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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곡물가격 안정세 돌입
하지만 사료값 떨어지지 않아
환율 하락분 반영되지 않은 탓
농가 생산비 ↑ 원윳값 인상 압박
우유-가공식품 가격 상승 이어지나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사진=뉴시스]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사진=뉴시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결정을 위한 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최근 낙농진흥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유의 기본가격을 조정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낙농진흥회장, 수요자, 유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생산자와 수요자는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전년도 생산비를 기준으로 당해연도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원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유 생산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엔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낙농가에서 사용하는 배합사료의 원료인 수입곡물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살펴보자. 세계식량가격지수는 FAO가 24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한 뒤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식량가격지수를 매달 집계해서 작성하는 지표다. 기준치는 100포인트(2014~2016년 평균)로, 이를 초과하면 해당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159.7포인트에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4월 1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지만, 5월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4.3포인트로 4월(127.7포인트) 대비 2.6% 하락했다. 

상식적으론 원료비가 낮아지니 곡물로 만드는 배합사료의 가격도 떨어지는 게 맞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월별 배합사료(공장도)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젖소용 배합사료의 가격은 되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3월 ㎏당 586원이던 젖소용 배합사료의 가격은 6월 621원→8월 676원→10월 695원→11월 700원까지 치솟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율 때문이다.

통상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사료 업체는 사료 가격을 0.5%가량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 추이는 어땠을까. 2022년 3월 2일 1205.6원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은 6월 27일 1299.4원→8월 24일 1341.8원→10월 7일 1404.2→11월 2일 1421.7원으로 6개월 동안 9.4% 상승했다. 수입 곡물 가격이 떨어져도, 사료값엔 환율 상승분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문제는 환율이 하락해도 사룟값은 요지부동이란 점이다. 지난해 12월 ㈜농협사료가 사료가격을 3.5% 인하한 뒤 일부 사료업체가 가격을 인하했지만, 여전히 몇몇 업체는 그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탓이다. 수입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데도 정작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농가의 젖소 마리당 소득은 2021년(365만1000원) 대비 23.3% 감소(280만1000원)했다. 소득 감소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우유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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