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피트니스캔디 출범
LG전자-SM엔터 경영진 참석
9월 론칭 목표로 청사진 밝혔지만
6개월 흐른 지금까지 감감무소식
엔데믹 시대 홈트 시장 축소
SM엔터 분쟁 끝나면 달라질까

2022년 9월 출시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사업을 주도하던 경영진은 교체됐고, 사업모델까지 일부 변경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합작법인의 한쪽 날개 SM엔터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혁신적인 구독 기반 플랫폼을 만들어 가전업계에 신기원을 열겠다던 LG전자 ‘피트니스캔디’의 야심 찬 꿈은 일장춘몽에 그칠까. 

피트니스캔디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사진=뉴시스]
피트니스캔디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께 예정됐던 LG전자의 홈피트니스 서비스 출시 계획은 물 건너갔다. 6개월이 흐른 지금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LG전자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와 손잡고 만든 ‘피트니스캔디’의 얘기다. 

피트니스캔디가 요란하게 출발했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지난해 5월 LG전자는 SM엔터와 함께 피트니스캔디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LG전자 51.0%, SM엔터 49.0%다. 당시 LG전자가 25억5000만원, SM엔터는 24억5000만원을 각각 출자했다.

두 상장사의 합작법인답게 출정식은 화려했다. 법인 설립 한달 만인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행사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이성수ㆍ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 피트니스캔디 경영진이 참석했다. 피트니스캔디 홍보대사로 선정된 유명 연예인과 셀럽, 국가대표 운동선수도 함께 손뼉을 쳤다. 취재진도 대거 몰렸다. 

피트니스캔디는 이 자리에서 ‘홈트족’을 겨냥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른바 ‘맞춤형 큐레이션 운동 데이터 플랫폼(EDPㆍ Exercise Data Platform)’이었다. 홈트레이닝 콘텐츠와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구독서비스 기반 앱을 운영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LG전자는 하드웨어 요소를 맡았다. 피트니스캔디 앱을 개발하고 플랫폼 운영을 지원한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호령하는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종 디바이스도 제작한다. 특히 LG전자는 출범식에서 인공지능(AI)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TV 연결 장치를 강조했다. 사용자의 동작과 상황을 인식해 얼마나 올바른 자세로 운동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통방통한 기기였다. 

SM엔터는 피트니스캔디 속의 콘텐츠를 담당하기로 했다.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아티스트와 음원 등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헬스 관련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주요 역할이었다. 

피트니스캔디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조주완 사장은 하드웨어에 국한하지 않고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조 사장이 언급했던 말을 들어보자.

“그간 가전 패러다임이 기능과 성능 중심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고객경험 중심으로 스마트 가전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고객 여정의 전반에 걸쳐서 최고의 경험과 감동을 전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해 나가고자 한다.”

피트니스캔디는 LG전자와 SM엔터의 합작법인이다.[사진=뉴시스]
피트니스캔디는 LG전자와 SM엔터의 합작법인이다.[사진=뉴시스]

조 사장의 말처럼 피트니스캔디는 ‘가전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요소가 많았고, 글로벌 성공 사례도 있었다. 피트니스캔디의 비즈니스모델은 홈트족을 타깃으로 디바이스를 팔고, 플랫폼을 통한 구독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스타트업 ‘펠로톤’과 애플의 ‘피트니스플러스’와 유사했다. 

이중 전용 자전거를 팔면서 피트니스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펠로톤은 스타트업(2012년 설립)이란 한계를 딛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헬스장에 가는 게 어려워지자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펠로톤은 지난해 4분기 기준 6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구독 공룡 기업으로 거듭났다. 

피트니스캔디 역시 펠로톤과 같은 가파른 성장을 기대했다. 피트니스캔디는 2022년 9월 앱 출시(예정)를 발판으로 2023년 유료회원 5만명을 확보하고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25년엔 유료회원 100만명에 매출 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LG전자의 브랜드 파워와 SM엔터의 K-팝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도 두드리겠다는 미래 비전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9월 출시 예정이던 앱은 반년이 흐른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조주완 사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대표가 바뀐 데다, 사업 모델도 변경되면서 (론칭)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피트니스캔디는 경영진이 물갈이됐다. 출범식 때 사업모델을 설명했던 심우택 피트니스캔디 대표는 서비스가 나오기로 했던 지난해 9월 사임했고, 10월엔 김비오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IT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교체된 구체적인 이유를 알긴 어렵지만, 출범식 당시 시장의 시선이 싸늘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피트니스캔디가 피벗(Pivotㆍ전략 변경) 수준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 출시 예정일은 뒤로 더 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척이나 요란했던 출범식과는 달리 피트니스캔디의 성공 가능성을 둘러싸곤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피트니스캔디가 밝힌 구독 서비스 가격은 월 2만~3만원 수준이었다. 월 구독료 44달러(약 5만7000원)를 받는 펠로톤보단 저렴하지만, 다른 경쟁사인 애플 피트니스플러스 요금(9.99달러ㆍ약 1만3000원)과 견줘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OTTㆍ음원 등 주요 구독서비스가 월 1만원 안팎의 요금을 책정하는 것과 비교해도 그렇다. 

구독서비스에 지갑을 활짝 열지 않는 국내 소비 성향도 피트니스캔디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성인 807명(2021년 9월)에게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의 이용 현황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는 모든 정기구독에 월 4만여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피트니스캔디의 월 2만~3만원은 상당히 비싼 값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독하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구독서비스 역시 가격 민감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국내 홈트레이닝 산업의 사이즈는 크지도 않고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진출한 터라 월 2만~3만원의 구독료는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피트니스캔디가 서비스를 예고한 지난해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시대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 풀리면서 홈트레이닝 수요도 줄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펠로톤의 실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던 미국의 펠로톤은 엔데믹 시대의 개막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홈트레이닝으로 몰려들었던 2020년 1월 167달러를 돌파했던 펠로톤의 주가는 현재 13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봉쇄가 풀리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2020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2021년과 2022년엔 연속 적자를 냈다. 

피트니스캔디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합작법인 파트너인 SM엔터가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는 점도 나쁜 변수다. 12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비즈니스 제휴를 꾀하는 쪽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 합의가 피트니스캔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SM엔터 경영권 분쟁이란 변수가 해소된 지금, LG전자가 띄운 ‘피트니스캔디’란 혁신 프로젝트는 다시 구체화할 수 있을까.  답을 하기엔 여전히 변수가 너무 많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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