청각 정보’가 ‘시각 정보’보다 두배 더 빠르게 뇌에 전달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소리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와인가게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으면 비싼 와인 판매량이 증가하고, 마트에서 느린 음악을 틀어 놓으면 매출이 증가한다. 이 책은 경제, 정치,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면에서 어떻게 소리를 활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소개한다.


「시장의 속성」
레이 피스먼 등 지음|부키 펴냄


에어비앤비로 방을 예약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기술의 발전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한다. 시장의 변화와 혁신은 경제학자들의 ‘창조적 이론’ 덕택에 가능했다는 거다. 그 근거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된 경제학 논문들을 선별해 제시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체화하고 현실에 반영됐는지 증명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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