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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MR헤드셋 분석
콘텐츠 부재 가상현실
애플 ‘비전 프로’란 답 내놔
혁신적인 기술 돋보이지만
비싼 가격 약점이란 지적
애플 혁신 또 이뤄질까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애플워치 이후 8년 만입니다. 신제품을 론칭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아이템은 독특합니다. 이번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헤드셋’입니다.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출시했지만 ‘대중의 픽’을 받진 못한 영역입니다. 애플은 이번에도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애플이 비전 프로로 VR·AR 시장의 판도를 바꿀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애플이 비전 프로로 VR·AR 시장의 판도를 바꿀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6월 5일(현지시간) 애플이 주최하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3’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애플이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WWDC 2023에서 선보일 거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죠. 애플은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워치(애플워치), 무선 이어폰(에어팟) 등의 제품을 새롭게 출시할 때마다 ‘흥행 신화’를 써 내려왔기에 이번 신제품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릴 만했습니다.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인 건 혼합현실(Mixed reality·MR)용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입니다. 이 헤드셋을 쓰면 모니터 화면이 아닌 현실공간에서도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이용자에게 현실에서 가상공간의 경험을 선사하는 게 이 제품의 핵심입니다.

M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혼합한 기술을 말합니다. VR로 만든 디지털 세계를 AR 기술을 이용해 현실에 덧입히는 게 MR의 특징입니다. 가상공간과 현실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MR은 VR·AR보다 한층 더 진보한 기술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실 현실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기술은 소비자 입장에선 놀랄 만한 게 아닙니다. 몇몇 업체는 비슷한 기능을 갖춘 VR 헤드셋을 상용화해 판매 중입니다. 대표적인 게 메타의 ‘메타 퀘스트’ 시리즈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출시한 메타 퀘스트2의 누적 판매량은 2000만대(2023년 2월 기준)를 돌파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메타는 메타 퀘스트 프로(2022년 10월), 메타 퀘스트3(2023년 6월 1일) 등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죠.

이렇듯 비전 프로의 기술이 전혀 새롭진 않습니다만, 제품을 본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입니다. WWDC 2023에 직접 참석해 제품을 착용해 본 일부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애플이 비전 프로를) 실제로 출시하면 무조건 구매할 것”이라면서 극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비전 프로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걸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VR·AR 시장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VR의 경우, 관련 기기의 판매량이 수천만대에 달했다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선 지 오래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VR 헤드셋 매출을 제외한 VR 시장 규모는 2019년 33억 달러에서 2020년 29억 달러(3조7337억원)로 되레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때가 코로나19로 온라인 게임 등 비대면 문화가 호황기를 맞은 시기란 걸 생각하면 뜻밖의 결과로 봐야 합니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AR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미 AR 제작업체 나이언틱이 개발하고 일본 닌텐도가 유통을 맡아 신드롬을 일으킨 AR 게임 ‘포켓몬 GO(2016년)’를 빼면 수년째 이렇다 할 결과물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를 두고 VR 콘텐츠 개발사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VR·AR을 구현할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 개발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라면서 “현재 VR·AR 기기론 온라인 게임이나 아바타 채팅을 즐기는 게 고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기는 꽤 많이 팔렸는데, 정작 ‘즐길거리’가 없다는 겁니다. ‘콘텐츠 가뭄’이 VR·AR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인 셈입니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지 애플은 WWDC 2023에서 공개한 9분21초짜리 소개 영상에서 비전 프로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열거했습니다. 가장 먼저 강조한 건 ‘무제한 디스플레이’입니다. 현실 공간에 작업 화면과 앱이 띄워지는 방식을 채택해 화면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영상 내용대로라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PC 화면도 비좁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콘텐츠 부재 애플이 답 내놨나

가상공간이 주는 이질감도 최소화했습니다. 빛·그림자·두께 등을 활용해 가상의 화면이 실재하는 듯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PC의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마음껏 펼쳐놓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입니다.

이런 기술을 게임·영화 등에만 적용한 게 아닙니다. 화상회의·영상편집·글 입력 등 회사 업무도 비전 프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MR 헤드셋이 아닌 ‘공간 컴퓨터’라고 부른 건 이런 이유에서죠. MR 헤드셋의 콘텐츠 범위를 ‘오락’에서 ‘일상’으로 넓혀 콘텐츠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PC로 일하던 기존의 업무 방식을 비전 프로로 바꾸겠다는 애플의 의도도 엿볼 수 있죠.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애플의 뛰어난 기술력입니다. 현실 못지않은 가상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애플은 비전 프로에 2300만 픽셀을 갖춘 OLED 디스플레이를 총 2개 탑재했습니다. 뛰어난 화질로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것에 특화된 4K TV의 픽셀이 830만개이니 비전 프로의 화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올 겁니다.

또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눈·손가락·목소리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총 12개에 달하는 카메라, 6개의 센서, 5개 마이크가 이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합니다.

예를 들어, 눈앞에 띄워진 앱을 지긋이 바라보면 앱이 선택되고, 손가락으로 꼬집는 동작을 취하면 앱이 실행되는 식입니다. 주인공이 허공에 디지털 화면을 띄워두고 손짓, 눈동작, 음성만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영화 ‘마이너티리 리포트(2002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양손에 전용 컨트롤러를 쥐어야 하는 기존 VR 헤드셋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죠.

 

[자료 | 애플, 사진 | 애플 제공]
[자료 | 애플, 사진 | 애플 제공]

전매특허인 ‘애플 감성’도 돋보입니다. 기기 상단에 위치한 원형 다이얼을 돌린 만큼 현실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땐 주변 조명이 자동으로 어두워져 몰입감이 높아집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근처로 다가오면 그 사람의 모습이 가상공간을 뚫고 나타납니다.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만든 겁니다.

혁신적인 기술 돋보이지만…

하지만 비전 프로가 장점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3499달러(449만원)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현재 메타 퀘스트2가 45만원, 고급 모델인 퀘스트 프로가 128만원인 걸 고려하면 일반 소비자에겐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대입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장 배터리를 뺀 것도 어찌 보면 단점입니다. 전원을 연결해야만 쓸 수 있어 역동적인 움직임이 어려운 게 사실이죠. 외장 배터리의 이용 가능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격 부담감을 무릅쓰고 구매할 정도로 해당 기능들의 완성도를 높이느냐가 제품의 흥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전 프로를 사야만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애플은 비전 프로로 또 한번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내년 정식출시일이 기다려집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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