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자본주의」
불평등의 문화적
기원 찾아 나서다

과거보다 더 능력과 자질을 갖췄음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을 호소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보다 더 능력과 자질을 갖췄음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을 호소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의 사회적 권익은 점차 진일보하고 있다. 20세기 말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은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있으며 더 오랜 경력을 유지하게 됐다. 고위직 여성의 비율도 예전 대비 높아졌다. 그런데 과거보다 훨씬 능력과 자질을 갖췄음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을 호소한다. 

출산 여성을 위한 육아 휴직은 여성이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휴직에 따른 잠재적·부정적 효과 또한 존재한다. 육아 휴직 이후 벌어지기 시작한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경력상 간극이 결국엔 임금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출산휴가 후 일터로 돌아간 여성이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경제 활동이 중단됐던 여성은 직장에서 승진과 교육 기회를 놓치고, 집에서는 육아에 관한 전반적 지식이 엄마에게 편중되며 일터와 가정 모두에서 불균등한 부담을 지게 된다. 

왜 세상에는 유리 천장이 여전할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가족 정책이 시행됨에도 어째서 여성의 경력 단절과 독박육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임금과 고용률 격차는 왜 정체 상태에 놓이는 걸까? 이처럼 암울한 현실에서 어떻게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가부장 자본주의」는 폭넓은 경제학적 데이터와 역사·문화적 근거로 오랫동안 여성과 남성 사이에 존재해 온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여성과 남성에게 할당된 사회적 규범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와 여성의 일의 가치에 체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현상을 미국, 호주, 유럽, 아시아 각지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성별 간 경제적 불평등은 생물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결정된 사실이 아닌 문화적 요소 및 젠더 정체성과 결부된 문제”라며, 최신 자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신석기 혁명, 식민화, 1차 세계 대전이 경제와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위치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적 비교와 역사적 연구, 기업에서 수행한 현장 연구 조사에 기반해 차례로 증명한다.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20세기 여성 노동의 역사’에서는 1차 세계 대전부터 경구용 피임약 발명에 이르는 20세기의 중요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 경제적 불평등의 변화를 서술한다. 전쟁으로 인한 인구학적 불균형과 임신을 늦추는 기술의 등장이 어떻게 여성 노동을 바꿨는지 살펴보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성 노동에 미칠 영향을 최신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2부 ‘성별 불평등 다르게 설명하기’에서는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제껏 성별 불평등 문제에 접근해 온 방식을 짚어본다. 여기서 저자는 “전공 선택, 직능 선택, 근로 조건, 경력 단절 등 임금 격차를 둘러싼 요인이 문화적 규범에 영향받는다”고 강조한다.

3부 ‘문화적 요인의 기원과 진화’에서는 문화적 규범과 젠더 정체성이 지금의 경제적 불평등을 특정한 유래와 어떻게 하면 이를 바꿀 수 있는지 살핀다. 저자는 이런 규범의 기원과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아마존 숲부터 식민지 호주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동한다.

4부 ‘유리 천장 깨부수기’에서는 가족 정책부터 여성 할당제 시행에 이르는 공공 정책의 영향과 효과를 검토한다. 남성 육아 휴직은 가사 재분배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치와 기업에서의 여성 할당제는 어떤 효과를 보였을지 자세히 살펴본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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