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지 않은 알뜰폰❶
서비스 확대한 토스모바일
경쟁자 등장에 알뜰폰 시장 술렁
저렴하지 않은 요금제 론칭
대신 빠른 유심 배송 내세워
알뜰폰답지 않은 알뜰폰 왜 내놨나

# 잠잠하던 알뜰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지난 1월 알뜰폰 사업을 본격 시작한 토스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시장에선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 하지만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돈다. 숱한 대기업이 그랬듯, 토스 역시 별다른 활력을 불어넣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이유는 토스의 전략이 좀 이상해서다. 

# 토스는 알뜰폰답지 않은 요금제를 론칭하면서 평균 17분(서울과 수도권 기준) 만에 유심(USIM)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편에선 이를 ‘짜장면 배달보다 빠른 배송’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유심이 빨리 배송되면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거다. 토스는 과연 알뜰폰 업계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토스 알뜰폰의 민낯을 취재했다. 그 첫번째 편이다.   

토스가 운영하는 토스모바일이 지난 1월 30일 알뜰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사진=뉴시스] 
토스가 운영하는 토스모바일이 지난 1월 30일 알뜰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사진=뉴시스] 

“메기의 출연이냐, 또다른 포식자의 등장이냐.” 알뜰폰 업계의 이목이 새로운 사업자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토스모바일이다. 지난해 7월 알뜰폰 사업자인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한 토스는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섰다. 

토스모바일은 지난 1월 30일 4종의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고, 2월 22일부터 가입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배달 플랫폼 바로고와 배달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유심(USIM)을 고객에게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서다. 토스모바일이 유심을 받기까지 17분이 걸린다고 홍보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토스모바일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미사용 데이터 캐시백,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토스페이 결제 시 캐시백 제공, 간편하고 빠른 개통 등이 강점으로 꼽히면서 사전 예약에만 17만명이 몰렸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이동통신3사의 과점 체제 논란도 토스모바일을 향한 시장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통3사 과점 논란에 불씨를 붙인 건 정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 특허 사업”이라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월 23일 국무회의에선 “금융·통신분야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계 부처는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에도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카르텔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관심은 토스모바일이 불러올 파급력으로 쏠렸다. 토스는 가입자가 2400만명에 달하고, 월간활성사용자(M AU)는 금융플랫폼 1위 사업자(1400만명)였기 때문이다(모바일인덱스·지난해 6월 기준). 토스모바일이 알뜰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이뤄질 수 있을까. 

■ 불편한 숫자와 잊힌 취지 = 우선 알뜰폰 시장을 살펴보자. 2010년 도입한 알뜰폰의 취지는 이통3사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개선하고,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었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8월 12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1월 1306만2190명을 기록하며 가입자 1300만명을 돌파했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통신비 부담이 높아진 데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알뜰폰을 선택하면서 가입자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알뜰폰은 이렇게 외형적 성장엔 성공했지만 취지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요금제가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요금제가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5.0%였던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1.0%로 높아졌다. 반면, 62.0%였던 중소 알뜰폰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1.0%로 떨어졌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이통3사’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거다. 

그렇다고 이통3사의 힘을 줄이려는 노력을 쏟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2013년 3월과 10월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각각 4년, 7년 만에 발을 뺐다. 호기롭게 알뜰폰 시장에 도전했지만 이통3사의 물량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2019년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출시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모바일뱅킹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금융과 통신서비스의 결합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처음엔 알뜰폰 업계도 KB국민은행의 진출을 반겼다. 거대 금융자본을 우군으로 얻으면 이통3사와의 협상력이 높아질 거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과의 상생보단 이통3사가 걸었던 길을 선택했다. 지나치게 낮은 요금제와 물량 공세로 중소 알뜰폰 업체의 고객 이탈을 부추겼다.

일례로, 2019년 21만4084명이었던 대기업·빅테크 알뜰폰 업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56만1687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수는 426만4319명에서 294만4189명으로 30.9% 감소했다. 리브엠이 알뜰폰 시장의 또다른 포식자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리브엠을 향해 “과도하게 원가 이하의 요금제를 판매해 다수 사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토스모바일도 리브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쟁력 강화와 상생보다는 고객 서비스나 고객 유치용으로 알뜰폰을 사용할 공산이 커서다. 

중소 알뜰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파격적인 요금제와 사은품으로 고객을 유치할 게 뻔하다”며 “이통3사 자회사와의 경쟁도 버거운 중소 알뜰폰 업체에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우려는 토스의 비즈니스 모델과도 맞닿아 있다. 

토스는 저렴한 요금 대신 빠른 유심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러스트=토스 제공]
토스는 저렴한 요금 대신 빠른 유심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러스트=토스 제공]

■ 금융과 알뜰폰의 동상이몽 = 토스는 슈퍼앱 전략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뱅킹·증권·보험 등 모든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다는 건데, 여기에 알뜰폰까지 있으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게 뻔하다. 

실제로 요즘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뱅킹·결제 등 대부분의 금융생활을 한다. 알뜰폰 고객을 토스로 끌어들이면 다양한 서비스를 더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일종의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뜰폰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층이 2030세대라는 걸 감안하면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은행 업무는 물론 대부분의 금융 활동을 스마트폰을 통해 진행한다”면서 “토스모바일에 가입한 고객이 토스뱅크를 통해 이체나 결제, 상품 가입 등의 금융활동을 하면 앱 이용량이 늘어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유형을 파악하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알뜰폰 가입자 증가→토스 고객 유치→토스 앱 이용량 증가→주요 상품·서비스 가입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알뜰폰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점이다. 목적이 알뜰폰 시장의 성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알뜰폰 시장의 변화를 꾀하긴 힘들다. 토스모바일이 이통사 요금제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파는 ‘단순 재판매 업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토스모바일은 론칭 초기 알뜰폰의 취지에 걸맞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다. 토스의 무제한 100GB 요금제는 비슷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통3사 요금제보다도 비싸다. 대신 토스가 내세운 건 새로운 경험이다. 간편한 가입 과정과 빠른 유심 배송으로 번거로움을 해소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유심을 배송받는 데 평균 17분이 걸렸다는 걸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야 할 알뜰폰이 배송 시간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요금제가 비싼데 빠른 배송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다.

[※참고: 토스모바일의 요금제 문제는 커버 파트2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가령, 토스모바일 100GB 요금제의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면 월 5만4800원의 요금이 발생한다. 이는 선택약정 할인을 받은 이통사의 요금 4만4250원(데이터 110GB 기준)보다 비싸다.] 

익명을 원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기존 알뜰폰 업체와 경쟁을 벌이기보다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려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의 중심이 알뜰폰이 아닌 토스 금융서비스의 확대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토스모바일은 숱한 논란을 이겨내고 알뜰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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