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부실한 내수활성화 대책
지자체ㆍ민간 연례행사 수두룩
文 정부 때 사업 차용하기도…
전문가들, 관치와 포퓰리즘 지적
애초 긴축과 경기부양 양립 불가

# 윤석열 정부가 최근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순대, 떡볶이, 어묵을 먹으러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 관광이 성공한 것”이란 다소 엉뚱한 총평을 내놓으면서 내수활성화에 힘을 쏟아달라고 주문했다. 

# 하지만 시장에선 벌써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지원금이 600억원에 불과한 데다 이미 지자체나 민간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을 대책으로 내놔서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차용하기도 했다.

이번 내수활성화 대책에는 지자체나 민간에서 진행해오던 연례행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내수활성화 대책에는 지자체나 민간에서 진행해오던 연례행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사진=뉴시스]

“외국인들이 순대, 떡볶이, 어묵을 먹으러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 관광이 성공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각 부처 관료들로부터 내수활성화 대책을 보고받은 후에 내수활성화의 핵심을 ‘관광’이라고 꼽으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아마도 ‘한국을 큰맘 먹고 오는 곳이 아니라 간편하게 놀러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내수활성화 목표가 고작 순대, 떡볶이, 어묵을 많이 파는 것이냐” “내수활성화 전략을 얘기한다면서 논의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 “한국인이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를 가느냐”는 등의 비아냥이 적지 않았다.

여기엔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고민 없는 언행이나 독단적인 정책 추진 등에서 기인한 반감이 한몫 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이 그럴듯하다면 윤 대통령을 향한 비아냥도 수그러들 것이란 점이다. ‘말만 그렇게 했을 뿐, 나름 준비는 많이 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그럼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은 현재의 경기둔화 국면을 뚫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우선 진정성부터 의심스럽다. 정부가 이번에 내수활성화를 꾀하겠다면서 국내 관광 촉진을 위해 책정한 재정지원 규모는 600억원이다. 국내 관광 촉진을 통해 내수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재정지원치고는 터무니없이 적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이 내수경기 진작에 얼마나 도움을 주겠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참고: 지금이 재정지원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시기인지를 두고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재정 투입이 적은 것도, 정부 내수활성화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수활성화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회의론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은 크게 ▲내수 붐업(Boom-up) 패키지, ▲국내소비 기반 강화, ▲외국인 방한관광 활성화 ▲지역ㆍ소상공인 상생과 생계부담 경감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 검증➊ 내수 붐업의 실체 = 일례로 앞의 두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내수 붐업 패키지’에는 ▲국제행사 등 50여개의 메가이벤트 릴레이식 개최 ▲유통ㆍ유원시설ㆍ휴게소 등 전방위적인 할인행사 ▲‘근로자 휴가비 지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현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것들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은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없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은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없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특히 50여개의 메가이벤트라는 건 일부를 제외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서 이미 계획하고 있던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연례행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정기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도 릴레이식 메가이벤트에 속해 있다. 계획이 잡혀 있는 대규모 행사를 나열한 후, 정부가 숟가락만 얹은 셈이다. 

전방위적인 할인행사는 앞서 언급한 600억원의 정부 재정지원 가운데 4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100만명에게 숙박예약 시 3만원을 할인해주는 사업(300억원), 철도 이용객에게 요금을 할인해주는 사업(19억4000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수혜자는 약 135만명이다.

수백억원을 쏟아붓지만, 참신하지도 않고, 할인을 받는 대상도 한정적이다. 그러자 일부에선 이런 지적도 나온다. “결국은 돈 쓸 여유가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 아니냐” “미리 휴가 계획을 짤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등이다. 

2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근로자 휴가비 지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이다. 근로자가 20만원을 내고, 사업자가 10만원을 내면 정부가 10만원을 얹어주는 방식이다. 근로자들로서는 반값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어 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고, ‘공급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두배로 늘린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에선 이 정책을 두고 “왜 나랏돈으로 휴가비를 지원하느냐”며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으로 쓸 돈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긴축재정을 꾀하고 있는 정부가 긴축재정과는 병행할 수 없는 ‘내수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구색 맞추기 정책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내수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보기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힘든 자영업자들을 위해 일부라도 재정을 지원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검증➋ 내수 붐업의 실체 = 그럼 ‘국내소비 기반 강화’는 어떨까. 여기엔 ▲문화비ㆍ전통시장 지출 시 한시적(4~12월) 소득공제율 상향(10%포인트), ▲기업의 문화 업무추진비 인정 항목에 유원시설 이용권 등 추가 ▲대체공휴일(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 추가, ▲공공과 민간의 연차휴가 사용 촉진(캠페인)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에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선 회원사들에 연차휴가 적극 활용과 다양한 행사 국내 개최를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지출액의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올려주는 게 ‘국내소비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기업의 ‘문화 업무추진비 인정 항목 추가’는 기업이 업무추진비(일명 접대비)를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건데, 이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안창남 강남대(세무학) 교수는 “접대비가 오르면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건 후진국적 발상”이라면서 “접대비 지출이 기업 매출을 늘린다는 것도 증명된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진행됐다.[사진=뉴시스]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진행됐다.[사진=뉴시스]

종합하면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엔 숙고한 흔적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대책이 실질적인 내수부양에 도움이 되는지도 불명확하다. 상당수 대책이 지자체나 민간에서 추진하던 사업들로 채워져 있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전 정권의 일’이라면 염증을 내온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을 ‘자신들의 플랜’에 넣은 대책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윤석열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은 관치와 여론 호도, 포퓰리즘이 뒤섞인 굉장히 낮은 수준의 경제정책”이라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윤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을 살펴보면, 지자체나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 상당한데 이를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호도하면 일종의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내수활성화에 동참하라’며 기업을 사실상 압박하는 내용도 많은데, 이는 개발도상국에서나 하는 최악의 관치다.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왜 내수활성화를 꺼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물가상승 압력때문에 재정을 확대할 상황도 아니다. 재정을 찔끔 투입해서 내수활성화를 꾀하겠다니 이게 포퓰리즘이 아니면 뭔가.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뭘 하려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경제는 심리다. 심리를 움직이려면 정책이나 대책이 대중의 ‘니즈’를 충족해 줘야 한다. 지금 윤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엔 그게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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