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종로의 자화상➌
청계천 사이에 둔 종로와 을지로
MZ세대 찾는 힙지로 된 을지로
공실 즐비한 종로는 침체 중…
높은 임대료에 젊은 창업자 실종
상인들도 변화 추구 노력 필요

서울 중구 을지로는 젊은층이 찾는 ‘힙지로’로 거듭났다.[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을지로는 젊은층이 찾는 ‘힙지로’로 거듭났다.[사진=뉴시스]

청계천을 건너 10분 남짓이면 오갈 수 있는 두 상권. 종로와 을지로다. 거리는 가깝지만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을지로는 MZ세대가 즐겨 찾으며 ‘힙지로’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공실이 즐비한 종로는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상권은 왜 엇갈린 결과를 받아 들었을까.  

“예전 종로 상권은 최고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종로보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을지로’ 상권이 훨씬 낫죠.”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주류를 납품하는 김근석(가명)씨는 두 곳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종로와 을지로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거다.

최근 수년간 종로가 하락세를 걷는 사이 을지로는 ‘힙지로’라는 별칭을 얻으며 MZ세대가 찾는 상권으로 떠올랐다. 을지로의 호황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주요 140여개 상권을 분석한 ‘2022년 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이하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를 보자. 을지로 상권의 점포(외식업·소매업·서비스업)당 월평균 매출액은 57만4000원(1㎡당)으로 강남 가로수길(61만6000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힙지로 된 을지로 = 그렇다면 을지로는 어떻게 힙지로가 됐을까. 을지로3가를 중심으로 한 힙지로는 과거 ‘인쇄소 골목’으로 불리던 곳이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작은 인쇄소와 노포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랬던 이곳에 젊은 창업자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트렌디한 카페·맛집·주점들이 뿌리를 내렸고, 낡은 상권 을지로는 일약 ‘뉴트로(newtro)’의 성지로 떠올랐다. 실제로 을지로엔 간판도 없는 작은 가게들이 많지만, 그중엔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곳들이 숱하다. 

그럼 젊은 창업자들은 왜 을지로에 몰려들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첫번째 원인이었다. 임대료가 낮으니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젊은 창업자들을 유인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을지로가 한창 주목받기 시작한 2018년보다야 올랐지만, 을지로는 창업 비용 부담은 낮은 편이다. 2022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에서 창업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용(최근 3년 내 개업 점포 기준)은 평균 1억964만원(보증금·권리금·시설투자금 포함)이었다.

그중 을지로(이하 을지로3가)의 초기 투자비용은 5425만원으로 서울 주요 상권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건대입구(2억1133만원), 가로수길(1억5793만원), 종로3가(1억1800만원), 익선동(1억1703만원)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율 역시 15.4%로 서울 주요 상권 평균(18.7%) 대비 3.3%포인트 낮았다. 특색 있는 청년 창업자들이 을지로에 몰려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참고: 을지로 역시 최근 권리금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기사에선 권리금은 제외했다.]

[사진|뉴시스, 참고|서울시]

■ 침체한 종로 = 종로의 침체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종로는 자본이 부족한 젊은 창업자들이 진출하기엔 너무나 ‘비싼 동네’다. 종로(종로3가 기준)의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중은 22.9%로 서울 평균(18.7%)보다 훨씬 높다.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종로에 쉽사리 출점하지 못할 정도이니 청년 창업가들이 이곳을 찾을 리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로의 공실률은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2020년 1분기 1.5%던 종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그해 4분기 12.8%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금 하락해 올해 1분기 9.7%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서울 평균 공실률(6.3%) 대비 높은 수준이다. 

종로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진희(가명)씨는 “임대료가 비싸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임대인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라면서 “유령도시처럼 공실이 많아지니 상권이 침체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 종로 살아날까 = 그렇다면 종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상가의 주인인 임대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통컨설팅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듬성듬성 이가 빠진 듯 비어 있는 건물들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침체한 분위기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상권이 슬럼화하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임대인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을乙의 입장인 상인 개개인은 임대인과 협상력을 갖기 어려운 만큼 상인들이 서로 연합해 임대인과 임대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 등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종로 상권이 침체한 데는 높은 임대료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상권은 항상 변화하는 만큼 달라지는 트렌드를 좇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위치한 종로는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 가치만은 지금도 유효하다. 종로엔 과연 새바람이 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