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종업원지주사 성공의 비밀➋
업계 2위 기업, 문제는 경영진
임직원 토론으로 방향성 설정
철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외이사로 이사회 중심 운영
직원이 감시자, 투명경영 실천
역설 경영 펼친 한국종합기술

# 한진중공업홀딩스 계열의 1인 오너 기업에서 2017년 12월 ‘상장사 최초 종업원지주제 기업’으로 탈바꿈한 한국종합기술의 ‘5년치 성적표’는 꽤 긍정적이었다. 모든 임직원이 회사를 ‘직원이 행복한 기업’으로 만들려 애쓴 결과다.

# 그럼 시장의 우려를 이겨내고 종업원지주사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회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더스쿠프가 한국종업기술에 숨은 ‘역설의 경영학’을 취재했다.

토론을 통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종업원지주제의 첫번째 조건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론을 통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종업원지주제의 첫번째 조건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직원들이 주식을 직접 매입해 상장기업 최초로 ‘종업원지주제 기업’이 된 한국종합기술은 나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실적은 인수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고용과 임직원들의 연봉도 늘었다.[※참고: 이 내용은 ‘경영의 경자도 모르던 직원들의 반란(통권 547호)’ 기사에서 자세히 언급했다.]

실적만이 아니다.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전문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ESG 종합평가에서는 2018년 이후 줄곧 AA등급(규모등급 기준)을 받고 있다. 질적 성장도 함께 일궈낸 셈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운이 좋았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종업원지주제를 선택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틀린 말도 아니다. 큰 사업이든 작은 사업이든 ‘운이 없으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실력’이 있어야 ‘운’도 따라온다는 건 시장의 정설에 가깝다. 그럼 이 회사가 남다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을 살펴보기 전에,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지주제를 선택한 과정을 되짚어보자. 

한국종합기술은 한진중공업홀딩스 계열사였던 시절부터 엔지니어링 업계 2위를 놓치지 않을 만큼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던 2016년 모기업이던 한진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종합기술의 미래도 불투명해졌고, 2017년 매각의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당시 이 기업의 오너였던 조남호 전 회장은 1년에 고작 한두번 출근하면서 수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던 한국종합기술 임직원들은 “경영만 제대로 한다면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가졌다. 종업원지주제를 해보자는 동력이 생긴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동력’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였다.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이 질문을 풀 수 있다. 

■ 방향 설정 = 우선 종업원지주제를 택하고 직접 출자한 임직원들은 기업의 방향성을 세우는 데 오랫동안 머리를 맞댔다. 2017년 종업원지주제 전환 이후 3년 만인 2020년에야 미션과 사업 목표를 내놨을 정도다.

[※참고: 현재 한국종합기술은 지주사 한국종합기술홀딩스가 지배(지분율 52.96%)하는 구조다. 지주사의 지분은 출자자인 임직원 946명이 나눠 갖고 있다. 다만, 현행법상(민법) 출자자들이 모두 한국종합기술홀딩스의 주주가 될 순 없어서 29명의 대의원에게 주주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한국종합기술은 한진중공업홀딩스 계열사였지만 2017년 상장기업 최초의 ‘종업원지주제 기업’이 됐다.[사진=뉴시스]
한국종합기술은 한진중공업홀딩스 계열사였지만 2017년 상장기업 최초의 ‘종업원지주제 기업’이 됐다.[사진=뉴시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한국종합기술의 종업원지주제 도입을 부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었다. 동종업계의 A 대표는 “수주 산업은 기밀이 중요한데, 종업원지주제에서는 정보가 공유될 수 있어 협업이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동종업계의 B 임원은 “직원들의 치열함이 부족할 텐데, 과연 경영자 관점에서 집단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고의 기술로 세상에 기여하는 행복한 직원들의 한국종합기술’이란 회사의 미션은 그렇게 탄생했다. ‘수주 6000억원,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이라는 사업 목표, ‘소통협력ㆍ신뢰구축ㆍ프로정신ㆍ책임의식ㆍ즐거움’이라는 핵심가치, 토론ㆍ주인의식ㆍ윤리의식 등을 강조한 10개의 ‘행동약속’도 만들었다. 위에서 하달한 것이 아닌 임직원들 스스로 수차례의 토론과 워크숍,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아래에서부터 도출한 미래 비전이었다. 

■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우리가 해보자’는 동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종합기술 임직원들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투표를 통해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와 한국종합기술 사장을 1명씩 선출해 그들에게 지주사와 사업 회사를 맡겼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임직원들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영수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종업원지주제 체제를 갖기 위해 토론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은 종업원지주제의 실패 사례를 공유했어요. 이를 통해 종업원지주제하에서 종업원들이 노조를 앞세워 경영에 너무 많이 개입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배웠죠.”

숙의 끝에 임직원들은 ‘이사회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대표이사 1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3명’의 체제를 만들었다. 회사의 주인인 출자자들의 주장만 받아들이는 이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사내이사 수를 사외이사와 동수로 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종합기술은 향후 사내이사 수를 더 줄여 1명으로 하고, 사외이사를 4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줄이겠다는 거다. 김영수 대표는 “사외이사를 더 늘리면 다양한 지적을 들을 수 있다”면서 “그러면 종업원지주제가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성의 힘 = 마지막 포인트는 투명한 시스템이다. 이는 종업원지주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기도 하다. 임직원 1660명 중 946명(57.0%)이 회사의 주인인 출자자인 데다, 이들이 실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보니 각종 비용 집행이 마치 ‘내 돈’ 다루듯 투명하게 이뤄졌다. 아울러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해졌고, 독단보다는 설득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한국종합기술의 한 임원은 그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투명하지 않은 의사결정 과정에는 감언이설이나 로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나 개인의 실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회사 전체로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업은 추진하면 안 된다. 따라서 투명성은 종업원지주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물론 이로 인해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다른 기업들이 수주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한국종합기술을 제외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예컨대 다른 기업들은 수주를 위해 로비를 하고 싶어 하는데, 한국종합기술이 못하겠다고 버티면 수주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소유자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소유자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인지 한국종합기술은 역설적으로 ‘투명성’을 더 제고하고 있다. 김치헌 한국종합기술 사장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투명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민간사업 수주를 늘리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상장사 최초 종업원지주사’로서의 숙제가 다 풀린 건 아니다. 언급했듯 출자에 참여한 임직원 수백명의 의사를 29명의 대의원에게 위임한 구조여서 출자자의 의사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아직 지배구조가 완벽한 건 아니란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종합기술은 지주사를 1인 1주주가 가능한 협동조합 형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 인수 당시 인수금이 모자라 출자자들의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도 상환해야 한다. 종업원지주제의 확산이라는 사명도 숙제다. 

김영수 대표는 “현재의 결실에 취해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선은 대출금부터 상환한 후 종업원지주제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 노하우를 전수해 종업원지주제가 더 확산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