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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앞둔 제주맥주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가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가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수제맥주업체 ‘제주맥주’가 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제주맥주는 첫 제품을 출시한 지 4년 만에 수제맥주 시장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 회사는 개성 있는 맥주 맛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위험요인도 숱하다. 론칭 이래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어서다. 제주맥주의 눈부신 성장 뒤에 ‘거품’이 숨어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주맥주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지난 2월 말, 수제맥주 제조·판매업체 제주맥주에 때아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의미는 상당했다. 코스닥에 출사표를 던진 첫번째 수제맥주 업체였다. 성공한다면 맥주업계를 통틀어 첫 ‘코스닥 진출’이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2015년 2월 미국의 수제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가진 30년 양조 노하우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7년 8월 첫 제품(제주 위트 에일)을 론칭했고, 2018년엔 ‘제주 펠롱 에일’을, 2019년엔 ‘제주 슬라이스’를 줄줄이 출시하며 입지를 넓혔다. 

거대한 양조장도 제주맥주의 강점이다. 이 회사는 맥주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조장 증설에도 힘써왔다. 2019년엔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공장을 증설해 맥주 생산량을 4배로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엔 투자금 140억원을 유치했는데, 이 투자금 역시 양조장 증설에 투입했다. 
상장을 하려는 이유도 양조장과 관련이 깊다. 회사 측은 “상장 후 마련한 자금으로 생산 설비 등을 늘릴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낌없는 시설 투자와 연구 덕인지 제주맥주는 ‘맛있다’는 호평을 받으며 수제맥주시장 1위에 올랐다(점유율 30%대). 제주맥주 제품 3종은 대형마트와 더불어 5대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에 모두 입점했다. 그사이 매출도 크게 늘었다. 2017년 17억원에서 2018년 75억원, 2019년 84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무려 215억원으로 급증했다(이상 주세 차감 매출액).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인한 ‘집콕·혼술’ 열풍을 타고 전년 대비 156%나 늘어난 거다. 현대카드(아워에일)·하이랜드 파크(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와 손잡고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한 것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한국 맥주 시장을 다양화하고 수입 맥주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맥주의 성장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과 ‘경험’을 강조한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 제주맥주는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양조장을 체험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갓 만든 맥주를 맛보거나, 제주 아티스트가 만든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마케팅도 참신하다. 지원자에게 집·차량·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제주도 한달살기’ 사업, 일정 기간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신제품 등 톡톡 튀는 전략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과제도 있다. 외적 성장을 일구는 덴 성공했지만 내실이 신통치 않아서다. 

제주맥주의 영업손실은 2017년 50억원, 2018년 63억원, 2019년 90억원으로 계속해서 쌓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5억원에서 1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업손실 43억원, 당기순손실 114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인 게 그나마 긍정적 시그널이다. 일각에서 ‘수제맥주판 쿠팡’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올해 5~6월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실이 쌓이면 상장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제주맥주가 풀어야 할 난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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