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엔비디아 성장 비밀➊
430달러선 돌파한 엔비디아 주가
글로벌 증시 돌풍 일으킨 배경엔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
머신러닝용 GPU 시장 95% 점유
선도적 기술 개발의 성공적 사례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군 회사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다. 6월 들어 숨 고르기에 돌입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또다시 고점을 찍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를 향한 투자 열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가 불과 몇달 새 글로벌 증시의 주역에 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글로벌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익률 267% 기록했습니다” “만세를 부르고 싶네요” “지난해에 팔았는데 후회막심입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제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여기 환호와 성찰, 흥분과 공포가 뒤섞인 현장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주식을 베팅한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곳에선 ‘장투(장기투자)’에 성공한 주주들과 ‘단타’로 일찌감치 주식을 팔아 치운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 초 143.15달러(1월 3일)로 출발한 엔비디아의 주가는 5월 30일 401.11달러까지 치솟으며 4개월 만에 180%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의 주가가 112달러 선까지 무너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투자의 훌륭한 예시로 봐도 손색이 없다.  

단기간 벌어진 급등 랠리에 ‘고평가론’이 불거지면서 6월 엔비디아의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 듯했다. 지난 1~7일 이 회사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6.6% 떨어졌다(5월 30일 401.11→6월 7일 374.75).

하지만 엔비디아의 주가는 다시 반등해 지난 20일 430달러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방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장래성을 신뢰하고, 투자 전문가들도 엔비디아의 앞날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 주식의 가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10개월이 아니라 적어도 2~3년 소유하고 싶은 주식이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래일 수도 있다”. 다만, 드러켄밀러는 여기에 한가지 단서조항을 붙였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내 기대만큼 커진다면 말이다(If AI is as big as I think it is)”. 

■ 떠오르는 해 = 드러켄밀러가 엔비디아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기로 결정하면서 AI 얘기를 꺼낸 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를 밀어 올린 일등공신이 AI 관련 기술이라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IT 업계에 의미 있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ChatGPT)’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챗GPT는 미국의 AI 스타트업인 오픈 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우리가 물음을 던지면 답을 해주는 로봇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윤상혁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리포트 ‘ChatGPT를 넘어 생성형 AI 시대로’에 따르면, 챗GPT 서비스의 핵심은 두가지다.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스스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 이를 통해 수많은 정보 중 가장 알맞은 답을 찾아 요약ㆍ정리해주는 것이다.

윤 교수는 리포트에서 “질문에 맥락이 있을수록, 구체적 사례를 들수록 사용자는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챗GPT는)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맥락을 이해하며 답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 검색 서비스”라고 규정했다. 

엔비디아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AI 개발에 최적화한 GPU가 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AI 개발에 최적화한 GPU가 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그렇다면 이 혁신적인 서비스와 엔비디아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엔비디아는 챗GPT에 없어선 안 될 부품을 만들고 있다. 다름 아닌 그래픽처리장치(GPUㆍGraphic Processing Unit)다.

챗GPT처럼 AI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ㆍ분석하면서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성형 AI’라고 하는데, GPU는 이런 생성형 AI의 토대이자 근간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서다. 

눈여겨볼 대목은 여기서부터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에 쓰이는 머신러닝(기계학습)용 GPU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 중 열에 아홉은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픈 AI는 챗GPT를 만들 때 엔비디아의 GPU 수만개를 연결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AI 시장을 거머쥔 ‘엔비디아 현상’에 반도체 정보 플랫폼 테크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 댄 허친슨은 “엔비디아가 AI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 인텔이 PC에 미쳤던 파급력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 두달 만에 월간활성사용자 수(MAU) 1억명을 돌파하는 동안 엔비디아의 주가도 급등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결정적 순간 = 그럼 GPU가 뭐기에 엔비디아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걸까. 1999년 엔비디아가 탄생시킨 GPU는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작동하는 서로 다른 작업들을 한번에,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데 능하다.

이를 ‘병렬 컴퓨팅’이라고 하는데, 설립 초기 엔비디아는 게임 및 이미지 디스플레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병렬 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한마디로 GPU는 엔터테인먼트용 하드웨어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일례로 GPU는 게임 화면을 구성하는 수백만개 픽셀의 연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덕분에 우리가 보는 모니터엔 조각조각 깨진 그림 대신 해상도 높은 이미지가 담길 수 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세계 최초로 창안한 GPU는 병렬 컴퓨팅의 변혁을 일으키고 현대적 컴퓨터 그래픽을 재정의한 동시에 PC 게임 산업의 성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선도적인 투자를 실행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선도적인 투자를 실행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궁금한 건 그다음 단계다. 엔비디아가 게임ㆍ이미지용 그래픽카드를 넘어 AI에 쓰이는 ‘고성능 컴퓨팅용’ GPU로 눈을 돌린 계기는 무엇일까. 엔비디아는 어떻게 2020년대 AI 혁명의 중심에 올라섰을까.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 원동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베팅과 절묘한 타이밍.’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보자. 2000년대 컴퓨터 공학자들은 GPU가 일반 칩에선 불가능한 방식으로 빠르게 수학 연산을 할 수 있단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의 등장이었다.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가속 컴퓨팅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가 OTT에서 스트리밍권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의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배달앱에서 메뉴를 추천받을 수 있는 것도 IT 시스템 안에서 가속 컴퓨팅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장 확장한 엔비디아

가속 컴퓨팅의 확장성에 주목한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Jensen Huang)은 AI 개발의 초석을 다질 결단을 내렸다. GPU가 더 효율적으로 가속 컴퓨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기로 한 거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범용 GPU(그래픽 외의 용도로 쓰이는 GPU)를 위한 C언어(컴퓨터 언어) 환경인 ‘쿠다(CUDA)’를 출시하고,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카드인 ‘테슬라(Tesla)’를 선보였다. 엔비디아의 GPU가 그래픽용에서 고성능 컴퓨팅용으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 굳히기 전략 = 쿠다와 테슬라가 출현한 지 6년이 흐른 2012년, 캐나다의 컴퓨터 과학자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엔비디아의 GP U로 이미지를 분류하는 AI인 알렉스넷(Al exnet)의 딥 러닝을 진행했다. 알렉스넷은 엔비디아가 만든 두개의 GPU만으로 데이터 학습을 훈련했는데, 일반 칩에선 수개월 걸리는 작업이 엔비디아의 GPU론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렉스넷은 GPU가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ㆍANN) 작업을 엄청난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를 계기로 컴퓨터 과학자들은 GPU를 그들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AI에 더 적합한 새로운 종류의 GPU 개발에 나섰다. 아울러 연구자들이 기술을 좀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자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물적ㆍ기술적 인프라를 공고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가치에서 엿볼 수 있듯, 그때 그 시절 엔비디아의 발빠른 판단은 주효했다. 엔비디아 측은 “선도적으로 AI 개발자들의 관심사와 그들이 갖고 있던 난제들에 대응하고 준비해왔다”면서 “연구자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AI 솔루션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레임워크(작업의 뼈대)와 소프트웨어를 수년간 개발했으며, 이런 노력이 모든 산업군에 걸친 ‘AI 빅뱅’ 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 어떤가. 언급했듯 엔비디아의 주가는 여전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 이 때문인지 엔비디아 열풍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블록체인, NFT(대체불가능한 토큰ㆍNon Fungible Token), 메타버스 등 ‘혁신’이란 이름으로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산업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세상을 바꿀 것 같았던 이들 산업의 기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엔비디아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몸값을 높인 AI 산업이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처럼 ‘한때의 유행’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엔비디아 신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엔비디아와 성장의 비밀 두번째 편에서 찾아가 보자.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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