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P2E 왜 시끄러운가
국내선 불법인 P2E 게임
사행성 있다는 우려 때문
규제 완화 로비 의혹
김남국에서 여권으로
과연 P2E 시선 달라질까

# 최근 잠잠했던 P2E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 덕분이 아닙니다. 한 국회의원이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설수에 휘말렸는데, 대부분이 P2E에 쓰이는 암호화폐라서입니다.

# 최근엔 P2E를 발행하는 게임사 관계자가 여야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P2E가 대체 뭐길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요. 그 답을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김남국 의원이 P2E 암호화폐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P2E 규제 완화에도 제동이 걸렸다.[사진=뉴시스]
김남국 의원이 P2E 암호화폐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P2E 규제 완화에도 제동이 걸렸다.[사진=뉴시스]

요즘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꽤 시끄럽습니다.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입니다. 국회의원이 암호화폐를 구입·보유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닙니다만 불분명한 자금출처, 이상 거래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김 의원의 거래 스타일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 횟수는 총 2342번에 이릅니다. 하루에 7번씩 11개월간 매일같이 암호화폐를 거래한 셈입니다. 더구나 해당 암호화폐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김 의원은 암호화폐 발행사들로부터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암호화폐를 사고팔 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겠습니다.

다만, 김 의원이 사들인 암호화폐가 ‘게임업체’와 연관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의원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위믹스(발행사 위메이드)’ ‘마브렉스(넷마블)’ ‘젬허브(BPMG)’ 등 암호화폐가 모두 P2E 게임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P2E 게임사가 김 의원에게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겁니다.


사실 이 로비 의혹은 최근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2020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회를 출입한 기록을 공개했는데, 그 명단엔 김 의원이 아닌 국민의힘(허은아·정희용·윤창현)과 더불어민주당(김한규·김성주·오기형·김종민)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야권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로비 의혹을 띄우던 여권도 P2E 사태에 휘말린 겁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P2E가 대체 뭐길래 논란의 중심에 올라선 걸까요. 찬찬히 알아보겠습니다.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로, 말 그대로 ‘놀면서 돈을 번다’는 뜻입니다. 이런 P2E 개념을 가장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는 게 바로 온라인 게임입니다. 대표적인 P2E 게임이 위메이드가 2021년 8월 출시한 ‘미르4’입니다.

이용자들은 미르4를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과정이 다소 복잡하지만,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 속 가상자원인 ‘흑철’을 모아 몇번의 교환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암호화폐 위믹스와 교환한다. 이 위믹스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게임을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P2E 게임은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게임 전문 벤처투자사인 비트크래프트는 세계 P2E 게임 시장 규모가 2021년 15억 달러(약 1조9755억원)에서 2025년 500억 달러(약 65조8500억원)로 4년 안에 33.3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위메이드의 미르4도 지난해 1분기 글로벌 매출 1310억원을 달성해 2013년 2분기 이래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P2E 게임을 즐길 수 없습니다. 국내법은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의 국내 론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게임산업법은 환전이 가능한 P2E 게임 속 아이템을 ‘경품’으로 취급한다”면서 “경품을 제공하는 걸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법이 P2E 론칭을 금지하는 방법은 ‘국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2조 2항’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항목에 따르면 게임의 등급분류를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사행성이 있는 게임의 등급분류 신청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현재 게임위는 P2E 요소가 들어간 게임의 등급분류를 일체 거절하고 있습니다.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 게임은 국내에서 출시할 수 없습니다. 게임사들이 P2E 게임을 국내에 론칭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마찬가지로 미르4에도 국내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미르4를 플레이하는 건 가능하지만, 암호화폐를 활용한 수익화 시스템이 빠져 있는 탓에 미르4로 ‘돈’을 벌 순 없습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P2E가 국내에선 법에 가로막혀 있으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목말라 있는 게임사들로선 답답했을 겁니다. 그동안 게임 업계에서 꾸준히 “P2E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이유입니다.

미르4를 만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22’ 콘퍼런스에서 “게임 내에서뿐만 아니라 게임 밖에서 경제적 가치를 갖게 만들어 게임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며 P2E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P2E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사행성도 사행성이지만 P2E 수익구조의 핵심인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꼽습니다. 그도 그럴 게 주식이나 선물의 경우, 가격이 급등락할 것을 우려해 가격 제한폭(주식 ±30%·선물 ±50%)이 설정돼 있지만 암호화폐엔 이런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게임에서 힘들게 벌어들인 재화가 하루아침에 ‘0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런 우려에서인지 정부는 여전히 P2E 게임에 완고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게임사 스카이피플과 게임위와의 소송전에서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게임위가 스카이피플이 2020년 출시한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의 등급분류를 거부했는데, 법원은 이를 취소해달라는 스카이피플의 청구소송을 기각했죠.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여기까지가 현재 국내 P2E 게임 시장의 현주소입니다. P2E 규제를 두고 대립이 첨예한 와중에, P2E에 쓰이는 암호화폐가 구설에 휘말렸으니 게임사들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이 상황이 지나가면 P2E 게임에 드리운 그림자가 걷힐까요? 김경환 변호사는 “지난 1월 법원 판례가 보여주듯 P2E를 향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면서 “게임사들이 사행성 요소를 걷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정해상 단국대(법학과) 교수도 “현재 게임 재산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를 반사회적인 행위로 보는 시선이 많다”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걷힐 수 있도록 암호화폐 운영·감독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남국 코인 사태’로 인해 P2E가 조명됐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국내 P2E 게임들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요. 그 답을 찾기엔 먹구름이 너무 많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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