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일본 전기차 주춤한 새
‘K-자동차’ 시대 성큼
전기차·수소차 내세워
일본 시장 공략한다면

자동차 시장이 변하고 있다. 비단 전기차 얘기만이 아니다. 완성차 기업들 간 공고했던 서열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 BMW 등 전통의 명가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망설이는 사이 신생 기업 테슬라와 중국의 BYD가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차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K-완성차 기업’이 일본의 완성차 기업을 앞서고 있다.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며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며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품질 높은 전기차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의 대중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641만대로 예상된다. 이는 연초 전망치(450만대)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바람이 부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1~9월에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90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4% 증가했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의 신형 전기차(아이오닉5 · EV6)가 내수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만 1만974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지난 10월 기준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 1만3504대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은 전기차 시장의 ‘맹주’ 테슬라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테슬라의 지난 10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1만6291대로 현대차에는 뒤처지고 기아에는 바짝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의 독주가 종언을 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 기아는 주요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서도 ‘신흥강자’로 올라설 태세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올 3분기 북미 판매량은 1만5022대로 전년 동기(3845대) 대비 2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는 K3 · 스포티지 · 텔루라이드 등 다양한 모델이 고루 인기를 얻으며 3분기 총 17만701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한 만큼 향후 전기차 공략이 더해지면 그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미국
 · 유럽보다 더 뚫기 힘든 시장이 있어서다. 바로 일본의 자동차 시장이다. 일본 시장은 연간 6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규모 시장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곳이다. 일본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도요타
 · 혼다 등)를 향한 충성도가 높고 그만큼 시장의 배타성도 크기 때문이다. 

장벽 높은 일본 시장

현대차 역시 일본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1년 현대차는 쏘나타
 · 아반떼 등을 수출 모델로 삼고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시장 진출 초기에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자 현대차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배용준을 앞세워 대대적인 광고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현대차의 일본 판매량은 2004년 2574대를 정점으로 2005년 2295대, 2006년 1651대를 기록하며 해마다 급감했다. 결국 2008년 7월 현대차는 주력 차종의 판매를 중단하며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현대차의 실패 원인에 일본 국민들의 국산차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지형 특성상 좁은 골목이 많고 주차장도 협소해 중대형 자동차보다 소형차 · 경차의 인기가 컸다. 현대차의 중대형 차종이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차의 전략적 실책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전통의 자동차 강국이었던 일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는 과거 내연기관차의 공해 문제를 대폭 개선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보이고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완성차 기업 중 가장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
 · 수소차의 비중은 0.12%에 불과하다. 친환경차 생산의 연평균 성장률도 지난 5년간 54.7%로 낮은 편에 속한다. 더욱이 완성차 기업들이 앞다퉈 신형 전기차를 선보이는 시점에서 도요타는 아직까지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갈라파고스화된 일본의 상황은 현대차
 · 기아에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회사가 수준 높은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데다가 품질 · 가격 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 중인 아이오닉5 · EV6 모두 당장 일본 시장에 선보여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일본의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는 아직까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는 아직까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오는 2022년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전략 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현대차는 일본 도쿄에서 수소승용차 모델인 ‘넥쏘’의 전시와 시승회를 개최하고 현지반응도 조사했다. 20년 전과는 다른 현대차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산차를 향한 자부심이 어느 곳보다 강하다. 그런 일본에서 전수받은 기술로 자동차 산업을 시작한 우리가 독자적인 기술로 일본 시장을 점유한다면 그 감회는 더욱 남다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일본 시장 공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일본 자동차를 제치고 세계무대를 호령할 K-자동차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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