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반지하 비우려했던 서울시
바우처까지 지급했지만…
월 임대료 지원 못 받는다해도
계속해서 반지하 세입자 생겨

홍수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비워야 한다. 그다음 철거해 다른 종류의 건물을 만들면 끝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반지하 주택에 입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2022년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서울시의 자화상이다. 서울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반지하 주민의 주거상향을 위한 이사 바우처가 지급되지 않아도 반지하에 세입자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계속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반지하 주민의 주거상향을 위한 이사 바우처가 지급되지 않아도 반지하에 세입자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계속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22년 서울시는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재선언’했다. 2010년에도 서울시는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 뼈아픈 결과는 2022년 여름으로 이어졌다. 비가 크게 내리자 반지하 집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시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서울시가 내세운 건 두가지 방안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일단 막고(수해방지시설), 장기적으론 반지하 주택을 사들여 없애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정책 추진은 더뎠다. 반지하 전수조사는 5월께 끝날 듯하다.

2022년 말까지는 주거 약자가 거주하는 반지하 등 1000여호를 조사했다. 4월까진 침수 이력이 있는 2만8000호가량의 반지하 주택을 살폈다. 나머지 반지하 주택엔 532명의 건축사를 투입해 5월 말까지 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후 6월 말까지 수해방지시설이 필요한 반지하 주택을 골라 차수막을 설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반지하를 아예 없애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시가 반지하가 있는 주택을 사들이고 주택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3450호의 반지하를 매입하고,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겐 월세를 지원해 지상주택으로 이주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월세 바우처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건데, 조건이 있다. 수해가 터지기 전인 2022년 8월 9일까지다. 이 시일 전에 전입 신고한 거주민들은 월 2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전입신고를 한다면 반지하 바우처를 발급하지 않는다. 반지하 주택에 또다른 주민이 유입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 이쯤에서 두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반지하 집은 비어가고 있을까. 둘째, SH의 반지하 매입 전략은 효율적일까. 그 답을 하나씩 살펴보자.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 질문➊ 반지하 실태=먼저 반지하 집의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2022년 8월 10일 이후 계약이 이뤄진 연립ㆍ다세대 주택(통칭 빌라) 반지하 주택을 확인했다. 현재 서울에서 반지하 바우처를 제공하는 자치구는 총 7곳이다.

강남(개포1동 한정)ㆍ관악ㆍ구로ㆍ금천ㆍ동작ㆍ서초ㆍ영등포구다. 8월 10일 이후에는 반지하 이전 바우처가 지급되지 않으니 통상적인 생각대로라면 반지하에 입주하는 사람은 줄어야 한다. 과연 그랬을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자. 반지하 이사 바우처를 지급하는 7개 구에 한정해 2022년 8월 10일(반지하 바우처 지급 기준일) 이후 2023년 5월 19일까지 반지하 주택(빌라)에서 이뤄진 전월세 계약을 확인했다. 총 390건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410건) 4.9%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빌라의 전월세 계약이 19.8%(2021년 8월~2022년 5월 12만192건→2022년 8월~2023년 5월 9만6376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감소폭이 아니다. 


그럼 수해 이후 이뤄진 390건의 전월세 계약을 맺은 주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같은 주소지에서 계약한 41호를 제외한 349호 중 63호(18.0%)가 홍수위험지역과 겹쳤다. 2022년 홍수 이후 인명 피해까지 벌어졌지만 누군가는 또 반지하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지역의 근거는 환경부가 제공하는 홍수위험지도다. 이 지도는 ▲국가하천(한강ㆍ안양천 등) 범람, ▲지방 하천(도림천 등) 범람, ▲도시침수지도(우수배제시설 용량초과 시 침수범위) 등을 보여준다. 국가하천은 100년 기준, 지방 하천은 50년 기준, 도시침수지도는 30년 기준의 호우 상황을 가정해 침수 범위를 설정한다.

이를 다시 자치구별로 확인해봤다. 강남구(개포1동 한정)ㆍ금천구의 경우 홍수위험지역에 있는 주택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관악구는 101호 중 14호, 구로구는 45호 중 18호, 동작구는 82호 중 9호, 서초구는 78호 중 17호, 영등포구는 15호 중 5호가 홍수위험지역에 있었다. 그중 영등포구의 홍수위험지역에 있는 반지하 주택 5호를 확인해봤다.

5월 19일 기준 홍수위험지역에 위치한 주택에는 차수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둘러 설치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 5호 중 4호는 도림천이 범람할 경우 1.0~2.0m, 나머지 1호는 0.5m 이하로 물이 차오른다.

김천일 강남대(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바우처 지급은 반지하 주택과 비슷한 조건의 주택 임대료를 오르게 만드는 효과가 발생해 좋은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지하 거주 취약계층이 사회복지를 누릴 수 있게끔 하는 방안과 도시 관리 측면에서 집중 호우 대책을 세워야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료 |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자료 |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 질문➋ 매입 전략 = 그럼 SH의 반지하 주택 매입 전략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벌써부터 ‘진통’이 발생하고 있다. 매입 조건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어서다. SH의 매입 조건을 들여다보자. 다세대 주택, 다가구 주택의 경우 ‘한동’ 단위로 매입하기 때문에 소유주 50% 이상의 매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연립주택의 구성이 지상 4층에 지하 1층이고, 한층에 2세대가 산다는 걸 감안하면 5세대 이상의 소유주가 특정 시기에 매각 의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언뜻 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일부 반지하 집주인이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소유주 동의율을 채우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한 이유다. 반지하를 비우고, 최종적으론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초여름이 시작된 지금, 냉정한 점검이 필요할 듯하다. 어쩌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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