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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가입자 0.6% 증가
일부에선 “OTT 영향” 탓
가입자 수 포화인 게 문제
타사 가입자 뺏는 레드오션
ARPU 높였다간 독 될 수도

한국 IPTV 산업은 2008년 출범 이후 꾸준히 고성장을 달성했다. 탄탄한 콘텐츠와 모바일 결합상품의 락인 효과로 유료방송 시장을 견인했다. 글로벌 OTT의 공세에도 오히려 손을 맞잡으면서 ‘코드 커팅’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최근엔 가입자 증가율이 주춤하다. 어쩌면 가입자 수가 역성장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다. 사진은 ‘지니TV 올인원 셋톱박스’를 공개하는 강국현 KT 사장.[사진=뉴시스]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다. 사진은 ‘지니TV 올인원 셋톱박스’를 공개하는 강국현 KT 사장.[사진=뉴시스]

0.6%.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증가율이다. 총 3624만8397명으로 2022년 상반기(3600만5812명)보다 24만2585명 더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수치가 0%대에 그친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료방송 산업엔 전송방식이 각기 다른 3가지 사업자(IPTVㆍ케이블TVㆍ위성방송)가 있는데, 이중 인터넷 기반의 IPTV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참고 : 케이블을 활용한 케이블TV와 위성안테나로 신호를 수신하는 위성방송은 IPTV와 견줘 떨어지는 편의성과 연동성, 콘텐츠 때문에 이미 수년 전부터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 IPTV 성장 궤적 =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가 이끄는 국내 IPTV 시장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 2056만5609명이었다. 상반기 대비 36만2158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0.6%로 이 수치가 1%를 밑돈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 등 기존 케이블TV와 차별화한 콘텐츠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2017년 11월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를 앞선 이후 격차를 계속 벌려왔다. 미국에선 유료방송을 끊고 대신 넷플릭스 같은 OTT를 선택하는 뜻의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뚜렷했는데, 한국은 예외였다. 국내 OTT 산업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릴 때도 IPTV 산업은 동반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국내 IPTV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관련 방송상품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결합상품으로 묶여 있다 보니 해지가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10만원을 훌쩍 넘는 미국 유료방송과 달리 국내 IPTV는 1만~4만원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코드 커팅으로 번지지 않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OTT 서비스의 공세에도 국내 IPTV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OTT 서비스의 공세에도 국내 IPTV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사진=뉴시스]

한국의 IPTV 업계가 글로벌 OTT 사업자와 각을 세우지 않고,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은 국내 이통3사의 IPTV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TV 리모컨에 해당 OTT의 전용 버튼을 넣거나, 요금을 할인하는 식으로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IPTV 산업은 승승장구했고, 이통3사의 보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어쩔 수 없는 침체 = 그럼에도 최근의 침체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IPTV 가입자 수(2056만명)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 수(2127만 가구)에 맞먹는다. 보통 하나의 가구에서 하나의 IPTV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는 IPTV 보급률이 100%에 가까워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가입자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2021년 상반기 8.4%에서 2021년 하반기 7.8%,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엔 각각 2.6%, 0.6%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엔 ‘역성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IPTV 산업 성장은 이제 마무리 단계”라면서 “IPTV 기업들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직감한 IPTV 업체들은 신상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최근 KT가 IPTV 셋톱박스, 무선인터넷 공유기,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 셋톱박스’를 공개한 건 대표적 사례다. 유료방송 사업에서 ‘떨이식 결합상품’이 아닌 ‘프리미엄 상품’을 팔겠다는 거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어렵지만 시장 규모가 줄어들진 않고 있다”라면서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통해서 전체 가입자 성장세보다 매출 성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1인당 매출액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프리미엄’을 앞세워 섣불리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간 경쟁업체가 가입자를 빼앗을지 모를 일이라서다. 이통3사의 IPTV 사업 역량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뺏고 뺏는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키즈 콘텐츠를 강조하거나 OTT 플랫폼과의 협업 등을 내세웠지만 이통3사 모두 차별성을 각인하는 데엔 실패했다”면서 “지금도 국내 IPTV 고객이 서비스를 고를 땐, 어떤 회사의 콘텐츠가 더 많은지를 따지기보단 어떤 회사가 더 많은 현금을 지원해 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품질 경쟁력이 비등비등한 시장에서 새 가입자를 모시려면 가격 경쟁력으로 제 살을 깎아야 한다. 영원할 것 같던 성장이 끝난 한국 IPTV 산업이 마주한 딜레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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