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스마트워치 시장 정체기
신제품에 신기술 적용했지만
혁신 불릴 만한 요소 태부족
무혁신에 반감 커진 소비자
스마트워치 더 진화할까

스마트워치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이 처음으로 감소해서입니다. 업계에선 그 이유를 스마트워치가 수년간 이렇다 할 신기술 없이 제자리걸음을 거듭해 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이름대로 정말 ‘스마트’할까요? 더스쿠프가 스마트워치의 현주소를 되짚어봤습니다.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최근 감소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최근 감소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새 스마트폰을 살 때 한번쯤 구입을 고민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워치’입니다. 요즘 스마트워치 제품 상당수가 스마트폰과의 궁합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문자·전화받기 등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 덕분인지 스마트워치 시장의 규모도 가파르게 커졌습니다. 2012년 30만개(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닷컴)에 불과했던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지난해 9430만개(전망치)로 10년 새 312.6배나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급속 성장이 가능했던 또다른 이유로는 ‘애플워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4년 9월 론칭한 애플워치는 세련된 디자인, 직관적인 기능, 아이폰과의 긴밀한 상호작용 등 전에 없던 장점으로 무장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량을 알긴 어렵지만, 애플이 스마트워치 시장의 1인자로 군림하는 건 사실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워치의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은 30.0%로 2위인 삼성전자(10.1%)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은 의심할 게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요소’가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스마트워치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1억5000만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4분기만 놓고 보면 출하량이 5000만대로 전년 동기(6100만대) 대비 18.0% 감소했습니다.

업계 1위인 애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기간 출하량이 1650만대(2021년 4분기)에서 1380만대(2022년 4분기)로 16.3% 감소했습니다. 2위인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450만대에서 290만대로 출하량이 35.5%나 빠졌습니다. 제조사가 제품 출하량을 줄이는 건 수요 감소의 시그널 중 하나란 점을 생각하면 스마트워치의 인기가 이전보다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왜일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스마트워치가 혁신을 잃었다는 점’을 꼽습니다. 실제로 스마트폰과의 연동 기능을 제외하면 시중에 판매 중인 스마트워치가 내세울 만한 장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심박·혈압·심전도 등 사용자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만,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적용해온 기술입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장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 8세대와 갤럭시워치5도 다를 게 없습니다. 두 제품은 모두 이전 모델에 없던 ‘온도 센서’란 신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사용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기술인데, 정확성은 뛰어납니다. 애플워치 8세대는 화면 아래와 손목 위 등 2곳에 센서를 내장해 0.1도 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죠. 갤럭시워치5는 접촉 없이 측정이 가능한 ‘비접촉식 온도 센서’를 탑재해 차별점을 뒀습니다.

신기술 적용하긴 했지만…

관건은 이 기능이 체온 체크 외에 소비자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냐는 겁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애플은 체온 체크 기능을 활용해 여성의 생리 주기와 가임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명상 앱, 수면 중 호흡 추적 기능, 초상화 시계 모드 등을 애플워치 8세대에 새로 탑재됐습니다. 지난 2월 식약청으로부터 체온 체크 기능의 사용 허가를 받은 삼성전자도 올 2분기 안에 같은 기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은 단순히 온도를 잴 수 있는 센서만 탑재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개발·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떤가요? 흥미롭긴 하지만 이중에서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있나요? 글쎄요, 많은 소비자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을 내비칩니다. 제품 후기가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제품의 장점이 퇴색하는 느낌이다’ ‘차라리 더 싼 이전 모델을 구매하는 게 낫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갤럭시워치5의 가격은 32만9000원(45㎜ 제품 기준)으로 이전 모델(29만9000원·44㎜ 기준)보다 3만원 올랐고, 애플워치도 53만9000원(7세대 44㎜)에서 63만9000원(8세대 44㎜)으로 10만원 인상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업계 1·2위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신제품을 출시했는데도 그해 4분기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1650만→1380만대)한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전미나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지난 몇년간 스마트워치 시장은 제품을 선구매하는 얼리어답터의 뒤를 따라 모방구매자(imitator)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스마트워치의 기능이 어느 정도 알려진 지금 혁신성 없는 모델이 출시되면 강한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도 “현재의 스마트워치는 기술 정체기에 돌입한 지 오래”라면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혁신 기술을 선보인 기업이 시장의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혁신성을 갖춰야 스마트워치 시장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료 | 각 사, 참고 | 기본모델 기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각 사, 참고 | 기본모델 기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해가 바뀐 2023년, 애플과 삼성전자는 어떤 ‘워치 기술’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하반기 신모델에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 기술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사용자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확인해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가능성을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애플은 레이저를 이용해 채혈하지 않고 혈당을 체크하는 기술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 성인(30세 이상)의 16.7%(질병관리청· 2020년 기준)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기술을 탑재할 경우 스마트워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정확성을 입증받지 못해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려면 수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전망입니다. 두 기업은 올해 새 스마트워치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님 스마트워치의 ‘혁신’은 벌써 종언을 고한 걸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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