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중대선언 앞둔 인텔
생산 버리고 설계 전념할까
옵테인 역량 강화하는 인텔

위기에 빠진 반도체 명가 인텔이 부활을 날갯짓을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엔 반도체 위탁생산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란 두가지 카드가 있다. 인텔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업계가 들썩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엔 삼성전자의 미래도 달려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 속 인텔의 두가지 카드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전망해 봤다. 

7나노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텔이 반도체 생산을 위탁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7나노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텔이 반도체 생산을 위탁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은 좋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40년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결별을 선언했고, 15년 동맹 애플과도 이별 수순을 밟았다. 아마존ㆍ구글ㆍ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기업들도 독자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탈脫인텔의 길을 걷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쩍 약해진 경쟁력이다. 인텔의 주력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선 AMD의 추격을 턱밑까지 허용했다. AMD는 얼마 전 파산 위기에 몰리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제품 성능 면에선 인텔을 앞섰다는 평가도 많다. 그렇다고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야심 차게 뛰어든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인텔은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부문에서 엔비디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충격이었다. 인텔의 아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인텔이 사상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인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반도체 제조역량이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스스로 한다. AMDㆍ엔비디아 등 경쟁업체들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ㆍfabless)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인텔은 최근 제조역량의 한계를 끊임없이 노출해왔다. 지난해 7월 반도체 생산공정을 7㎚(나노미터ㆍ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차세대 제품의 출시를 늦췄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사이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AMD는 7㎚ 공정을 기반으로 한 CPU를 출시했고, 엔비디아는 8㎚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GPU를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인텔의 제품은 10~14㎚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더 미세한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일수록 성능과 효율이 좋을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인텔이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지는 하나다. 반도체 생산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ㆍfoundry)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인텔의 위탁생산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지만 올해에야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인텔이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오는 1월 21일(미국 현지시간) 위탁생산 여부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이 이미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 7㎚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GPU의 생산을 맡겼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해졌다.

일부에선 “인텔이 지난해 낸드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넘기고 전원관리(PWM) 반도체 사업부의 매각을 앞두고 있는 등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인텔이 반도체 생산 부문도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인텔이 생산과 설계를 완전히 분리할 것이냐는 점이다. 설계와 생산을 떼낸다는 건 인텔이 종합반도체기업에서 팹리스로 전향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에 따라 파운드리 업계, 나아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현재 7㎚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곳뿐이다. 당장은 인텔이 TSMC의 손을 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갔을 땐 삼성전자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인텔의 모든 생산 물량을 TSMC 혼자 감당하기엔 벅찰 가능성이 높아서다. 

물론 인텔이 ‘설계와 생산’을 실제로 분리할지는 알 수 없다. 인텔이 위탁생산을 하더라도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많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텔이 팹리스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공장을 처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썬 7㎚ 이하 미세공정이 필요한 제품군만 위탁생산을 맡기고 10㎚ 제품까지는 자체 생산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텔의 설계ㆍ생산 분리 작업의 ‘전조’로 여겨지는 낸드사업부 매각도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텔이 사업부를 정리하는 건 ‘옵테인(Optane)’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란 이유에서다. 옵테인은 메모리반도체를 대표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한데 모은 제품으로 인텔이 공을 들이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다. 인텔은 낸드사업부를 매각한 직후 ‘옵테인 그룹’이라는 새 조직을 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옵테인은 용도가 애매해 시장의 호응을 얻진 못하고 있지만 가격과 속도 면에서 메리트가 있어 향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옵테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인텔이 현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로 올해부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1년 반도체 시장의 이목은 인텔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몰락할 것이냐, 기사회생의 단초를 마련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란 거다. 그 중심엔 자체 생산을 고집하던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여부와 차세대 메모리 옵테인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인텔의 행보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생산을 위탁한다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엔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옵테인이 몰라보게 성장한다면 국내 메모리반도체의 위상이 위협받을 게 분명하다. 위기에 빠졌지만 미래는 인텔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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