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나오지 마라” 봉쇄의 참상
[Weekly BOOK Review] “나오지 마라” 봉쇄의 참상
  • 이지은 기자
  • 호수 425
  • 승인 2021.01.2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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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에서의 생존 기록
코로나19의 돌연한 창궐로 인구 1000만의 도시 우한은 하루아침에 봉쇄됐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돌연한 창궐로 인구 1000만의 도시 우한은 하루아침에 봉쇄됐다.[사진=연합뉴스]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의료진 사망과 사람 간 전염을 인정한 것은 지난해 1월 20일이다. 그러나 2019년 12월 말부터 우한武漢의 화난수산시장에서는 의문의 폐렴 환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었다. 리원량李文亮 같은 의사들이 심상찮은 전염병의 기미를 감지하고 세상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저지당했다. 당시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이랬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2020년 1월 25일, 우한에 거주하던 작가 팡팡方方은 도시가 봉쇄된 지 사흘째부터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웨이보에 쓰기 시작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그녀의 일기를 보고 ‘살아 있는 중국의 양심’이라며 극찬했다. 정부 검열로 그녀의 웨이보가 차단되고 글이 삭제당하자 누리꾼들은 일기를 댓글로 이어 올리는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그녀의 일기는 SNS를 넘어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우한일기」는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봉쇄된 도시의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 은폐와 침묵, 고위직들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들의 절규를 생생히 서술한다. 이 책은 미국, 독일, 스페인 등 15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나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저자는 이 재난이 어디서, 왜 초래했는지, 어떤 안일함과 무책임이 이런 비극을 확산했는지 추적한다. 코로나 사태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봉쇄 기간 내내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 그들이 목숨을 잃은 수천명의 우한 시민들에 대한 죄책감도 없이 자리를 보전한다면 또 다른 재난이 도래했을 때 똑같이 무사안일한 대처로 더 큰 재난을 맞을 거라서다.

이 책엔 치료 병상은커녕 의사 얼굴조차 볼 수 없어 새벽 거리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부모 모두 확진자로 격리되자 집에 혼자 남은 뇌성마비 아이는 아사餓死하고, 수백 수천의 시신들이 제대로 된 장례 절차 없이 비닐에 싸인 채 포개어 화물트럭에 실려 나가는 참상도 담겨 있다

이 책은 인구 1000만의 도시가 돌연 봉쇄됐을 때 그 안에서 어떻게 의식주가 이뤄지고 역경을 돌파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봉쇄 기간 내내 가장 크고 아름다운 줄기를 이루는 것은 단단한 생활력과 연대로 어려운 시절을 버텨나가고, 서로를 돌보는 우한의 평범한 노동자와 생존자들”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지옥 속에서 우한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다. 밧줄에 필요한 물건을 매달아 창문으로 넘겨주고 받는다.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구하게 되면 이웃의 문 앞에 두고 가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사랑의 채소’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렸던 리원량이 결국 사망하자 우한에는 애도의 물결이 흐른다. 

저자는 재난이 닥쳤을 때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도시를 되찾으려 했던 우한 시민들의 눈물겨운 투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 가지 스토리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문정훈 지음|상상출판 펴냄


화려한 도시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키지만 이내 공허함을 주기도 한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인 저자는 “숨김없는 시골이 도시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준다”고 말한다. 그가 파리가 아닌 프랑스 시골을 찾아 나선 이유다. 진짜 프랑스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골의 특성과 그 특성을 기반으로 자라는 것들, 지역별로 달라지는 음식과 와인을 소개한다.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프랑스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왕비들의 전쟁」
박영규 지음|옥당북스 펴냄


왕비의 초점에 맞춰 다룬 왕조시대 권력 투쟁기다. 남성 중심 역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1부에선 소서노를 시작으로 신덕왕후 강씨 등 건국ㆍ반정의 중심에 선 여걸들을 다룬다. 2부에선 각각 신라와 고려를 좌지우지한 지소태후, 천추태후 등 용상 위에 군림한 왕비들을 소개한다. 3부에선 사랑과 권력을 목숨 걸고 지킨 승부사들, 4부에선 가문과 권력을 지켜낸 여성들을 다룬다.

「아주 짧은 집중의 힘」
히야시 나리유키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30분이면 끝날 일을 산만하게 굴다가 몇시간을 끌어본 적 있는가. ‘몰입의 순간’을 내 맘대로 불러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년간 뇌과학을 공부한 뇌신경외과 전문가인 저자는  ‘꾸준히’의 함정에서 벗어나 ‘단숨’에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초집중의 힘을 강조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고, 언제 어디서나 머릿속 집중 회로에 불을 켤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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