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목돈 모으고 싶은 신혼부부
재테크 고수 솔루션 안 먹혀
신혼 즐기다 보니 늘어난 지출
소득의 절반 이상 저축해야

여기 ‘신혼 때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고 선언한 신혼부부가 있다. 내집 마련, 해외여행, 차 바꾸기 등 바라는 목표가 많아서인지 부부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자칭타칭 ‘재테크 고수’들이 말하는 솔루션을 따라 해도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였다. 부부의 무엇이 문제인 걸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혼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신혼부부는 과소비에 빠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신혼부부는 과소비에 빠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한 지 1년이 갓 넘은 신혼부부가 필자를 찾아왔다. 결혼기념일 날, 부부가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하게 된 계기가 됐다. 통닭에 맥주 한잔하면서 소소하게 기념일을 축하한 안상혁(가명·33)씨와 김은혜(가명·29)씨는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부부의 대화는 ‘앞으로 이뤘으면 하는 목표’란 주제에 다다랐다. 부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결혼 전엔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 후엔 주변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산 탓에 부부는 아직까지 세워둔 목표가 없었다.

김씨는 “결혼 2년차에 돌입했으니, 이제부턴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맞춰 착실하게 생활하자”고 제안했고 남편 안씨도 김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부부는 어떤 목표를 세울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공동명의 주택 마련하기, ▲자차를 더 좋은 모델로 바꾸기, ▲1년에 2번 이상 해외여행 가기 등이 명단에 올랐다. 하나같이 모든 신혼부부가 이루길 소망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목표들을 이루기엔 부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특별히 사치를 부리는 것 같지 않은데도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부는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재테크 카페에 가입했고, 카페에서 ‘재테크 고수’라고 불리는 누리꾼들의 글을 수차례 정독했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사람마다 직업과 생활패턴이 다르다 보니, 고수들의 솔루션을 부부의 가계부에 정확히 대입하기가 어려웠다.

지출을 줄여나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하나의 지출을 줄이면 다른 지출이 늘어났고, 모든 지출을 무리하게 줄이면 하루하루가 고달팠다. 안씨 부부에겐 옆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가계부 정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정,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부부의 재정상태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49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29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00만원을 번다. 현재 전세 2억4000만원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8400만원(연이율 3.8%)을 빌렸다.

전체 지출 중 정기지출은 공과금 18만원, 식비·생활비 80만원, 통신비 15만원, 유류비 20만원, 교통비 8만원, 부부 용돈 80만원, 정수기·비데 렌털 5만원, 모임회비 총 10만원, 세탁비 4만원, 녹즙·석류즙 구입비 5만원, 보험료 60만원, 대출금 상환 26만원 등 331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로는 자동차 관련 비용(120만원·이하 1년 기준), 명절·경조사비(250만원), 미용비(30만원), 의류비(300만원), 부모님 용돈(200만원) 등 900만원이다. 월평균 75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 100만원, 예금 총 20만원 등 12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526만원씩 쓰고 36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참고: 적자는 부부가 1년 동안 받는 회사 상여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상여금은 정기 소득이 아니므로 상담에선 다루지 않기로 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면 재무 솔루션을 세우기 어려워서다.]

부부가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애당초 부부는 ‘우린 과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남편 안씨가 “평소 알뜰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지출 이곳저곳에서 과소비의 흔적이 보였다. 2인 가구임에도 한달에 80만원 가까이 식비·생활비가 빠져나가는 점, 보험료에만 60만원을 쓰는 점, 용돈 이외에도 각종 모임비와 의류비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 그랬다.

필자의 지적에 안씨가 질문했다. “그럼 신혼부부가 한달 생활비를 얼마쯤 쓰면 적당한가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월 소득의 50~60%를 저축하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쓰는 걸 추천할 것이다. 자녀가 없고, 특별한 재무가 발생하지 않는 신혼 때가 저축하기 가장 수월한 시기라서다. 이를 대입하면 한달에 120만원씩 월급(490만원)의 24.4%만 저축하는 안씨 부부의 재테크는 평균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부부는 재무목표도 다시 점검했다. 부부는 앞서 언급했듯 ‘내집 마련’ ‘자동차 교체’ ‘1년에 2번 해외여행’ 등 3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부부는 내집 마련을 위해 100만원씩 적금을 붓고, 해외여행 용도로 쓰기 위해 부부가 각자의 예금통장에 10만원씩 총 20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부부는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것만으론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3가지 목표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다. 8400만원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을 먼저 갚아야 하고, 자녀 계획이 있다면 자녀를 위한 양육비도 조금씩 마련해 둬야 한다.

부부가 “당분간은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기에 양육비는 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효과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세우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과연 안씨 부부는 신혼을 알뜰살뜰하게 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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